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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서문원 기자
  • 영화
  • 입력 2019.11.17 14:30

[S리뷰] '시빌' 잘 만들어진 Fake, 카타르시스는 덤

버지니아 에피라, 아델 에그자르코풀로스의 블랙코미디 앙상블

[스타데일리뉴스=서문원 기자] 한때 댄스크루 'Just Jerk'(저스트 절크)는 유튜브 인기 스타였다. 아메리칸 갓 탤런트 예선을 너끈히 통과하고, 이들이 포퍼먼스를 벌인 무대로 세계 팬들에게 꾸준한 인기를 누릴 정도다. 가장 눈에 띄는건 Body Rock2016에서 펼쳐 보인 화려하고 절도 있는 공연 무대. 해당 유튜브 동영상은 17일 기준, 약 1천7백만 뷰를 기록하고 있다. 

왜 대중은 저스트 절크에 열광했을까. 리엑션 영상을 보면 그럴듯한 정답이 나와 있다. 일단 처음 마주할 때 저스트 절크의 'Body Rock2016' 무대는 낯설다. 기계처럼 싱크로율이 극소화된 군무, 동서양을 오가는 춤사위가 다양한 음악과 함께 유기적으로 동작한다. 압권이다.

그래서일까. 이 영상은 보는 동안 자극적이고 막장 같은 장면들이 많이 나오는데도 켜켜이 쌓인 스트레스가 씻은 듯이 사라진다. 오는 21일 개봉하는 프랑스 영화 '시빌'도 저스트 절크의 퍼포먼스 무대와 유사한 느낌을 준다.

▲ '시빌'메인포스터(스톰픽쳐스코리아 제공)

'시빌' 볼 수록 매력적인 영화

러닝타임 101분의 '시빌'은 처음은 낯설어도 영화가 끝나면 묘하게도 상쾌한 기분을 느낀다. 하물며 극중 주인공 빼고 이름도 외우기 힘든데 이 영화는 자연스럽게 기억해냈다. 심리상담사 시빌, 여배우 마고, 시빌의 연인 가브리엘, 마고의 연인이자 배우 이고르, 그리고 독일계 영화 감독 미카. 

간략한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버지니아 에피라가 열연한 주인공 시빌은 극중 잘 나가는 심리치료사다. 그녀는 두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 남편 에티에네(폴 하머)가 등장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동거인(파트너)이다. 배경이 프랑스인 점을 감안하면 자연스럽다. 시빌의 전 연인은 가브리엘(니엘스 슈나이더)이다. 

소설을 쓰고 싶어 심리치료사를 그만둔 시빌, 어느날 그녀는 뭔가를 쓰려고 구상하던 중 다급한 전화 한통 받는다. 유명배우 이고르(가르파스 울리엘)의 숨겨진 연인이자, 신인 배우인 마고가 연락한 것이다. 

이고르의 아이를 가졌지만 촬영 때문에 중절을 원하는 아가씨 마고(아델 에그자르코풀로스). 대화를 건내는 스타일이 마치 들소 같다. 마고의 처지가 힘겨운 일들 뿐이기 때문. 다혈질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모든걸 참고 견뎌야만 하는 인물이다.

마고는 이고르 덕분에 이제 막 주연자리를 꿰찬 신인배우. 하지만 유명 인사의 아이를 가졌고, 정작 이고르의 오랜 연인은 이번 신작을 맡은 감독 미카(산드라 휠러)다. 어색하고 웃픈 만남이다.

"다른 일을 하려고 그만뒀다"며 상담직을 내놨던 시빌은 마고와 통화후 입장을 바꿔 그녀와 만나고, 치료 과정을 녹음해 자신의 소설을 완성시키려는 잔꾀를 부린다. 시빌의 우아하고 품위있는 삶은 이때부터 꼬이기 시작한다.

한때 심리치료 일과가 끝나면 자유분방하면서 동시에 구질구질한 모습도 간헐적으로 보여줬던 시빌. 연인 가브리엘도 그때 사귀었지만, 그는 힘겨운 나머지 시빌 곁을 떠났다.

그뒤에 사귀게 된 에티에네는 빈틈 없는 성격의 소유자. 완벽한 가정을 일구고 하루 하루를 누리기엔 더 할 나위 없는 아이들 아버지이자 파트너다. 하지만 여전히 가브리엘과의 질풍노도 와도 같은 사랑을 잊지 못하는 시빌의 머릿 속은 그래서 복잡하다.

그때 나타난 마고는 그래서 처음 소설을 쓰려는 시빌의 일상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이자, 관찰 대상이 됐다. 

영화 '빅토리아'(2016) 이후 3년 만에 돌아온 쥐스틴 트리에 감독의 '시빌'은 마치 "모래알이나 바윗돌이나 가라 앉는건 마찬가지"라며 빈정되던 영화 '올드보이'의 이우진(유지태)의 대사가 떠오른다.

우아하게 남의 고백을 소설로 쓰려던 시빌, 그것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계속해서 마고를 도와주지만, 시빌이 그녀에게 빠져들수록 상황은 점 점 악화일로를 걷는다. 

끝나고 나서야 잘 만들어진 Fake라는걸 느꼈고, 카타르시스는 덤이었다

과감한 노출씬, 배드씬이 등장해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받은 '시빌'은 그래서 끝나고 나서야 캐릭터들의 향연이 Fake였고, 모든 배경이 무대였다는 걸 인지했다. 그리고 카타르시스는 덤이었다는 걸 느꼈다. 

면, 장면을 떼어 놓고 보면 구질구질하다. 그래서 마지막이 상큼했는지도 모른다. 또한 이 영화가 끝나고 나서야 블랙코미디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나무 한그루, 한그루 이어 보다가, 숲을 발견한 것이다. 오는 21일 개봉하는 '시빌', 영화사 스톰픽쳐스코리아가 수입하고, 영화사 영화특별시가 배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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