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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13.10.28 09:06

[권상집 칼럼] 창의성? 그것이 알고 싶다

창의성에 대한 오해, 그들이 말하지 않는 창의성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필자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창의력 또는 창의성을 매년 가르치면서 가장 많은 질문을 받는 것 중의 하나는 “창의성 수업을 들으면 실제로 창의성이 향상되나요?” 또는 “창의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세요”이다.

물론, 창의성 수업을 듣는다고 하면, 창의성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주변 사람들이 “수업을 들으니 실제 창의성 향상에 도움이 되니?” 라며 확인하는 경우가 많기에 이런 질문들이 계속 이어지는 건지도 모른다.

이는 우리가 창의성을 얼마나 쉽고 단순한 것으로 치부하는지, 또는 창의성에 대해 얼마나 오해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가장 단적인 예일 것이다. 이미 세상엔 창의성을 확장하고 향상하는데 필요한 스킬과 노하우를 알려주는 서적과 온, 오프라인 교육이 넘쳐나고 있다.

필자의 지인 중 한 분이 ‘기업 교육에 있어서 가장 수요가 많고 돈이 되는 분야가 바로 창의성’이라고 말할 정도로 창의성은 지금 이 시대에 가장 많은 곳에서 원하고 필요로 하는 역량일지 모른다. 이미 수년전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이 ‘창조경영’을 외친데 이어 현재 정부의 국정 기조가 ‘창조경제’인 만큼 우리는 창조와 창의라는 개념의 홍수 속에 빠져 있다.

그러나 단언컨대, 창의성은 단기간에 수업을 듣고 책을 읽어서 교양을 쌓는다고 향상되는 건 아니다. 충분히 사고력이 숙성되고, 주입식 교육이 아닌 생각하는 역량을 키워주는 교육으로 전환되어 학생들의 상상력과 참신성을 지속적으로 자극해주어야 창의성이 향상될 수 있다는 점을 많은 사람들은 외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우리들의 눈에 띄지 않게 창의성은 조금씩 조금씩 천천히 계발되기에 단기간 트레이닝이나 학습으로 창의적 사고력을 기를 수 있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창조경제의 대표적인 국가인 이스라엘에선 초등학생에게 ‘개와 고양이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를 수업 토론의 일환으로 삼기도 한다. 얼핏 보면 황당한 수업 내용일 수 있지만 그만큼 창조력을 강조하는 국가들은 어린 시절부터 학생들에게 암기가 아닌 사고력을 키우는데 모든 교육의 초점을 맞추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한민국의 국민 평균 아이큐가 전세계 1위임에도 불구하고 창조적인 제품이나 혁신을 창출하지 못하는 건, 바로 우리들이 철저하게 창의적인 사고력을 기를 수 있는 교육과 마인드 확립을 사고력 학습을 통해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창의성에 대한 연구는 이미 경영학, 심리학, 교육학 등에서 활발히 연구가 진행되고 있고, 그 중 개인의 창의성을 높이는 연구는 이미 50년이 넘을 정도로 많은 부분에서 창의성에 대한 요소들이 밝혀지기도 했다. 그리고 우리는 흔히 창의성을 사고의 독창성(Originality)으로 간주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창의성은 사고의 풍부함(Fluency), 사고의 유연한 체계성(Flexibility), 사고의 독창성(Originality)이 어우러져 발현되는 개인 및 조직의 탁월한 역량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갑작스럽게 독창적인 사고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현상이나 개념, 사물을 보고 그와 연관된 다른 사항들을 많이 떠올려보고, 이를 체계적으로 유사한 그룹으로 묶을 수 있는 기존 개념에 대한 조합 및 분류 학습이 강화되어야 비로소 사고의 독창성도 발휘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한번도 이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교육방법적 측면에서 어떤 부분이 잘못되었는지 반성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필자가 마주한 대학생들 중 상당수는 지금도 창의성 수업에서 ‘퍼즐 찾기’, ‘연관된 도형의 조합’, ‘IQ 추리’와 같은 문제를 잘 풀어야 창의성이 높다고 착각하고 이를 창의성으로 받아들이곤 한다.

그러나 IQ와 창의성은 결코 비례하는 것도 아니고 지능이 높다고 창의성이 높은 건 더더욱 아니다. 만약 지능과 창의성이 상관관계가 높다면 국민 평균 아이큐가 가장 높은 대한민국은 이미 전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제품과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을 테니까.

창의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어린 시절부터 사고력을 확장할 수 있는 경험을 많이 할 수 있는 학습 방식으로 변화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단순히 융합이 요즘 추세라고 해서 문과와 이과를 통합하면 융합형 인재, 통섭형 인재, 창조적 인재가 창출되리라고 생각하는 건 그야말로 과거 주입식 교육이 만들어낸 일차원적 사고일 뿐이다.

사실 가장 중요한 점은 문과와 이과의 통합이 아닌 교육 방식의 일대 전환이다. 주입식 교육을 통해서 맞고 틀리는 것을 배우는 것이 아닌 서로 생각이 다르고 다양하다는 점을 배워야 창의성에 대해 올바로 이해할 수 있고 서서히 사고의 풍부함과 유연성을 넘어 독창성으로 사고를 진화시켜 나갈 수 있다.

필자가 글을 쓰는 이 시점에도 현재 기업과 학교는 창의성에 관해 혈안이 되어 있다. 어떻게 해야 창의적 인재를 확보할 수 있을까? 또는 문과와 이과를 통합해야 창의적 인재가 길러질 수 있다 등의 논쟁은 현재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인풋을 투입하면 아웃풋으로 산출된다는 기존의 사고방식으로는 창의성은 우리에겐 더욱 요원할 뿐이다. 창의성을 향상할 수 있는 방법(How to~)이 아니라 창의성이 정말 정확히 무엇인지(What), 그리고 창의성이 왜 중요한지(Why)에 대해 학습해야 창의성에 대해 조금 더 다가갈 수 있다. How to 사고방식이 아닌 What과 Why를 통해 근원을 찾아가는 것이 진정한 창의적 교육의 첫 걸음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 권상집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박사

(한국개발연구원(KDI) `미래 한국 아이디어 공모전' 논문 대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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