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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6.22 10:36

내게 거짓말을 해봐 "서프라이즈로는 한계가 있다!"

극단과 극단, 중간이 없는 무모한 곡예의 서프라이즈에 대해...

 
너무 뜬금없다. 물론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는 했다. 그러지 않으면 안 되는 사정이라는 것도 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준비한 그 과정이라는 게 있지 않은가.

시작부터 그랬다. 아니 처음 공아정(윤은혜 분)이 유소란(홍수현 분) 때문에 뜻하지 않게 거짓말을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현기준(강지환 분)이 얽히게 되는 것이야 그것이 드라마의 시작이이 어쩔 수 없다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다지 좋지 않은 인연으로 만난 두 사람이 서로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게 되기까지는 그만한 과정이 필요했을 것이다. 어떤가?

아무런 전조도 없다. 아무런 예고도 없다. 어느 순간 불현듯 서로에게 사랑을 느끼고, 마치 벼락처럼 그 사랑을 확인하고는 행복해 한다. 갈등도 그리 길지 않다.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인정하기까지, 심지어 현기준의 전약혼녀인 오윤주(조윤희 분)가 나타난 다음에도 현기준의 마음은 망설임 없이 정리되고 공아정이 느낀 혼란도 길지 않았다.

도무지 긴장이 없다. 과연 두 남녀가 앞으로 어떻데 될 것인가? 서로 좋아하게 될까? 좋아하게 되면 그 과정은 순탄할까? 주위의 사람들에게 영향은 없을까? 이를테면 오윤주로 현기준이 갈등하듯, 현상희(성준 분)으로 인해  공아정이 곤란을 느낄 수도 있는 것이다. 네 사람의 감정이 서로 얽히며 이야기는 더욱 점입가경 그 끝을 알 수 없게 된다. 그러자면 그만큼 현기준과 공아정 두 사람 사이에 얽히고 섥히는 감정과 사건들이 필요하다. 없다.

그러니까 자꾸 이야기가 극단으로 치닫는 것이다. 공아정이 현기준을 오해하고 현기준으로부터 멀어지려는 그 순간에조차 두 사람 사이를 해결하는데는 제주도에 내려가 하루를 보내는 것으로 충분했다. 그렇게 한 순간에 공아정은 현기준에게 자기의 마음을 열었고, 현기준은 오윤주에 대해서조차 매몰차질 수 있었다. 현상희마저 공아정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채인데, 그러면 두 사람 사이를 이제 무엇으로 채워야 할까? 현명진 회장조차 정작 현기준과 공아정 사이에는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 차라리 그녀가 악역이었으면 좋았다.

느닷없는 오윤주의 새아버지에, 굳이 하지 않아도 되었을 현기준의 고백, 차라리 공아정과 함께 찾아가 사실을 밝히고 그것이 인연이 되었음을 전하는 것이 나았을 것이다. 여기에 과거 공아정의 거짓말이 밝혀지면서 현기준이 위기에 놓이자 공아정은 스스로 모든 것을 떠안으려 하고, 그것을 현기준은 공개리에 공아정에 대한 사랑을 밝힘으로써 해결하려 한다. 결국에 모두의 앞에서 큰 목소리로 떠드는 것. 그런 식으로밖에는 결국 이야기를 풀어갈 수 없는 것이다. 주위와의 관계를 통해서, 그리고 서로의 얽힌 사건들을 통해서 차근차근 이야기를 풀어가기보다는 극단의 상황을 만들고 극단으로써 어거지로 비집고 빠져나오도록 만든다.

당황스럽다. 당황을 뒤집으면 황당해진다. 물론 어느 정도 다 개연성이 있다. 그럴만한 이유들이 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이런 식으로 극단적인 상황으로만 두 사람을 몰아 고백 아닌 자백을 하게 만드는 것은 너무 억지스럽다. 더구나 공아정이 사무관 자리를 위협받던 그 순간 CEO로써 퇴출될 위기에 놓였던 현기준이 첸회장과의 계약을 성사시키며 구사일생한 것은 너무 뻔한 구성이었다. 차라리 거기에서 두 사람 다 지금까지의 자리를 잃고 백수가 되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설정이었으면 어땠을까? 그리고 들려온 공아정의 해직소식.

놀랍기는 하지만 감동이 없다. 감탄도 사실 없다. 이런 의도를 가지고 이렇게 일을 꼬았구나. 이런 목적에서 그렇게 사건을 만들었구나. 하지만 그렇게 의도하여 만든 사건으로 일을 풀어가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모든 사건은 물론 의도가 있지만 이런 식으로 노골적으로 드러내 보이는 것은 보다 강한 의도이던가 아니면 서툰 것이다. 그런 보다 강한 의도라는 것이 드라마에는 있었다.

말하자면 누적된 불만의 표출일 것이다. 항상 이런 식이다. 자극적인 상황을 만들고, 극단으로 몰아놓고, 그럼에도 갈등 없이 단지 상황만 자극적이고 극단인 채 끝나고 만다. 어떤 첨예한 갈등이나 치열한 고민 없이 그렇게 굳이 그런 일들이 없어도 좋을 만큼 영향력도 미미하다. 그냥 그런 일이 있었고 그래서 이런 일도 있었다. 사람의 좋은 감정도 같은 상황이 반복되다 보면 결코 좋기만 할 수는 없다.

재미있게 보았다. 설정이 신선했고, 그 과정에서 공아정과 유소란 사이에 오가는 미묘한 여자들만의 신경전이 흥미로웠었다. 현상희의 항상 웃는 얼굴에서도 삐에로의 눈물을 보았다. 하지만 거기까지. 여전히 드라마는 현기준의 감정을 이야기하지 않고 있고, 공아정의 감정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기를 거부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일 텐데도. 그냥 알아서 생각하라. 남는 것은 유소란이 어째서 공아정과 친구인가 하는 정도일까? 현상희는 슬플 정도로 분량이 적다. 오윤주는 도대체 무엇하러 나타난 것인가. 남는 것은 모자른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실망까지는 아니다. 그런 드라마라는 것을 알고 보았고, 어느 정도 양해하고 보고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까지인가. 너무 급하고 쉽게 쓰려 한다.

그래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으니. 여기까지 왔으면 마무리는 제대로 해야 할 것 아닌가. 유일하게 기대하는 부분이다. 이렇게까지 벌려놓았으니 마무리는 제대로 할 것이다. 마무리나마 이제라도 부디 잘 할 수 있기를. 마지막 바람이다.

아쉬운 것이다. 간만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드라마이기를 기대했는데. 서프라이즈가 지나쳤다. 한두번은 웃어도 그 이상은 무리다. 안타깝다. 안타까운 드라마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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