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칼럼
  • 입력 2013.10.15 17:10

백지영과 악플러 '무지의 죄', 모르고 그랬다는 뻔뻔함을 꾸짖다

▲ 악플러의 고통을 호소하는 백지영 (제공:S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공자가 군자를 높이고 소인을 업신여긴 것은 차별을 즐겨하는 사람이어서가 아니다. 군자란 노력하는 사람이다. 항상 배우고 익히며 자신을 갈고 닦는다. 그래서 수양이라 부른다. 소인은 그같은 노력을 하지 않는 사람이다. 현재에 머물며 자신의 본능과 충동만을 쫓는다.

선이란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정의란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도덕이란, 윤리란, 스스로 노력하여 쟁취하는 것이다. 무엇이 옳은 일이고 무엇이 그릇된 일인가. 무엇을 해도 좋고 무엇을 해서는 안되는가. 항상 궁리하고 물어 그 답을 찾는다. 당장 옳은 일이라 해도 그것이 과연 진정으로 옳은 것인가를 고민하고, 당장 잘못된 행동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진정 잘못된 행동인가를 스스로 물어 답을 구한다. 흔히 그 과정을 이성이라 부르고 달리 양심이라 부른다.

몰라서 그랬다. 그것이 잘못인지 몰라서 죄를 지었다. 핑계가 되지 않는 이유다. 인간에게 뇌가 있는 것은 생각이라는 것을 하라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생각이라는 것을 하게 된 것은 무리를 짓고 그 무리를 보다 효과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종으로서의 본능과도 같은 것이다.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고 그 관계를 의식하며 배려를 통해 서로를 위한 최선을 찾아낸다. 서로가 상대의 입장이 되어 해도 되는 것과 해서는 안되는 것을 구분하여 공존을 위한 최선의 길을 찾아낸다. 인간에게만 존엄이 있는 것은 인간이 스스로 존중할 줄 알기 때문인 것이다.

과연 몰랐을가? 자신이 쓴 글의 내용을, 더구나 당사자가 그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 과연 어떤 느낌일지 정말 전혀 모르고 그런 글들을 공개된 게시판에서 써서 올리고 했던 것이었을까? 당사자가 아닌 제 3자조차 보기에 눈쌀이 찌푸려질 정도로 혐오스러운 내용이었다. 굳이 유명인이 아니더라도 아이를 유산한 임산부에게 인간으로서 차마 해서는 안되는 말들이었다. 모르고 한 말이라면 인간에 대한 방기일 것이다. 인간의 양심과 이성에 대한 유기일 것이다. 그것은 죄다. 인간으로서 너무 참혹하고 잔인한 행위이기에 차마 해서는 안된다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도덕이고 윤리다. 규범이다. 모두가 아는데 자신들만 모른다. 나태의 죄다.

결국은 연예인을 하나의 독립된 인격으로 보지 않는 우리 사회의 또다른 자화상이라 할 것이다. 연예인이란 이미지다. 대상이다. 그리고 배설구다. 대중은 갑이다. 대중은 연예인을 소비한다. 대중의 소비로 인해 연예인은 인기를 얻고 돈을 번다. 그러니 마음대로 해도 된다. 그같은 대중의 심리를 가장 잘 드러내 보여준 것이 '사장과 종업원'의 비유일 것이다. 대중은 갑이고 사장이니까 을이고 종업원인 연예인 혹은 유명인들을 마음대로 해도 된다. 그에 따라야 한다. 순응하고 복종해야 한다. 바로 어제 있었던 이천수 폭행소동도 그와 유사한 동기로 일어났을 것이다.

연예인이니까. 더구나 여성연예인이니까. 그것을 문제삼는 것조차 쉽지 않다. 자칫 그런 일들이 구설에 오르면 피해를 보는 것은 연예인 자신이었다. 그 이유야 어찌되었든 대중과 시비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비난이 가해진다. 이미지가 실추된다. 연예인으로서의 상품성이 훼손된다. 누구도 바라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그로 인해 심지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마저 적지 않음에도 악플러들은 사실상 연예인과 기획사에 의해 방치되어 왔었다. 어떤 내용의 글을 써도 처벌당하지 않는다. 자기에게는 불이익이 없다. 마비된다. 제재가 가해지지 않으면 그것은 잘못이 아니다.

어쩌면 실제 그것이 잘못인지도 모르고 그런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말했듯 연예인이니까. 연예인에게는 그래도 된다. 그것조차 연예인이라면 받아들여야 한다. 몇몇 베테랑 연예인들의 경험에서 우러난 충고처럼 그같은 비난들에 대해서마저 감수하라고 많은 돈을 댓가로 받는 것이다. 대중들의 껌이 되고 놀림감이 되어야 하는 것이 연예인의 숙명이다. 자신들이 그 말을 믿어버린다. 장난감처럼 그렇게 가지고 논다. 인간이라는 생각조차 없이. 당사자가 받았을 상처따위는 아랑곳없이. 그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몇 해 전 인터넷 전체를 들었다 놓았던 '타진요 광풍'이다. 연예인 혹은 유명인에 대해서는 이성도 양심도 예의도 챙길 필요가 없다.

무지로 인한 죄는 죄가 아니게 되는가? 모르고 저지른 잘못은 잘못이 아닌 것인가? 열 살 전의 아이라면 그것도 통할 것이다. 아직 미숙한 아이다. 열두어살 정도라면 잘못 가르친 부모와 선생님들을 탓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열다섯을 넘겨 벌써 성인이 다 되어 그런다면 누구를 탓해야 할까? 이제는 가르치지 않더라도 스스로 배워야 하는 나이가 되었다. 스스로에 대해 책임진다.

설마 싶었다. 도저히 눈뜨고 보아 줄 수 없는 수준이었다. 백지영이라서가 아니었다. 연예인이라서가 아니었다. 인간에 대한 예의였다. 인간의 이성과 양심에 대한 기본적인 자세에 대한 것이었다.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일들이었다. 그런 일들이 태연히 저질러지고 있었다.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현실에서, 그것도 내 바로 앞에서, 누군가 이같은 말과 행동을 보인다는 것은. 누구도 감히 그같은 행동을 당당히 사람들 앞에서 보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했다. 당당하다.

스스로 배우려 않는다면 가르쳐야 한다. 가르쳐서 안된다면 그때는 벌을 주어야 한다. 당근과 채찍은 짐승을 길들이는 가장 오래고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연예인 백지영이 아닌 인간의 이성과 존엄을 위한 선택이다. 다시 한 번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 세상에 가장 아프고 슬픈 일일 것이다.

모바일에서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