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13.10.07 21:06

[권상집 칼럼] 연예계와 증권가 찌라시, 그 모호한 함수 관계

찌라시와 음모론, 그 허황된 이야기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우리가 흔히 말하는 증권가 찌라시. 그 중에서도 아마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가장 관심을 많이 받는 찌라시 내용은 ‘연예인 또는 연예 산업과 관련된 이야기’일 것이다. 정치, 경제, 사회 정보라고 해 봤자 읽는 이의 피부에 와 닿는 경우도 많지 않거니와 읽는다고 해도 일반 대중이 흥미를 갖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흔히 말하는 연예가와 관련된 찌라시는 다르다. TV와 언론 매체 등을 통해 가장 많이 소비되는 직업이 연예인이기도 하고 그들에 대한 청소년들의 동경,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그들의 사생활은 언제나 늘 많은 사람의 호기심이자 질투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서 실제 사람들이 접했다는 상당수 찌라시의 내용도 모바일 메신저 등을 통해 접한 연예인, 연예가와 관련된 이야기가 거의 대부분이다.

최근 동아일보가 ‘찌라시’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정보의 수준을 분석한 바 있지만 대다수는 인과관계가 부족한 사실의 접목, 누구나 알고 있는 가능성이 높은 화제, 또는 이미 다른 언론에서 언급된 사건의 뒷북 내용이 찌라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런 찌라시들이 국내 기업 및 주요 조직 등에서 여전히 연회비를 내며 받아보고 있다고 하니 정보의 과잉 시대에 또 다른 정보의 비대칭이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의 불안 심리가 엿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동아일보가 분석했듯이 소위 연회비를 지급하며 받아보는 고급(?) 정보지엔 연예가와 관련된 내용이 거의 없다. 어찌 보면 이는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다. 고급 정보, 남들이 교류하지 못한 정보를 받아보는 이들의 심리엔 정보의 가치가 돈의 위력보다 더 막강하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는 데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국내 사회, 국내 경제를 지배하는 메커니즘과 그 기저에 흐르는 내막을 알고 싶어 정보지를 구매하고 읽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연예가 정보는 사실 정보라고 말하기도 민망한 루머와 구름 같은 소문일 뿐이고 이들 정보를 접하는 사람들에게 그 어떤 경제적 가치나 관련 부가가치를 제공하지 못한다. 누구나 알고 있는 또는 궁금한 단순 가십거리이기에 이런 정보를 유료로 구매하는 계층도 없거니와 정보로 볼 수 없는 내용들이 다수여서 대다수의 대중이 쉽게 접하고 이러한 루머들이 유통되는 건지도 모른다. 다만, 이런 연예가 특유의 소설 같은 찌라시 기사들이 갖는 특징으로 인해 연예가 루머 또는 찌라시 내용은 언제나 음모론과 연관되어 사람들이 해석하곤 한다.

가령 이렇다. 특정 이슈가 발생한 경우 그것도 국가 정치, 경제의 메인 스트림을 흔드는 경우 언제나 연예계와 관련된 정보가 그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제공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화제를 뿌렸던 SBS 드라마 '추적자'에서도 이와 유사한 내용의 대사가 나왔다. 당시 강동윤(김상중 분) 대선 후보가 위기에 처하자 그의 부인(김성령 분)이 “그룹이 알고 있는 주요 연예인 정보를 터뜨리자”는 대사가 등장하기도 했다. 모 연예인들의 교제, 이혼 등이 갑자기 느닷없이 제기될 때 많은 대중은 이를 정치, 경제인들의 문제를 덮기 위해 사용한다고 믿는다. 그렇기에 언제나 연예가 찌라시 내용은 음모론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어 버렸다.

그러나 필자가 알고 있기론 단언컨대 음모론과 연예가 찌라시는 오비이락에 불과한 소설일 뿐이다. 첫 번째, 정치 및 경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인들의 기사나 숨겨진 스토리를 언급한다는 것 자체가 대중의 눈높이를 전혀 고려하지 못한 생각이다. 과거 90년대까진 소위 말하는 엘리트 계층과 일반 대중 사이에 유통되는 정보의 양과 질이 모두 현격한 차이가 났다. 그러나 지금은 인터넷의 활발한 사용, 온/오프라인 언론 매체가 워낙 많아 대중과 권력자들의 정보의 격차가 많이 줄어 들었다. 그리고 연예인 이슈를 언급하고 생각하며 정치 및 경제적 이슈를 잊거나 망각하는 대중은 적어도 2013년 지금 시점엔 거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두 번째, 찌라시 자체의 정보력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한 것 또한 사실이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열 번 타석에 나서 한번 안타를 친 정도에 불과하다. 수 많은 비하인드 스토리 중 사실로 드러난 것만 사람들이 기억하고 언급하기에 찌라시의 정보력을 높이 인정할 뿐, 그 뒤에 그냥 루머로만 그친 이야기는 대중이 주의집중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찌라시의 정보력, 사실 확인은 그야말로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이들 정보를 음모론이나 연예계의 내막과 연관 지어 생각하는 것 또한 허황된 생각일 뿐이다.

마지막으로 찌라시에서 언급된 연예계 이슈를 음모론으로 연결지어 생각하는 건, 앞서 언급한 정보의 비대칭성을 우려하는 사람들의 불안심리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정치와 경제, 그 내막과 권력층 간에 오가는 네트워크 특성을 모두 알지 못한다. 즉, 정보의 격차는 과거에 비해 많이 줄어 들었지만 여전히 주요 정보는 그들(?) 사이에서만 유통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지금도 이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한 불안을 음모론으로 해소하며 조금이라도 심리적 위안을 받으려고 하는 건지도 모른다. 사람들의 정보 비대칭성으로 인한 불안 심리가 연예계를 더 흐릿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소문을 사실로 변형, 재생산시키고 있다. 누군가가 언급했듯이 건전한 시민사회 의식이 더욱 더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권상집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박사

(한국개발연구원(KDI) `미래 한국 아이디어 공모전' 논문 대상자)

 

모바일에서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