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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13.09.26 18:33

[권상집 칼럼] 송포유 (Song For You), 누굴 위한 치유의 노래인가

송포유 프로그램이 놓친 두 세가지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2013년 올해 추석 연휴는 그 어느 때보다 길었다. 황금연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많은 이들이 오랜만에 모여 서로 덕담도 나누고 TV 시청도 맘 편히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모두가 행복하게 보내야 할 연휴에 벌어진 SBS 프로그램 <송포유>의 논란은 보는 이들로부터 눈살을 찌푸리게 해 현재까지도 송포유가 미친 여파는 가라앉지 못하고 있다.

지난 추석 연휴 때 특집 프로그램으로 기획된 SBS <송포유>는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한때의 실수로 낙인 찍혔던 고교생들에게 희망을 주고 이들의 합창을 통해 보는 이들로 하여금 따뜻한 힐링의 효과를 주기 위해 진행된 프로그램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을 본 그 누구도, 심지어 프로그램의 주인공인 학생들도 힐링은 커녕 또 한번의 홍역을 겪는 부작용만 낳았다.

방송을 통해 드러난 학생들의 모습은 여전히 ‘자신의 실수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과거의 무용담처럼 부도덕한 언행을 늘어놓는 치기 어린 모습’들 뿐이었다. 방송이 끝난 후 많은 시청자가 이에 대해 질타를 보낸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PD는 ‘교조주의 발언’을 언급하며 방송에서 보여준 모습에 대해 조금도 사과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논란을 부채질했다.

교조주의라는 말부터 PD는 일단 다시 배웠으면 한다. 교조주의라는 말은 ‘원리나 원칙에 지나치게 얽매여 융통성 없는 모습이나 사고’를 뜻한다. 그런데 방송을 통해 가해자들에게 단 한번이라도 사과를 구하지 않은 건 교조주의라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기 이전에 정당성의 문제이다. 정당하지 못한 행동과 발언에 대해 사과를 구하라는 것이 어떻게 원칙에 얽매인 낡은 모습인지 PD의 생각이 의아할 뿐이다.

<정의란 무엇인가>를 쓴 마이클 샌델은 자신이 쓴 서적에서 ‘자격이 없는 자에게 돌아가는 영광에 대한 분노’를 언급했다. 방송을 통해 만약 가해 학생들이 지난 날을 뉘우치고 다시 새로운 삶을 살아보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면, 또는 방송이 조금이라도 이런 부분을 이끌어냈다면 정말 방송이 의도한대로, 기획한대로 일정 부분 치유를 위한 노래가 되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송포유>는 그 어떤 모습에서도 이런 치유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로 인해 성지고 교사가 학생들의 촬영 분에 대한 내용을 비판하며 논란은 현재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또 하나 <송포유>가 놓친 점은 ‘학생들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제 학생들 중에선 자신의 과오를 뉘우친 학생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단순 흥미를 위해 자신의 과거 실수를 크게 미화하는 발언을 주로 방송에 내보냈다면 요즘같이 ‘신상털기’가 일반화된 세상에 학생들을 다시 한번 낙인 찍는 효과만 줄 뿐이다. 실제 방송 후에 피해자들의 사과 요구와 방송에 나온 학생들과 학교를 다닌 친구들의 피해 사례가 속속 제기되는 점은 <송포유>가 아닌 프로그램의 의도가 <킬포유>가 아니었나 라는 느낌만을 줄 뿐이다. 방송에서 흥미, 자극적인 소재를 통해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단순한 발상 자체가 교조주의적 사고라는 걸 PD는 기억했으면 한다. 이제는 흥미 위주의 편집과 방송보다 새로운 화두, 새로운 스토리를 원한다는 걸 연출자는 아직 모르는 것 같다.

아울러, 방송을 통해 성지고등학교는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다만 이 유명세가 학생과 해당 학교의 교사들에게까지 부정적인 여파를 미쳤음은 방송에서 간과했던 부분일 것이다. 정말 학생들을 선의의 방향으로 이끌고 그 결과 대안학교라는 것이 정상적인 교육기관의 일부분이라는 점을 강조했으면 추석 연휴에 보는 모든 이에게 훈훈한 치유의 노래가 되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현재는 성지 고등학교를 다니는 학생, 그리고 그들의 학부모, 더 나아가 해당 학교의 교사까지 도마 위에 오르며 심리적 상처를 받고 있다. 방송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 그리고 방송이 이끄는 방향이 얼마나 중요한지 고려하지 못한 <송포유> 제작진의 실수라고 하기엔 현재의 상처는 너무나 크고 깊다.

- 권상집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박사

(한국개발연구원(KDI) `미래 한국 아이디어 공모전' 논문 대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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