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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19.07.28 21:44

[권상집 칼럼] 호날두와 유벤투스의 오만과 무례함

슈퍼스타와 빅클럽의 격에 맞지 않는 무례한 그들

▲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CR7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호날두는 전 세계 축구 선수 중 가장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다. 참고로 전 세계 스포츠 스타 중 그는 SNS 팔로워만 1억 7300만을 보유, 세계 최고 기록을 보유하고 있고 팬들의 사랑과 지지 덕분에 스포츠 스타 가운데 아스에 따르면 호날두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포스팅 하나에 평균 87만4361유로(약 11억5천만원)를 벌어들였다. 특히, 호날두는 국내에서도 상당히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 그의 자상한 팬 서비스는 종종 국내 유명 스포츠 스타들이 팬들에게 무례한 행동을 한 경우와 대비해서 국내 인터넷 상에서 더 많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호날두는 무례함의 극치를 한국에서 보여준 후 떠났다.

지난 금요일 유벤투스와 K리그 올스타팀과의 친선경기에서 호날두가 결장한 것과 관련,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경기를 주최한 더페스타는 궁지에 몰린 상황이며 프로축구연맹 역시 팬들의 항의에 몸살을 앓고 있다.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는데도 불구하고 유벤투스는 여전히 K리그 올스타팀과의 친선경기에서 호날두가 출전하지 않은 것에 대해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호날두 역시 과거 친절했던 팬 서비스를 보여준 것과 달리 12년 만에 한국에 방문한 이후 팬 사인회는 물론 공식 인터뷰와 경기 출장도 거부, 서둘러 한국을 떠났다.

유벤투스는 이탈리아 세리에A 리그에서 8년 연속 우승을 할 정도로 이탈리아 최고의 클럽이자 세계에서 가장 주목 받는 클럽 중 하나이다. 세계 최고의 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소속되어 있어 평소보다 더 많은 인기를 현재 구가하고 있는 빅클럽이다. 그렇기에 지난 7월 26일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의 입장권은 예매 시작 불과 2시간 30분만에 6만 5천장이 모두 팔리는 진기록이 나오기도 했다. 입장권 중 최고가는 무려 40만원에 거래되었고 입장권 수입만 60억에 달할 정도로 국내 팬들의 호날두에 대한 기대, 유벤투스의 경기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았다.

그러나 7월 26일 이후 국내 축구팬들 사이에서 유벤투스와 호날두는 도둑들, 공공의 적이 되었다. 중국 난징시에서 출발한 유벤투스 전세기는 당초 일정보다 2시간 늦게 인천공항에 도착했고 그날 따라 폭우 등의 날씨로 인해 숙소 호텔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자 예정된 호텔에서의 팬 사인회 및 미팅에 호날두는 끝내 불참을 통보했다. 악재는 그 이후로도 지속되었다. 유벤투스 선수단은 경기 시작보다 한 시간 늦게 도착, 무성의한 플레이로 일관했으며 호날두는 팬들의 환호와 연호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벤치에 앉은 채 경기가 끝난 후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

주최사의 미숙한 계약과 프로축구연맹의 행동이 적절하지 못하다는 언론과 팬들의 비난이 쏟아졌고 주최사 더페스타는 유벤투스를 상대로 계약 위반에 대한 법적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애초 유벤투스의 한국 방문 대전료가 300만 달러인데 비해 호날두 결장 시 대전료의 1/4 이하로 위약금을 지불하기로 한 계약 자체는 주최사 더페스타의 미숙한 업무처리라고 볼 수밖에 없다. 유벤투스 입장에서는 호날두의 컨디션 관리를 위해 그를 결장시키고도 대전료의 3/4을 받을 수 있으니 당연히 계약 자체가 그들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 일으켰을 것이다.

프로축구연맹과 주최사 더페스타의 미숙한 일 처리가 비난을 받는다고 해도 이후 벌어진 상황에 대해 유벤투스와 호날두가 보여준 태도는 오만함과 무례함 그 자체였다. 호날두의 결장이 전날 예상되어 있었다는 유벤투스 사리 감독의 발언은 수기로 작성된 엔트리 페이퍼가 노출되면서 거짓말로 드러났고 2박 3일의 일정을 하루로 줄인 것도 주최사나 국내 프로축구연맹이 아닌 유벤투스였음이 드러났다. 단 하루도 아닌 불과 10시간만 한국에 체류하면서 그들은 팬미팅 행사 축소, 인터뷰 거부, ‘노쇼 호날두’ 사태를 만들며 36억에 가까운 대전료를 챙겨갔다.

상암월드컵경기장을 찾은 국내 팬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음에도 마우리치오 사리 유벤투스 감독은 “미안하다”는 사과 한 마디 하지 않았고 “비행기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기자 회견도 하지 않았다. 그 이후 이탈리아 현지 매체를 통해 뒤늦게 알려진 내용은 더 충격적이었다. 사리 감독은 “호날두가 뛰는 모습을 보고 싶으면 이탈리아로 와라. 비행기 티켓 값은 지불해주겠다”는 무례한 발언을 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통역을 담당한 방송인 알베르토는 이 발언이 오해의 소지를 만들 수 있음을 우려, 통역 내용을 공개하지 않아 논란이 되었다.

호날두의 SNS는 현재 한국어 욕설로 도배가 되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팬을 보유했던 그였기에 팬들의 분노와 배신감은 몹시 컸지만 그는 이탈리아로 돌아간 다음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런닝머신 위에서 뛰는 영상과 함께 "집에 오니 좋다(Nice to back home)"라는 메시지를 태연히 드러내며 이번 사태와 관련, 문제 의식이 전혀 없음을 또 한번 드러냈다. 유벤투스와 호날두가 한국 일정을 어떻게 바라보고 행동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호날두의 국내 팬들의 애정과 지지는 그 동안 과할 정도였다. 그러나 호날두와 유벤투스는 이제 거대한 안티 세력을 한국에서 만들었다. 팬들의 기대를 짓밟은 호날두와 유벤투스의 자업자득이자 인과응보이다.

- 권상집 동국대 상경대학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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