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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13.09.16 06:49

[권상집 칼럼] 바보 상자가 생산하는 바보 뉴스

뉴스 본연의 가치를 잃어버린 TV 중계 기사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요즘 젊은 신세대들은 뉴스나 드라마를 텔레비전으로 보지 않고 인터넷으로 접하는 경우가 많다. 다들 바쁜 삶을 살아가기에 텔레비전 앞에서 가족이 모두 모여 함께 시청할 여유도 없지만 그보다 더 직접적인 이유는 어느덧 우리 곁엔 더 많은 언론 매체들이 TV프로그램이 끝나자 마자 해당 프로그램의 내용과 주요 긴박했던 프로그램 속 사항을 모조리 다 알려주기 때문이다.

물론, 필자가 주요 언론, 특히 연예 매체들이 기사를 통해 TV 프로그램의 상세 내용을 설명하는 것에 모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자기가 너무 보고 싶었던 드라마나 방송 프로그램을 놓친 경우 기사를 통해 시청자 입장에서 알고 싶었던 정보를 접할 수도 있고, 스포츠의 경우 TV 중계가 되지 않았던 해당 경기 결과가 궁금하면 끝나자마자 올라오는 결과 기사를 통해 경기가 얼마나 박진감 넘치게 진행되었는지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그러나 요즘은 연예 매체뿐만 아니라 비연예 매체에서도 TV프로그램을 거의 생중계하기에 바쁘다. 이 글을 읽어보는 분들은 궁금하면 지금 곧바로 인터넷에 접속해 보면 알 것이다. 연예 매체뿐만 아니라 일반 정론지/경제지도 현재 실시간으로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 내용을 받아적고 있다는 걸 쉽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다. 언론의 경쟁이 오프라인 신문에서 온라인 공간인 인터넷으로, 그리고 모바일로 바뀌다 보니 중요 사건이 아니더라도 대다수 네티즌들의 구미에 당기는 내용은 주제와 상관없이 실시간으로 옮겨 적고 올려야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정론지/연예지/경제지 할 것 없이 국민들 대다수가 몰라도 되는 드라마 내용과 관련된 기사가 인터넷 공간을 도배하고 있다.

특히 요즘 들어선 드라마, 예능이나 뉴스, 교양 프로그램이 완전히 끝나고 기사가 올라오는 것이 아니라 거의 시작과 동시에 실시간으로 기사들이 올라오고 있다. 이런 내용의 기사엔 어김없이 네티즌들의 야유와 비난이 함께 따라 온다. 기자가 시청자가 되는 순간 이미 기자와 일반 시청자 사이의 갭은 줄어들고 언론인 또는 언론으로서 가져야 하는 사명과 소명의식은 사라지고 만다.

물론, 모든 기자가 꼭 그렇다는 건 아니다. 지금도 상당수 기자들은 발에 땀이 나도록 발품을 팔며, 시청자 또는 독자가 평소에 접하지 못하는 주요 정보 또는 팩트를 확인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우리가 신문이나 방송을 접하려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곳의 이야기, 사건, 주요 토픽을 접하기 위해 신문이나 방송을 보지, 우리와 동일한 시간에 편히 앉아서 TV를 중계하는 기자들의 뉴스나 기사를 보기 위해 웹사이트에 접속하는 건 아니라는 점을 TV 중계를 하는 언론인들은 기억했으면 한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5분 간격으로 각 방송국의 주요 프로그램에 대한 상세 내용이 올라오고 있다. 무한도전, 런닝맨과 같은 인기 있는 예능 프로그램이나 주말 드라마는 끝나기가 무섭게 웹페이지 곳곳을 장식해버린다. 예전에는 중요 사건이나 사안이 발생했을 때 관련 기사가 많게는 몇 십개에서 몇 백개가 나갔다. 지금은 TV 프로그램 하나가 몇 십개에서 몇 백개의 기사를 매일 같은 내용으로 실시간 토해내고 있다. 이거야말로 바보 상자가 만드는 바보 뉴스가 아니고 무엇인가? TV 중계가 아닌 세상을 실시간으로 살펴보고 관찰한 기자들의 기사를 우리는 이제 접하고 싶다. 

- 권상집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박사

(한국개발연구원(KDI) `미래 한국 아이디어 공모전' 논문 대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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