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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6.20 08:40

나는 가수다 "새 가수 조관우와 장혜진을 환영하며..."

단지 다시 공중파에 모습을 보이는 것만도 반가운 이름들...

 
처음 그의 노래를 들었을 때 굉장히 호소력짙은 목소리의 신인여가수가 한 사람 나왔구나 생각했었다. 신인이라기에는 한 30대 정도의 나이가 아니었을까. 그만큼 그 가녀린 미성에 서린 감정의 서사는 대단한 것이었다. 남자라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아마 음반구입에 그다지 성실하지 못한 내가 거의 모든 앨범을 빼놓지 않고 구입한 몇 안 되는 가수였을 것이다. 남자에게서 들려지는 가녀린 미성이란 이렇게 아름답구나. 가녀린 가성 아래 단단하게 받쳐주는 진성은 분명 남자의 그것이었다. 팔셰토창법이라는 이름은 나중에서야 들어 알았다. 조관우였다. 이승철, 임재범, 신승훈, 김건모와 더불어 90년대를 지배했던 또 하나의 목소리. 그의 목소리는 정말로 특별한 것이었다.

상당히 저음역대까지 내려가는 진성과 전설의 카스트라토를 소재로 한 영화 "파리넬리"에서의 "울게 하소서"를 완벽하게 소화해내던 환상적인 고음, 그 넓은 음역대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며 어떤 평이한 노래도 놀라울 정도로 드라마틱하고 다이나믹한 음악으로 재탄생시키던 그 탁월함이. 무엇보다 조관우라는 이름만으로도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 단지 그가 부르는 것만으로도 한 번 그가 부른 그 노래를 들어보고 싶다고 여기게 만드는 누구도 흉내내지 못할 그만의 고유한 개성과 특별함이. 대한민국 대중음악계에는 조관우가 있다.

사실 많이 아쉬웠다. 2000년대 들어 대중음악에 대한 관심 자체가 시들해지면서 많이 외면하고 있었던 것도 있었지만 더 이상 조관우와 관련한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 누구보다 조관우의 새음반을 기다려왔던 한 사람이 아니었을까.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조관우만의 목소리를 다시 한 번 듣고 싶어졌다. 그리고 <나는 가수다>에 이소라를 대신해 출연.

장혜진은 솔직히 그다지 기억이 없다. 그다지 미디어에 노출도 잘 되지 않았고 오로지 기억이란 그녀의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상당히 세련되고 호소력짙은 목소리 뿐이었다. 무척이나 고급스럽게 노래를 부르던 가수였다. 이번에 마침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그려온 이미지 그대로라 너무나 반갑고 신기한 기분이다.

정작 <나는 가수다>에 출연한 가수들 자신도 그리 말한다. TV에서만 보던 가수들이다. 단지 친해질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벅찬 신비한 사람이라고. 짧지만 강한 신드롬을 일으키고 떠나간 임재범에 비해 결코 실력이나 커리어에서 밀리지 않는 이들이다. 임재범을 바라보던 당시 가수들의 모습처럼. 그러고 보면 이들의 전성기에 <나는 가수다>에서도 아직 데뷔조차 못하고 있던 가수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비로소 동경하던 스타를 같은 무대 위에서 만나게 된 느낌이랄까? 그 기분은 또 어떨까?

<나는 가수다>에 대한 여러 많은 불만과 우려 속에서도 도저히 이 프로그램을 끊지 못하는 이유다. 방송출연조차 그다지 없는. 대중들에 거의 노출되지 않은. 근황조차 아는 사람이 드물었다. 그런 가수들이 <나는 가수다>이기에 섭외되고 또 출연을 결정한다. 그들의 목소리를 생생한 영상과 함께 라이브로 들려준다. 이보다 더 큰 축복이 있을까.

더구나 장혜진에 대한 기억은 그다지 없어도 조관우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순위로 손꼽히는 가수다. 그가 들려주는 처절하면서도 아름다운 미성의 가성은 대한민국에서 단 한 사람 - 오로지 그만이 가능한 대한민국 대중음악계의 국보와 같은 존재다. 한국 대중음악에 있어서 명창이다. 손꼽아 기다려 왔었다. 다시 공중파 무대에 선 그를. 그의 모습을. 목소리를.

솔직히 실망이었다. 내가 아는 조관우는 무척이나 드라마틱하고 다이나믹한 노래를 들려주는 가수였다. 자신이 가진 목소리의 매력을 최대한 살려 같은 노래를 부르더라도 그 어떤 가수들보다 격정적이고 치열한 드라마를 자신의 목소리로 펼쳐 보이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단순히 남의 노래를 그대로 해석해 부르는 수준이라니. 편곡에 대한 고민이라는 것이 있었을까? 내가 아는 조관우는 이 정도가 아니다. 50%? 그 이하였다. 기대 이하였다.

오히려 아쉽다면 조관우와 함께 공동 6로 최하위로 떨어진 김범수가 부른 "여름안으로"였을 것이다. 원곡은 신나는 댄스곡이지만 김범수의 말처럼 그의 리메이크곡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그 시절을 떠올리며 부르는 아련함이 묻어나고 있었다. 그것도 아픈 기억을 간직한 아련함이 아니라 현재를 받아들일 수 있는 긍정과 행복이 묻어나는 아련함이었다. 행복하구나. 즐겁구나. 김범수의 표정에서부터 그것이 느껴졌다. 어느 바닷가였을까? 파도가 치고, 갈매기가 날고, 뛰어노는 아이가 있었으리라. 어느 문득 기억이 떠오른 여름날처럼. 설마 이 노래가 최하위까지 떨어질 줄이야.

물론 BMK의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는 1위에 어울리는 훌륭한 노래였다. 재즈편곡이라고 하는데, BMK의 소울이 더해지면서 얼핏 블루스의 끈적한 리듬이 묻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블루스는 인간의 원초적 감성을 자극한다. 하긴 재즈도 마찬가지다. 둘 다 흑인음악에 뿌리를 두고 있다. 나른함과 끈끈함, 그러면서도 리듬을 타며 어깨를 들썩이게 만드는 흥겨움. 가장BMK다웠으며 가장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스러웠다. 이제까지 가운데 최고였다.

박정현의 "바보"를 듣고 나는 이 노래야 말로 이번 경연에서 우승할 것이라 생각했다. 살짝 오버필이었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것은 온몸으로 노래를 부른다고 하는 것의 다른 말이었다. 항상 그래왔지만 이번의 무대는 그녀의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 그녀의 영혼까지 위어짜며 부르는 사람이 가질 수 있는 호소력의 극한이었다. 그녀의 감정이, 그녀가 부르는 가사의 감정이 영혼이 전이되듯 그대로 각인되어 왔다. 박정현은 정말 노래를 부를 줄 아는 가수구나.

YB의 "커피 한 잔"은 YB가 직접 편곡한 것을 몰랐다면 신중현 선생님이 대신 편곡해 준 것은 아닌가 오해했을 것이다. "커피 한 잔"이라고 하는 노래를, 그 노래를 쓴 신중현의 존재를 그들은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 블루스와 사이케델릭에 뿌리를 둔 신중현은 연상케 하는 기타리프와 때때로 신디사이저와 마찬가지로 곧잘 밴드음악에 넣곤 하던 관현악의 연주. 그 조화가 이 이상의 "커피 한 잔"은 없을 것 같다. 원곡의 느낌을 최대한 살렸으며 그것을 완벽하게 자기 것으로 만들어 현대에 맞게 되살렸다.

그에 비하면 옥주현의 "서시"는 너무 예쁘다는 느낌? 잘 꾸몄다는 느낌을 받았다. 옥주현을 보면서 항상 느끼는 것이다. 선입견일 것이다. 뮤지컬같다.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어딘가 모르게 필자로서 부족한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후반의 애드립은 너무나 훌륭했지만 또한 전반의 예쁜 느낌과도 서로 배치되고. 그러나 그녀 나름의, 어쩌면 여성이기에 가질 독특한 노랫말에 대한 해석은 흥미로웠다. 이번 무대에서 유일하게 원곡을 듣고 싶어졌던 무대였다.

장혜진의 "슬픈 인연"에 대해서는 하필 조관우가 부른 버전도 들어 본 적 있었다. 015B서부터 수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한 것을 들었지만 한 번도 원곡을 부른 나미보다 낫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는데, 확실히 그녀가 부르면 뭔가 새롭다. 단정하고 정돈된 듯 하지만 그러나 말 그대로 마음 한 구석을 따끔하게 만드는 아픔이 느껴진다. 역시 장혜진이구나. 하지만 조금 호소력 짙은 김연우가 아니었을까.

아마 처음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느라 무대의 성향을 잘 이해하지 못한 탓도 있을 것이다. 김범수의 경우는 지난주 1위도 했고, 마침 이소라도 프로그램을 떠나고 했으니 이제부터는 자기가 하고 싶은 그런 음악을 하겠다는 욕심이 생긴 것 같고. 그에 비해 조관우나 장혜진이나 전부터 해오던 것이 음악이 그런 것이었으니까. 그래서 잘하지만 뭔가 부족하고 밋밋하다. 프로로써의 여유란 <나는 가수다>에서는 모자름과 같은 뜻으로 쓰인다. 장혜진이며 조관우 역시 누구보다 폭발력있는 목소리를 들려줄 수 있는 가수들인데.

아쉽다면 조관우와 정혜진이 임재범이 그랬던 것처럼 강한 인상을 남기며 안착할 수 있을 것인가. 조관우의 팔셰토 창법이라는 자체가 싫은 사람에게는 무척 싫을 수 있는 것이어서. 다행히 장혜진은 깔끔하면서도 호소력짙다. 조금 더 분발해야 할 테지만 말이다.

조관우의 <나는 가수다> 입성을 환영한다. 장혜진은 지상열의 말처럼 장수할 수 있으리라 본다. 최고의 - 그러면서도 서로 다른 개성을 갖는 베테랑들. 그 어느 때보다 두 사람의 분발과 분전을 기대해 본다. 보는 즐거움과 기다리는 설레임이 있다. 듣는 반가움이 있다. <나는 가수다>의 미덕일 터다.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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