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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3.08.15 06:10

[TV줌인] 굿닥터, "의사의 자격, 나는 소통이 되는 파트너가 필요해!"

환자를 위한 선택, 집도의 차윤서 수술을 시작합니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아이들이란 참 사랑스럽다. 물론 전제가 붙는다. 자기의 아이이거나, 혹은 자기와 전혀 상관없는 아이이거나. 말이 통하지 않는다. 무슨 말을 하는지도 알아듣지 못하겠고,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들으려 하지 않는다. 변덕스럽고 제멋대로인데다 고집불통이다. 사랑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감당이 안되는 것이 바로 아이들 돌보는 일이다. 그런데도 자기 아이도 아닌데 사랑과 인내로서 다른 사람의 아이를 보살피는 일이란 얼마나 대단한 일이겠는가 말이다.

그냥 보살피는 정도가 아니다. 아픈 아이를 치료하는 일이다. 어디가 아픈지, 어떻게 아픈지, 혹은 과연 아프기는 한 것인지, 그러나 그런 기본적인 내용조차 아이들은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저 아프니까 울고, 아파서 떼를 쓰고, 때로는 아프지도 않으면서 아픈 척 꾀병을 부리는가 하면, 어떤때는 분명 아픈데도 병원이 무서워 아프지 않은 척 연기를 하기도 한다. 물론 그런 정도야 경험많은 의사라면 누구나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소통이다. 아이들과 기본적으로 대화가 통해야 하는 것이다.

더구나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에게는 당연히 보호자가 따르기 마련이다. 당사자와는 또 다르다. 부모의 마음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이다. 세상 전부를 준다고 해도 바꾸지 않을 소중한 자신의 아이다. 당사자는 괜찮아도 부모가 괜찮지 않다. 당사자가 아직 그것을 분명하게 인지하지도, 또 표현하지도 못하기에 부모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다. 자식걱정에 노심초사하며 때로 자신을 놓아버리기도 하는 부모들과도 의사는 소통하지 않으면 안된다. 아직 스스로를 책임질 어떤 능력도 준비도 갖추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환자의 치료를 위해서도 부모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부모를 안심시키고 치료에 협조하도록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이해를 구한다. 때로 그 과정에서 갈등이 불거지는 경우도 있다.

하기는 그런 점에서 어쩌면 박시온(주원 분)은 훌륭한 자질을 타고난 것인지도 모르겠다. 다른 사람의 말이나 행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무슨 말을 하든 어떤 행동을 보이든 그는 항상 마이페이스다. 본래 의도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소통의 능력부재는 주위로 하여금 그렇게 여기도록 만들어 버린다. 부모들이 무어라 말하든, 어떤 태도를 취하든, 그는 오로지 자기가 할 바만을 충실히 하려 한다. 오해받더라도, 그로 인해 비난박게 되더라도 그는 전혀 아랑곳없어 보인다. 더구나 박시온은 의사로서도 매우 방대하고 치밀한 지식을 축적하고 있다. 박시온이 하자는대로만 한다면 어떤 병이든 치료될 수 있을 것 같다.

세상에 의사라고는 박시온 혼자 뿐이라면 상관없을 것이다. 아니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박시온이라는 의사 개인의 역량에 의해서만 이루어진다면 또한 전혀 문제될 것이 없을 것이다. 다른 의사도 필요없고, 간호사도 상관없고, 부모의 존재 또한 아랑곳없다. 치료를 받는 주체일 환자들조차 일방적으로 대상으로 여긴다.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도한(주상욱 분)은 차라리 평범하더라도 소통이 가능한 의사가 자기에게는 필요하다 말하고 있는 것이다. 치료는 의사 개인이 아니라 모든 주체들이 함께 참여하여 완성해가는 것이기에.

▲ 제공:KBS

사실 그같은 문제는 박시온의 놀라운 기억력과 그에 기반한 방대한 의학지식에도 불구하고 철저히 국외자로써 단지 필요할 때 조언만 하는 수준에 멈추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시스템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거부당한다. 병원과 의사, 간호사, 환자, 그리고 보호자라고 하는 구성과 구조 안에서 그는 이방인으로서 오로지 겉돌고 있을 뿐이다. 벌써 초능력이라고 해도 좋을 남다른 기억력으로 어느 누구보다 빠르고 적확한 판단으로 사람을 몇이나 살리고 있었음에도 누구도 그의 능력을 부려워하거나 질투하지 않는 것이 그 증거다. 그는 단지 자폐증 환자일 뿐 의사도 무엇도 아니다. 의사로서도 동료로서도 그는 신뢰받지 못한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역시 드라마는 묻고 있는 것이다. 그것으로 좋은가. 소통이란 그런 것으로 좋은 것인가. 소아외과 과장 고충만(조희봉 분) 역시 소통하고 있다. 부원장과, 친척인 전무와, 그리고 환아의 보호자들과. 차윤서(문채원 분)과도 소통하려 한다. 어째서 환자를 받아서는 안되는가. 병원의 입장과 소아외과의 입장과 자신의 입장을 설득하려 한다. 환아의 보호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박시온은 그럼에도 어눌하나마 이유에 대해 설명하려 하고 있었다. 그러나 환아의 보호자는 자신의 상식을 이유로 그것을 일방적으로 거부하려고만 하고 있었다. 그것을 다시 일방적으로 병원과 의사들에 강요하려 하고 있었다. 박시온의 의사로서의 지식이나 능력에 대해서는 아예 처음부터 알려고도 하지 않은 채 환아의 보호자라는 위치를 이용해 압력을 행사하려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고충만의 지시에 일방적으로 거부하고, 심지어 김도한(주상욱 분)의 지시마저 어긴 채 수술을 시작한 차윤서는 틀렸는가.

많은 대화들이 오가고 있다. 병원장 최우석(천호진 분)과 부원장인 강현태(곽도원 분) 사이에서도, 강현태와 기획경영실장인 유채영(김민서 분) 사이에서, 역시 강현태와 전무, 혹은 소아외과 과장 고충만 사이에서도, 김도한과도 유채영은 대화를 나눈다. 강현태는 다시 병원밖에서 의문의 인물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런 대화들이 과연 얼마나 치료에 도움이 되고 있는가. 어눌하지만 박시온이 하는 말들은 오로지 환자와 환자의 치료방법에 대해서만 집중되고 있다. 관계를 유지하고, 관계를 변화시키고, 그 관계 속에 자기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선택하는 대화란 과연 환자의 치료와 어떤 관계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런 것들이 환자와 환자를 위해 어떤 도움이 되고 있는가.

소통은 중요하다.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은 무엇보다 중요할 수 있다.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서로를 위해 배려한다. 그러나 병원이다. 의사다. 그렇다면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가. 불통이 오히려 필요할 수도 있다. 차윤서도, 그리고 김도한도, 의사로서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불통을 선택할 수 있는 이들이다. 물론 전제는 소통이다. 관계고 이해고 대화고 납득이다. 그러나 그것이 추구해야 하는 바는 다른 무엇도 아닌 환자와 환자의 치료여야 할 것이다. 의사로서 가장 중요한 자질이 결여된 박시온이 가끔 진짜 의사처럼 보이곤 하는 이유인 것이다. 그렇더라도 기본적인 사회생활조차 불가능한 의사란 여러가지로 곤란한 부분이기는 하다.

차윤서는 선택한다. 결국 그녀도 의사였다. 데이트 도중임에도 김도한 또한 환자의 상태가 급하다는 연락에 바로 병원으로 달려간다. 그토록 김도한에게 반감을 내보이던 김재준이었건만 정작 김도한의 수술을 지켜보는 동안에는 오로지 환자에 대한 걱정 뿐이었다. 그에 반해 고충만은 오로지 소통만 하고 있을 뿐이었다. 무엇이 중요한가. 무엇이 우선인가. 차윤서는 고충만과의 소통을 거부한다. 김도한의 지시까지도 거부한다. 박시온의 영향 같은 것이 아니다. 그것이 원래 그녀의 본질이었다. 박시온과 대비된다. 오로지 한가지 가능성밖에 없던 박시온에 비해 그녀는 스스로의 책임에 대해 선택한 것이다. 환자를 살리겠다.

확실히 편지에 제작자의 의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한 주 분량인 2회 안에서 친절하게 끝내줄 생각같은 건 처음부터 없었던 모양이다. 바로 어제도 죽느냐 사느냐로 시청자의 애가 타도록 만들더니, 이번에도 역시 생과 사의 경계에서 벌써부터 다음주를 기다리도록 만든다. 시련은 충분하다. 충분히 따돌림당했고, 괴롭힘도 당했다. 실수도 했고 잘못도 저질렀다. 다시 보상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직 그 방법은 알 수 없다. 아이가 살고, 차윤서는 의사로서 다시 한 단계 성장하며, 박시온 역시 어른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까?

스스로도 묻게 된다. 능력이 뛰어나지만 소통이 불가능한 의사와 능력은 평범하지만 소통이 가능한 의사, 과연 자신은 어떤 의사를 선택할 것인가. 무엇보다 우선하는 것은 신뢰다. 의사로서의 능력에 대한 신뢰인가, 의사라고 하는 인간에 대한 신뢰인가. 그러나 의사로서의 능력을 알려 해도 먼저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대화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일방적인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하물며 소아외과다. 아직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아이들을 상대로 한다. 박시온은 성장할 수 있을까? 해피엔드를 기대하게 된다. 드라마는 현실보다 더 드라마틱해도 좋다. 조금 더 동화같아도 좋다. 자신의 진심을 보다 능숙하게 표현할 수 있다면.

결국 모든 갈등의 원인일 것이다. 서로의 의도가 엇갈린다. 오해가 쌓인다. 오해로부터 잘못된 판단이 내려진다. 입장이 갈린다. 충돌하게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말로 하지 않아도 통하고 마는 진심이라는 것이 있다. 차윤서는 의사다. 박시온도 의사다. 김도한 또한 그토록 박시온을 싫어하면서도 수술도중 박시온의 말에 귀를 열고 있었다. 무엇보다 우선하는 것이다. 의사라는 것. 그들은 의사였다. 환자 앞에서 그들은 의사로 돌아가고 만다.

소아외과의 현실일 것이다. 힘들다. 어렵다. 그렇다고 보상이 충분한 것도 아니다. 구조적으로 소외되어 있는 분야라는 자체만으로도 드라마적 요소가 될 수 있다. 그 자체로 긴장이 조성되고 갈등이 빚어진다. 밤새도록 병원을 떠돌다가 겨우 소아외과 전문의가 있는 성원대학병원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강현태의 의도가 궁금하다. 그는 진심으로 김도한의 수술에 감탄하고 있었다. 누구도 다치게 하지 않겠다. 어쩌면 진심일지 모르겠다.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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