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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6.17 09:55

최고의 사랑 "좋은 사람이 일찍 죽는다!"

비호감이라는 말의 허구성

 
좋은 사람은 일찍 죽는다. 욕을 많이 먹으면 오래 산다. 다만 여기에서 욕이란 구애정(공효진 분)이 듣고 있는 욕이 아닐 것이다. 한민아(배슬기 분)에게 가해지는 욕이며, 강세리(유인나 분)에게 가해지는 욕이다. 처세가 좋고 요령이 좋다. 행복해진느 방법을 안다.

결국 10년만에 국보소녀가 해체된 내막이 밝혀지고 말았다. 그것도 대중들에 밝혀진 것이 아니라 과거 국보소녀 멤버 나머지 두 명에게만 한민아의 입을 빌어 밝혀지고 있는 것이다. 너무 착하고 너무 성실했다. 너무 배려심 강하고 의리가 깊었다. 그래서 그녀는 모든 비난의 중심에 있었다. 같은 그룹의 멤버이자 동생들은 한민아와 강세리를 지키기 위해서.

하기는 어쩔 수 없다. 사람은 보이는 것만 본다. 들리는 것만 듣는다. 구애정이 자기 입으로 말하지 않는데 사람들이 어찌 알겠는가? 알지 못하니 오해를 할 수밖게 없고, 모르는 만큼 추측으로 대신하다 보니 오해는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 결과가 국민비호감 구애정. 구애정이 조금만 더 솔직할 후 있었다면. 조금만 더 멤버들을 배려 않고 자기 잇속만 챙길 수 있었다면?

모순이다. 구애정이 국민비호감인 이유는 그녀가 본인 행동이 그다지 대중이 보기에 좋지 못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도덕적으로 옳지 못하다. 윤리적으로 바르지 못하다. 그렇다면 비호감이 되지 않기 위해 한민아의 비밀을 까발리고 강세리의 잘못을 들추어야 했을까? 가족을 전면에 내세워 동정심을 유도했어야 했을까? 그러면 비호감이 아닌가?

그래서 강세리가 호감인 것이다. 구애정을 골탕먹이려 커피에 약을 타고, 그로 인해 한민아가 불행한 일을 겪고, 그러나 그녀는 눈물을 흘리는 방법을 안다. 동정심을 사는 방법도,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방법도, 그를 위해 필요한 말과 글에 대해서도 정확히 이해하고 실제로 행하고 있다. 사람들에게 보이고 들리는 강세리의 모습이란 그런 것이다.

다른 멤버들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인고의 시간을 선택한 구애정과, 그러나 자기의 인기와 이익을 위해 서슴없이 거짓말을 하는 강세리, 그러나 사람은 눈으로 보이고 귀로 들리는 것만을 보고 들을 수밖에 없기에. 설사 그것이 거짓이더라도 보이기에 보고 들리기에 듣고 그리고 믿을 수밖에 없다. 그것이 전부라고. 전부라 판단하고. 구애정이 비호감이 된 이유다.

이미지로써만 서로를 대할 수밖에 없는 현실의 한계일 것이다. 사실 가까운 사이에도 그렇다. 부모와 자식이라고 서로의 깊은 곳에 대해서까지 모두 아닌가. 단지 보이는 것 뿐이다. 들리는 것 뿐이다.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라 생각한다. 어째서 바보상자인가? 자기 눈으로 현장을 보고 있다는 착각이 TV가 보여주는 정보에 맹신하도록 만든다. 인터넷 역시 자기가 생산한 논리와 논거에 그것이 사살이라 착각하게 된다.

물론 더 중요한 이유는 그만큼 가볍기 때문이다. 그렇게 중대한 문제라며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온 인터넷과 대중들이 떠들어대다가 기자회견까지 열고 자숙을 강요하고 있었다. 하지만 언제 그랬느냐는 듯 독고진(차승원 분)의 심장수술이라는 더 큰 이슈가 터지자 처음부터 아예 없었던 것처럼 묻혀버리고 말았다. 그만한 정도니까. 더 깊이 더 넓게 더 다양하게 생각할 것 없이 그 정도가 고작이니까. 그것이 심각한 이유는 게임에서 지구를 침략하는 외계인에 심각해지는 것과 같다.

말 그대로 하나의 게임인 것이다. 오늘은 구애정. 구애정의 애인에서, 국보소녀의 해체까지, 그리고 그 다음은 독고진의 심장수술. 지나고 나면 관심도 없다. 독고진의 심장수술에 대해 한참 떠들고 있는게 국보소녀 해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봐야 누구 하나 신경이나 쓰겠는가? 한 순간에 철저히 잊혀지고 묻혀버리고 만다. 고작 그 정도의 무게로.

너무나도 적나라한. 6월 15일의 13회가 언론과 네티즌에 의해 여론이 만들어지는 물리적 과정을 그리고 있다면 6월 16일 14회는 그 본질에 대해 다루고 있다. 그들이 알고 있다고 믿는 진실이란 얼마나 가벼운가. 그들이 알고 있다고 믿는 진심이란 얼마나 허무한가. 그들이 그토록 믿고 있고 행동하게끔 하고 있던 사실과 근거들이란 얼마나 타당한 것들인가. 결국 버티고 나니 이슈가 잠잠해지자 구애정은 여전히 연예정보프로그램 리포터로 활동하고 있다.

다 지나가리라. 강세리처럼 영리하지 못할 것이면 구애정처럼 곰같이 우직하기라도 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울고 고통스러워하면서도 그녀는 끝내 그 모든 것을 감내하며 여전히 연예계에서 버티고 살아간다. 지켜야 할 것들을 위해서. 지킬 것이 있는 인간이란 강한 것일까? 그런 강함이 있었기에 끝까지 자기가 고통스러워하면서도 한민아와 강세리를 지켜줄 수 있었던 것일 테지만.

차라리 핑계삼아서 떠나 있을 것을 이야기하는 남자 윤필주(윤계상 분)과 그럼에도 곁에 남아 있으려는 여자 구애정, 심지어 독고진의 수술이 성공하고 완전히 나아 자신을 떠난다 해도 받아들이겠다 말한다. 항상 울고 항상 불안해하고 항상 아파하고 떨고 있으면서도 그녀는 그렇게 강한 여자다. 자기가 그렇게 강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이 그녀가 강한 이유다.

아무튼 역시나 흥미로운 강세리다. 처음 보는 순간 깨달았다. 아마 유인나의 캐릭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강세리는 악역이라기보다는 단지 철이 없을 뿐이다. 악하다기보다는 단지 누구보다 자기의 욕망에 솔직할 뿐이다. 심지어 오래도록 보지 않던 멤버들과 함께 사진이나 찍자고 핑계김에 찾아오는 그 살가움처럼. 그런 정도 솔직하지 않은 것은 애교스러운 것이다.

독고진이 제발 수술 잘 되게. 살아나게. 그래서 구애정과 잘 될 수 있도록. 하지만 결국 기도를 하는 첫째 이유는 자기가 윤필주와 이어지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 솔직함이 있으니 구애정의 진실을 들었을 때 전혀 망설임없이 구애정의 편에 설 수 있었던 것이다. 오히려 장실장을 협박해가며 그녀는 구애정을 지키려 한다.  구애정에 대한 질투에 솔직했던 것처럼 구애정에 대한 고마움과 그리움에 솔직하다. 윤필주에 대한 사랑에 솔직하다.

한민아에 대해서도 어째서 그렇게 이기적인가? 모든 사람은 이기적이다. 구애정이 특별한 것이다. 특별한 여자니까 특별한 남자들이 좋아한다. 특별한 인간이니까 드라마의 주인공까지 한다. 독고진도 윤필주도 세상에 없듯 구애정도 없다. 그렇게까지 자기를 희생해가며 누군가의 비밀을 지켜준다? 지켜야 할 행복이 클수록 사람은 비겁해진다. 하지만 또 그렇기 때문에 뒤늦게나마 구애정을 위해 제니와 강세리에게 진실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일 테지.

과연 독고진은 어떻게 될 것인가? 아직 2회나 남았다는 점에 걸어보고 싶다. 어느새 윤필주도 정리되는 분위기고. 강세리마저 기도에 나서고 있고. 무엇보다 제목이다. 죽어서 하는 사랑은 최고의 사랑이 아니다. 죽음이야 말로 살아있는 사람에 대한 가장 큰 배신이다. 사람이 사람에게 할 수 있는 가장 큰 사랑은 살아있는 것이다. 그리고 행복해지는 것이다. 그것도 함께.

사랑은 기적을 이룬다. 오로지 사랑만이 기적을 일군다. 독고진이 살아야 윤필주도 행복하다. 그는 좋은 사람이다. 유일한 단점이다. 좋은 사람이라는 것. 니나는 폴과 같은 세계에 살지만 구애정은 독고진과 같은 세계에 산다. 사랑이 행복함을 믿는다. 드라마의 힘이다. 그 힘을 믿는다.

벌써 14회, 연장 없이 깔끔하게 다음주 16회로 마무리지으려 한다. 사전정보 없이도 14회에서 그 의지를 느꼈다. 아마 근래 보기 드문 완성도 있는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시작만큼이나 끝은 중요하다. 원래 의도한 대로. 기대하게 된다. 아름다운 드라마다. 마지막까지 아름다울 수 있기를. 부디.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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