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13.07.30 20:22

[권상집 칼럼] 어느 공인의 죽음을 통해 바라본 자본주의 사회의 날카로움

그들의 죽음 뒤에 가려진 자본의 논리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최근 김종학 PD와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가 연일 목숨을 끊으며 많은 국민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대중의 호불호를 떠나 두 명 모두 공인이고, 왕성한 활동을 최근까지 보여주었기에 이번 소식은 더욱 안타깝기만 하다. 

김종학 PD의 경우, 드라마의 산업화, 드라마의 대중화, 드라마의 대작화를 모두 이루어낸 한국 드라마계의 간판스타라고 할 수 있다.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와 같은 전국민에게 회자되는 숱한 작품을 만든 바 있다.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는 또 어떤가. 비록 성재기 대표에 대한 사람들의 호불호가 엇갈리고 때로는 대중의 날카로운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자신이 주장하는 생각과 사상에 있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한 주장을 펼쳤던 인물이다.

한 명은 자살, 한 명은 남성연대를 위한 퍼포먼스 과정 중에서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지만 이러한 사고의 원인은 모두 동일하다. 자본의 힘이 어느덧 사람의 목숨까지 날카롭게 빼앗고 있음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는 것이다.

한때, ‘김종학 프로덕션’은 드라마계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한 동안 상당수의 히트작을 냈지만 그 후 지속적인 자금압박과 지난해 김종학 PD가 연출한 ‘신의’의 미지급금에 따른 소송이 잇달아 벌어지며 검찰의 수사가 다가오자 심적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단순한 공인의 죽음이 아니라 이 뒤에 숨겨진 건 무서운 자본의 논리이다. 방송사가 거의 전형적으로 드라마와 관련된 각종 비용을 방송 종료 후에 지급하며, 일부 초대형 스타를 제외하고선 스텝 인력과 조연급 배우들은 급여와 출연료 등을 받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있다.

드라마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드라마 방영 후 원금과 수익금 등을 찾아가고, 드라마 제작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출연료에선 일부 한류급 스타를 자처하는 톱스타들이 거액을 받아가며, 남은 출연자와 스텝 인력은 자신의 노동에 대한 대가를 전혀 받지 못하는 일이 지금도 속출하고 있다. 전형적인 승자독식사회의 한 단면이 지금 대한민국 드라마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고, 이 일은 지금도 시정되지 않고 있다. 특히, 드라마의 산업화를 이끌었던 김종학 PD까지 목숨을 잃게 되자, 드라마에서 수익을 창출하기가, 또한 지속적인 선순환 투자구조를 유지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대중은 실감하고 있다.

성재기 대표의 죽음 역시 단체를 운영하는데 소요되는 후원금 유치와 무관하지 않다. 시민단체는 사실 전적으로 후원금이 없으면 운영되기 힘든 구조를 갖고 있다. 성재기 대표는 최초로 남성 인권 보호라는 독특한 구호를 내세우며 남성연대를 처음으로 만든 인물이다. 그의 주장에 대해 일부 찬반 논란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당당히 남성연대를 운영하겠다’며 정부 지원을 받지 않을 정도로 뚝심 있는 인물이기도 했다. 부족한 후원금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여 이로 인해 많은 적자를 냈고 그 적자는 고스란히 성재기 대표 개인의 빚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시민단체에 대한 후원 부족이 그에게 극단적인 결정을 부추겼는지 모른다.

물론, 故 김종학 PD나 성재기 대표 각각의 인물에 대한 호불호가 지금도 엇갈리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만이라도 그들에 대한 찬반을 떠나 자본의 논리가 우리 드라마 시장을 얼마나 왜곡하고 드라마계에 종사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얼마나 허탈하게 하는지, 지금도 어려운 후원금 모집에 난항을 겪고 있을 시민단체 종사자들이 얼마나 힘든 과정을 겪고 있는지 다시 한번 절실히 느꼈으면 한다.

차가운 자본의 논리가 승자독식사회를 부추기며 자본의, 자본에 의한, 자본을 위한 세상으로 이 사회가 조금씩 이동하고 있는 느낌이다. 미래가 이미 와 있는 것이 아니라 자본의 칼날이 이미 우리들 앞에 와 있다고 한다면 오늘날 지나친 과장일까.

- 권상집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박사

(한국개발연구원(KDI) `미래 한국 아이디어 공모전' 논문 대상자)
 

 

모바일에서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