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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13.07.24 18:49

[권상집 칼럼] 품격없는 말의 요란스러움

일관성 없는 언행으로부터 오는 불쾌감, 그리고 빈곤한 그들의 생각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특권학교의 저격수라 자칭 불렸던 김형태 서울시의회 교육의원의 아들이 자립형 사립고에 입학해서 논란을 불러일으킨 건 사실 국민들 입장에선 하나도 새롭지 않다. 이전에도 진보교육감의 대표라고 자부하던 곽노현 전 교육감이 특목고가 학생들에게 특권의식을 불러일으키기에 폐지를 주장했지만 이내 아들이 외고에 입학한 사실이 알려지며 항간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문제는 이들이 하나같이 자신은 대안학교를 보내거나 특목고에 보내지 않기 위해 노력했으나, 아내와 아이의 특목고 또는 자립형 사립고에 대한 입학 희망이 커 어쩔 수 없었다는 그들의 항변이다. 또한, 최근 종편에서 인기를 구가하는 모 프로그램에선 정치연구소의 소장인 사람이 나와서 학교 교육에 대한 입장과 자신의 자녀에 대한 학업 선택은 다를 수 있다며 이들을 궁색하게 옹호하기도 했다. 즉, 학교 교육은 전반적인 국가 상황을 고려해서 결정할 수 있어도, 자신의 자녀가 특목고에 진학하고 싶어하는데 굳이 이를 반대하는 건 부모 입장에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로 표리부동한 언행의 극치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교육관이 올바른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자녀마저 설득하지 못한다면 이 땅에 사는 대한민국의 수백만 학부모와 학생의 입장은 어떻게 설득할 수 있겠는가? 교육이 백년지대계라고 일컫는 그들의 입에서 항변이라고 한다는 소리 자체도 자신은 쏙 빼놓고 자신의 자녀의 입장이 강해 어쩔 수 없다라는 점은 한 국가의 교육을 책임지는 고위 공직자의 입에서 나올 변명은 아니다.

가령, 예를 들어보자. 해외 학교 입학이 국내 공교육을 침해하고 이로 인해 학부모들의 허리가 휜다고 강조하며 해외 교육과 관련된 해악을 주장하다가 갑자기 자신의 자녀가 해외 명문학교로 입학하길 원한다면 이때도 자녀의 입장이 강해 자녀의 입장을 들어줘야 하는 것인가? 또는 극단적인 상황을 고려해볼 때, 청소년 흡연이 교육에 방해되어 청소년 흡연을 없애야 한다고 부르짖다가 자신의 자녀가 흡연을 하는 장면을 목격한다면, 그 때 가서도 어쩔 수 없다라고 자조 섞인 변명을 늘어놓을 것인가?

품격 없는 말은 아무리 언변이 화려하고 그 수식어가 찬란하다고 하더라도 생각이 빈곤하기에 듣는 이들의 가슴에서 공감을 이끌어낼 수 없다. 우리가 일관성 없는 행동, 표리부동한 언행으로부터 극심한 불쾌감을 느끼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교육 이외에도 우리는 지금도 수없이 많은 빈곤한 생각과 우리 편, 상대 편이라는 희한한 발상에서 우러나오는 말 바꾸기를 목도하게 된다.

정치인들의 선거 공약 말 바꾸기, 학자들의 논문에 대한 말 바꾸기, 연예인들의 말 바꾸기까지. 오죽하면 일관성 있는 건 일관성 없는 말 바꾸기가 꾸준히 지속된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을까. 공인은 바로 자신의 언행이 수많은 대중에게 미칠 수 있는 파급력을 고려하고 좀 더 신중히 언행을 해야 하기 때문에 공인인 것이다. 즉, 말의 무게와 사려 깊은 행동이 수반되어야 진정으로 그 사람의 기품을 느낄 수 있고 품격이 있고 신뢰가 조성된 사회가 이루어질 수 있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말을 바꾸는 부조리한 태도를 곳곳에서 직간접적으로 겪고 있다. 문제는 그들이 앞에선 누구보다 강력하게 정의와 공정함, 신뢰를 강조하면서 뒤에선 언제나 자신의 사리사욕에 이끌려 행동해오다 그 상황이 드러나면 변명으로 빠져 나올 생각만 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말 바꾸기를 일삼는 소위 공인이라는 사람들로부터 단 한번도 진정성이 느껴진 사과를 전해들은 바가 없다. 일관성 없는 언행이 주는 불쾌감, 그리고 요란한 말에서 느껴지는 그들의 빈곤한 사상이 무더위로부터 오는 짜증보다 더 깊은 짜증을 우리에게 불러 일으키고 있다. 

- 권상집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박사

(한국개발연구원(KDI) `미래 한국 아이디어 공모전' 논문 대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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