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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임동현 기자
  • 이슈뉴스
  • 입력 2013.07.23 16:29

[인터뷰] 배우 여민정 "나는 강심장. 내가 의도하지 않은 논란에 무릎꿇지 않아"

"선정적 언론보도, 기자와 독자 입장에서 생각하니 이해, 연기로 논란 없애겠다"

[스타데일리뉴스=임동현 기자] 17일 저녁 한 여배우의 이름이 검색어 1위를 지키고 있었다. 여민정. 그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레드카펫에서 드레스가 흘러내려 가슴을 노출했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반응은 일파만파로 퍼졌다. 그녀가 홍보를 위해 일부러 드레스 끈을 내렸다고 주장하는 영상이 나오고 마치 재연프로그램처럼 그녀의 동작 하나하나를 올린 사진들을 게재한 인터넷 언론도 있었다. '고의노출'이라는 주장은 거셌고 기자도 비판적인 기사를 썼었다. '여민정, 이름 알리기는 성공, 영화 알리기는 글쎄?'라는 제목으로.

그러나 여민정은 논란 속에서도 트위터에 즐겨보는 TV 프로그램 시간에 맞춰 집에 와 다행이라고 썼다. 그리고 다른 이들이 자신의 트위터나 미니홈피, 페이스북에 짤막하게 글을 남기는 것과는 달리 그는 자신이 시민기자로 있는 매체에 장문의 기고문으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리고 그 후 그녀는 더 당당해졌다. 자신을 풍자한 프로그램에 오히려 응원의 메시지를 날린 이가 바로 여민정이었다.

기자는 여민정의 트위터를 보면서 그녀가 당당하게 자신의 상처를 이겨내고 있다고 기사를 썼다. 솔직히 말하면 맨 처음 멋도 모르고 '영화 홍보를 위한 노출'로 몰아간 데에 대한 미안함이 기사를 쓴 가장 큰 이유였다. 하지만 그녀의 이후 행적을 쓴 언론사는 많지 않았다. 아직도 언론은 그녀를 '노출의 키워드'로 생각하고 있을 뿐이고 그 후의 이야기에 대해선 관심조차 없어 보인다.

그래서 만나고 싶었다. '논란의 중심' 여민정이 아닌 '여배우' 여민정을. 그래서 알아보고 싶었다. '노출의 진실'이 아닌 '그 이후의 생각들'을. 그리고 마침내 만났다. 스스로 길을 만들고 그 길을 한 발 한 발 걸어가며 새롭게 새롭게 다가서려는 '자신감있는 여성' 여민정을.

▲ 연기로 '논란'을 불식시키겠다는 각오를 밝힌 여민정 ⓒ스타데일리뉴스

Q. '노출 논란'이 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됐다고 기고문에 썼습니다. 어떻게 해서 알게 됐나요?

당시엔 어느 정도 (어깨끈이) 내려갔는지 판단을 못한 때였고 감을 못잡고 있었어요. 레드카펫 하고 개막식 공연까지 봤는데 그 땐 핸드폰을 맡겨놓은 상황이라 전혀 알지도 못하고 있었죠. 집에 가는 길에 확인했는데 사람들의 연락이 와 있는 거예요. 사진을 확인해보려고 들어갔는데 내 이름이 검색어 1위에요. '터졌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죠.

전 그때만해도 가슴에 테이프를 붙어놔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집에 왔을 때도 일찍와서 '썰전'을 볼 수 있겠다하는 생각 때문에 제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성격이라 무심코 적었던 것이고요.

나중에 영상으로 찍은 것을 봤는데 제3자적 입장에서 지켜보니까 사람들이 의도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찍혔어요. 전 그 당시에 너무 경황이 없어서 손을 올리는 느낌조차도 잘 몰랐고 앞만 보고 걸은 기억밖에 없어요. 심지어 옷이 내려가도 내려간다는 느낌조차 없었어요. 기자님이 '올리세요!'해서 내려간 걸 알았고 얼마나 내려갔는지는 영상을 보고 알게 된 거죠.

Q. 보통 연예인들은 트위터나 페이스북, 미니홈피 등으로 간단하게 해명의 글을 올립니다. 그런데 여민정씨는 시민기자로 활동하는 매체에 장문의 기고문을 올렸습니다.

저도 바로 트위터로 해명을 할 수 있었죠. 하지만 작은 사건이 아니잖아요. 진솔하게, 재생산의 여지가 있고 내 의지가 비춰질 수 있도록 써야하는데 180자로는 절대 전달이 안 되죠. 그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해명이 늦어진 거예요. 진심어린 장문의 글을 준비하느라고. 마침 제가 2011년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강좌를 수강한 적이 있어요. 그래서 처음으로 제 이야기로 기사를 쓴 거예요.

Q. 입장을 빨리 밝히지 않다보니 의혹이 부풀려진 것도 있는데요.

만약 제가 음주운전이나 다른 범죄를 저질렀다면 이런 식으로 '노닥거리면' 안 되죠. 하지만 전 그 일이 사고라고 생각하고 있고 문제를 저지른 게 아니었기 때문에 그 선에서 끝났다고 생각했어요. 오히려 피해는 제가 입었고 제가 위로를 받아야하는 입장인데 사죄를 해야한다는 게 이상했죠. 눈 버린 죄? 건방진 죄?(웃음) 어떤 죄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죄보다는 해명을 해야한다고 생각했어요.

Q. 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많이 걱정해 주셨죠. 저희 가족들은 오히려 강심장이었어요. 저도 그렇고. 사고가 크게 난 게 아니기에 다행이다 그 정도였어요. 친구들이 놀라고 심지어 모르던 친구들에게도 연락이 왔어요. 걱정도 해주고 응원도 해 줬어요.

Q. 언론에서 지나치게 '고의노출 논란'을 부추겼습니다. 섭섭하거나 화가 나지는 않았나요?

연예계에선 이보다 더 큰 일도 일어날 수 있어요. 제가 1, 2년차였다면 약한 모습을 보였겠죠. 하지만 열아홉살부터 사회생활을 하면서 여러가지 풍파를 겪다보니 이젠 웬만한 일엔 초연한 편이에요. 내가 비판을 받더라도 남을 잘 비판하지 않으려해요. '남을 비판하지 말아야 나도 비판받지 않는다'는 말을 기억하니까요. 이미 단련된 상태라 큰 동요가 없었어요. 내가 의도한 일이 아니라면 그런 것에 무릎꿇지 않아요.

사실 이번 일나기 전에 대형 기획사에서 연락이 온 게 있었는데 이 일 때문에 오히려 기획사 연락이 없어졌어요. 이번 일이 홍보가 아니라 오히려 발목을 잡힌 원인이 된 거죠.

탓을 하고 싶지는 않아요. 언론 탓을 하면 계속 보기 싫어질 거 같아요. 기자들도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시간이 약이라고 하니까 연기자로 열심히 하다보면 좋은 기사가 나올 거고 그렇다면 이미지도 좋아질 거예요. 그럴 자신도 있고요.

Q. 그래도 계속 '노출논란'이 꼬리처럼 따라다닐 것 아닙니까?

뒤를 돌아보면 안 되요. 대중들은 나약하게 보이는 걸 싫어해요. 시간이 지나면 극복할 수 있을 거고 안 좋은 점도 물론 있겠지만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제 주변 분들은 제가 얼마나 열심히 사는 지 알아요. 반짝하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 7년동안 노력한 것을 알아줘요. 하던대로 꾸준히 열심히 하고 있어요.

Q. 여민정씨와 이야기를 해보니 정말 강심장입니다. 강심장을 갖게 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19세에 독립해서 사회생활을 먼저 했어요. 자수성가하는 게 목표였거든요. 달랑 6만원 들고 나와서 내 스스로 일을 해서 돈을 벌고 싶었어요. 가만히 앉아서 공부만 하는 것보다 그게 더 멋있어보이기도 했고요.

조명 오퍼레이터도 해보고 물건 파는 아르바이트도 해보고,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그러면서 손님과 점원의 관계, 윗사람과 아랫사람의 관계에서 많이 배웠죠. 그때 '역지사지'하는 법을 배웠어요. 내가 일을 할 때 손님의 입장을 생각해보고 또 제가 손님이 됐을 땐 점원의 입장을 생각해보는거죠.

그래서 제가 기자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제3자의 입장을 이해하는 거예요. 이해하면 혼자만의 생각은 희미해지면서 종합적으로 모든 것을 보게 되죠.

▲ 사회생활하면서 '역지사지'를 배운 것이 강심장을 가진 계기가 됐다는 여민정 ⓒ스타데일리뉴스

Q. 연기는 어렸을 때부터 꿈이었나요?

아니요. 여섯 살 때 이모가 만든 단편영화에 출연한 적이 있고 중3 때 단역 아르바이트도 해 봤지만 전 연기는 제 길이 아니라 생각했었어요. 글쓰는 것, 문법을 좋아해서 소설가가 되거나 디자이너, 화가, 변호사, 외교관 이런 게 적성에 맞다 생각했죠. 독립생활 끝내고 22세에 집에 돌아왔는데 어머니가 해보고 싶은 게 뭐냐고 물어보셨어요. 그 때는 헤에디자이너를 꿈꾸며 미용실에서 일하고 있는 중이었죠.

생각해보니까 제가 어릴 때부터 배운 것은 많았지만 한번도 길게 배워본 적은 없었어요. 그래서 안 해 본 걸 해보자 하는 마음에 연기 학원에 들어갔죠. 연기에 발을 딛는 순간 그때 알았아요. '내 길이구나!' 그때부터 굶더라도 이걸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아르바이트도 그만 두고 계속한 게 지금까지 이이졌어요. 물론 지금도 계속 하고 있고요.

연기하다보니 늦은 나이에 대학도 다니고 졸업하고 사회에 나오면서 뮤지컬이나 작은 연극, 단편영화, 리포터 등 자잘한 경험을 다해보고 경력 쌓다보니까 오디션도 계속 보고 드라마도 나오고 영화도 연극도 하게 됐어요. 조금씩 프로가 되어가는 중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Q. 여민정씨가 출연하는 연극 '100인의 햄릿'이 26일 열리는 거창국제연극제 개막작으로 공연되는데요.

오필리아 역으로 더블 캐스팅됐는데 이번 공연은 이 사건으로 인해 (최아름) 언니가 할 것 같아요. 연극 이미지도 안 좋아졌고 연습도 많이 하지 못해서... 나중 서울 공연 때 하게 될 것 같아요.

Q. 8월에 영화 '가자, 장미여관으로'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아는 캐스팅 디렉터분이 주관해서 감독님하고 미팅해서 하게 됐어요. 당시 오디션이 잘 안되고 있던 차에 제안이 들어왔는데 노출이 있는 것이 사실 꺼리긴 했어요. 하지만 정말 이상한 시나리오나 정말 이상한 캐릭터만 아니면 해보자 생각해서 결정했어요. 마침 마광수 교수님 원작이고 감독님도 신상옥 감독님 아들(신정균 감독)인지라 그 네임벨류도 있고 해서 하게 됐죠.

Q. 8월이면 대작들이 많이 개봉할 시기인데 걱정이 되는 게 사실입니다.

원래는 9월 개봉이었는데 묘하게 이번 일 때문인지 상영이 당겨졌어요. 제작사는 저 때문에 알려져서 오히려 고마웠나봐요(웃음). 큰 영화 사이에서 사실 힘들 것 같은데... 거기까진 잘 모르겠네요.

전 지금도 제 연기를 남에게 보여주는 게 쑥스러워요. 보여주기를 꺼려서 남에게 보지 말라고 말하기도 해요. 이걸 극복해야할텐데요...(웃음)

Q. 작은 영화들이 개봉관에서 홀대를 받는 게 사실입니다.

작은 영화들이 개봉관 잡는 게 하늘의 별따기고 불균형이 심한데 규제가 필요하지 않나 싶어요. 저는 약자를 보호하는 게 진정한 정의라고 생각하거든요. 자유롭게 경쟁에 맡기는 것도 맞지만 가진 만큼 나눌 수 있는 모습도 보여줘야한다고 생각해요.

Q. 중국 드라마에 출연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일단 출연하기로 한 건 맞아요. 아직 제목은 모르고 이번 8월 초에 중국 가서 스케쥴 이야기하고 나올 거 같아요. 활동도 중국에서 계속 할 예정이고요.

Q. 롤모델이 장서희씨라고 들었는데?

맞아요. 원래 장서희씨 닮았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고 닮은 꼴이라고 인터넷에 나오기도 했어요. 지난해 장서희 선배님이 '두드림'이란 프로그램에 출연하신 걸 봤는데 열정적이고 단아한 모습이 멋있었어요. 오랜 무명 생활을 하셨고 중국에서 활동하셨고.. 30대를 바라보며 연기하는 저로서는 그런 선배를 멀리서나마 보게 되어 좋았죠. 트위터에 글을 올렸더니 맞팔을 해주셔서 더 좋았고요(웃음).

Q. 매니저도 소속사도 없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스케쥴 관리며 코디며 메이크업 모든 것을 저 혼자해요. 제 모든 에너지를 다 저한테 쏟아요. 제가 스케줄짜고 마케팅하는 걸 보면 남을 키우는 데 소질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해요.

전 결혼엔 관심없지만 입양을 하고픈 마음이 있어요. 능력이 되고 인지도가 있으면 아이를 입양해서 키우고 남을 돕는데 힘쓰고 있어요. 장서희 선배님이 1인 기획사로 움직이시는 것처럼 저도 다이어리에 '여민엔터'라고 사람을 키우는 엔터테인먼트를 하는 꿈을 적었어요(웃음).

▲ 여민정은 능력이 되면 남을 도우며 살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스타데일리뉴스

Q. 현재 활동 계획은?

'코미디 빅리그'에도 연락이 오고 지상파 예능에서도 몇 군데 연락이 왔어요. 10월에 들어갈 영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 아직 프로덕션 단계라 그 부분은 이야기를 좀 더 해야할 거 같아요.

Q. 30년 후의 사람들이 '배우 여민정'을 어떻게 기억했으면 좋겠습니까?

여민정이란 배우는 정말 누가 시켜서 된, 만들어진 배우가 아니라 자기 필모그래피를 자기 스스로 채우며 걸어간 독창적인 배우였다라고 기억되고 싶어요. 몸으로 부딪히고 배우면서 하나하나 일궈나가는, 그 때가 되면 배우다운 배우로 기억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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