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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임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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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7.15 11:31

[인터뷰] 이음미래교육연구소 김경민 소장 "입학사정관제, 성적이 아닌 적성으로 인재를 발굴하는 제도다"

"부모의 진로가 아닌 자식의 진로, 미래에 대비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스타데일리뉴스=임동현 기자] 수능의 성적이 인생을 좌우한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은 오늘도 학업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몸살을 앓는다. 자신의 적성도 모른 채 억지로 주입하는 교육에 시달리고 대학에 들어가도 목표 없이 방황하는 우리의 아이들. 성적 지상주의 교육은 그렇게 한 분야에서 훌륭히 성장할 수 있는 아이들의 미래를 막고 있었다.

성적이 아닌, 자신의 생각을 가진 이들을 학생으로 뽑고 이를 통해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 자신의 미래를 개척하는 학생을 발굴하겠다는 '입학사정관'제가 시행 5년째를 맞이했다. 아직은 시행착오가 있지만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입학사정관제. 그리고 그를 통해 잘못된 진로 교육을 고치고 아이들의 미래로 가는 길을 같이 가려하는 '전문가' 김경민 이음미래교육연구소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 학생들의 미래가 달린 진로 교육에 앞장서겠다는 이음미래교육연구소 김경민 소장 ⓒ스타데일리뉴스

Q. 이음미래교육연구소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

학생들의 미래와 적성을 찾는 것을 같이 고민하고 글로벌 인재양성을 추구하는 연구소다. 요즘 학생들의 고민 중 절반 이상이 성적, 그리고 진로 문제다. 학업 고민 때문에 자살률이 세계에서 1위고 40%의 학생이 한 번이라도 자살을 생각할 정도다.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를 찾는 것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고 미래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부족해 그 고민을 같이 해결하고자 만들었다.

Q.'입시, 내 안에 달려있다'라는 책을 냈다. 계기가 있었나?

학생들에게 미래에 대한 정보를 전하고 자기에게 맞는 적성을 찾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었다. 자신의 적성은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재미있고 즐겁게 찾아가는 건데 학업처럼 '이거 아니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찾으려 하니 많이 힘들어한다. 그 방법을 알려주고 싶었다. 읽으신 분들이 '이게 참교육이다'라고 말씀해주셨고 잘못된 부분을 잘 지적했다는 반응들이 많았다.

Q. 지금 우리나라 교육의 근본적인 문제는 뭐라고 생각하나?

진로 교육에 문제가 있다. 진로교육 자체가 없다. 경제 수준이 높아지고 부모의 교육 열정은 세계 1위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인재 발굴 양성이 안되고 청소년 실업이 너무 많다. 대학생도 예외가 아니다. 대학생 3분의 1이 휴학상태다.

내가 아는 아이 중에 미국에서 공부하다 1년만데 돌아온 학생이 있다. 이 아이는 학교 다닐 때 대학생이 되는 게 목표였다. 막상 대학을 가니 놀 친구가 없다. 미국 아이들은 이미 미래에 대한 목표를 세운 상황이기 때문에 할 일이 많다. 반면 이 아이는 대학생이 됐으니 목표가 없어졌다. 아무 것도 할 게 없는 거다 결국 공부할 목표를 찾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거다.

대학은 인생의 긴 여정에서 과정일 뿐인데 우리 아이들은 대학이 목표가 되어 버렸고 대학을 못 가면 아무 것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진로 교육이 안되서 그렇다.

학교가 목표가 아닌 인생의 끝을 어떻게 마치느냐가 목표가 되어야 한다. 대학 진학률이 50%라면 50%도 목표와 꿈이 있어야한다. 대학만이 목표가 아니다. 자신이 사회에 공헌하는 것도 목표로 삼아야 한다.

Q. 지금 진로교육 하는 것을 보면 답답한 부분이 많을 것 같다.

선생님들이 자신들이 생각하는 진로로 이끌어가려 한다. 진로는 미래와 자기 적성에 대한 창조가 다 있어야 하는데 그 방법을 잘 모른다. 진로를 잡으려면 자기 자신을 아는 게 중요하다. 내가 뭘 잘하나 내가 좋아하는 일이 뭔가 이걸 파악해야만 하는 것이다.

어느 이혼당한 여자가 글 쓰는 걸 빼고는 할 줄 아는 게 없었다. 까페에서 어린이 동화를 썼는 데 너무 길었다. 출판사마다 거절당하다 마지막 출판사에서 출판을 허락했다. 그 뒤 어떻게 됐나? 그렇게 조안 롤링의 '해리 포터'가 나오지 않았나? 롤링이 대박 소설을 쓰겠다고 해서 성공한 것이 아니라 내가 잘하는 건 글 쓰는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하다보니 성공한 것이다.

진로의 기본은 돈을 벌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내가 뭘 잘하는지 내가 뭘 할 때 즐거운지 그걸 아는 것이 먼저다. 그게 진정한 진로 교육이다. 그것을 뒷받침하는 걸 내가 하겠다는 거다.

▲ 세계적인 미래학자 제롬 글렌 유엔미래포럼 회장(오른쪽)과 함께 한 김경민소장(이음미래연구소 제공)

Q. 사실 학교 교육이 아이들 각각의 생각을 제대로 뒷받침하지 않고 있다

교육이 획일화되어 있다. 정답을 알려주는 게 목적이고 아이들도 그러다보니 모든 것에 정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 못한다. 대학에 들어가는 아이들은 인생에서 가장 첫 면접이 교수와의 면접이다. 교수가 자기 생각을 말하라 하면 제대로 말을 못한다. 그래서 아이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교수와의 면접이 죽을만큼 떨렸단다.

사람은 누구나 잘하는 것이 분명 한 가지씩 있다. 그것을 찾아내야 한다. 잘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건 틀린 말이다. 못 찾았다는 말이 정확하다.

Q. 아이들의 올바른 진로 교육을 가로막는 것이 무엇인가?

학생들의 자존감이 떨어져 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하지만 실패는 본래 RESTART, 득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기 있다. 그런데 우리는 실패를 두려워한다. 실패에서 분명히 배우는 게 있다. 자존감을 살려야한다.

또 하나는 비교하는 거다. 엄마들이 옆집 아이와 자기 아이를 비교하는 것도 진로를 가로막는다. 비교는 나의 과거와 지금이 어떻게 달라졌나, 나의 미래는 어찌 되냐를 비교해야지 환경이 다른 아이끼리 비교하는 건 옳지 못하다. 

왜곡된 직업관과 미래정보의 부족 또한 문제다. 돈과 성공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따라오게 되어 있다. 그것을 무시하고 무조건 돈 많이 버는 일만 강요한다. 하지만 지금의 직업은 앞으로 20년 뒤에는 80%가 사라진다고 한다. 미래에 사라질 직업을 위해 공부하고 있는 셈이다. 사회가 바뀌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끝으로 부모의 지나친 기대감도 진로를 가로막는 요인이다. 자신이 부모의 기대에 못 미친다는 걸 알기에 진로를 결정할 수 없다. 따르자니 문제고 바꾸자니 그것도 문제고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워진다.

Q. 진로를 상담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부모와의 일치감을 보지 못할 때가 많다. 부모들이 한 발씩 물러서야한다. 진로는 자녀가 가는 길이지 부모가 가는 길이 아니다.

입학사정관제는 대학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인재상을 제시하고 그에 맞춘 학생을 뽑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학들이 원하는 인재상은 어떤 것인가?

사회와 대학,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상이 다 똑같다. 먼저 학업을 성실하게 하는 사람을 뽑고 공동체 안에서 적극적으로 자기 일 찾아서 하는 사람, 다양한 경험을 한 사람,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할 줄 아는 사람, 글로벌 리더가 될 자격이 있는 사람을 뽑는다. 세계의 상황이 우리의 상황이 되고 있는 시점에서 세계의 흐름을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

Q. 그런 인재상을 쉽게 찾아내기가 어렵지 않은가?

지원서에 보면 많은 항목에 답을 하게 되어있다. 거기에 성실하게 답을 해야한다. 그것을 보면 이 사람의 가치관과 생각이 나올 수밖에 없다. 나눔이나 배려를 생각하지 않으면 쓰기가 어려운 항목도 있다. 항목 속에 가치관이 다 드러난다. 자기의 생각이 없으면 결코 쓸 수 없는게 입학사정관제의 지원서다.

적성대로 가는 것을 도와주면 여러 가지에서 좋은 성과가 나옴에도 불구하고 수능에만 치중하다보니 좋은 인재들을 뽑지 못하고 대학에 들어가면 목표를 찾지 못해 헤매게 된다. 이 수능의 가장 큰 단점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입학사정관이다.

Q. 이제 시행한 지 5년 정도 됐다. 문제점은 없는가?

서울대의 경우 17%만 수능으로 뽑고 나머지는 사정관, 논술 전형 등 수시 전형을 한다. 시행 초기 때는 나이 드신 교수들이 사정관제를 반대했지만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 뽑아보니 사정관은 목표가 딱 정해져 있어 학교 생활을 열심히 하는 반면 수능으로 온 학생은 성적 때문에 적성에 맞지 않는 학과를 택한 아이들이 많고 그러다보니 휴학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입학사정관제롤 뽑은 아이들이 더 좋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바뀔 지는 모르지만 이렇게 되면 과거의 수능으로 돌아갈 확률은 없다. 대학이 의지를 갖고 있기에 시행착오는 점점 없어질 것이다.

▲ 유엔 미래포럼 청소년분과 위원장 임명장을 받고 있는 김경민 소장(이음미래교육연구소 제공)

Q. 자칫 동아리 활동이나 봉사가 '스펙쌓기'로 전락하고 아이들의 부담이 더 커질 수도 있지 않을까?

활동을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무엇을 느꼈느냐가 중요하다. 의미를 찾고 자기 자신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줘야 한다. 자꾸 그런 것마저 학원 스타일로 가려는 것은 지양되어아한다. 자발적으로 목표를 정해서 하다보니 성적도 오히려 더 오른다. 목표가 생겨야 공부에도 의욕이 생긴다. 활동을 하면서 느낀 생각을 올바르게 표현해야 합격의 확률이 높다.

Q. 연구소 활동을 하면서 성과가 있었나?
입학사정관으로 지원한 학생과 1년간 생활하며 여러 활동을 했는데 성적은 떨어지지 않았고 도리어 실력이 늘었다. 할 일이 있고 목표가 생기니까 학업에 더 의욕을 보였다,

Q. 학부모님께 하고픈 말이 있다면?

부모님들은 산업화 시대를 겪었고 지금은 정보화 시대다. 학생들이 살아야하는 시기는 사회적인 패러다임 전체가 달라졌기에 학부모들의 조언에는 차이가 있다. 사회가 바뀌는 속도가 너무나 빨라지고 있다. 너무나 많은 지식과 새로운 정보가 필요한데 낡은 것들을 단순 반복하게 한 것이 지금의 교육이다.

앞으로 필요한 영역들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것을 부모들이 동감해야한다. 미래에 대비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알아야 한다.

Q.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정보가 너무 부족하고 학생에게 적극적으로 전달하려는 노력이 아직 없다. 미래에 대한 정보를 충실하게 알려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꼭 알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 누구나 꼭 하나의 재능은 있다는 것을 잊지 마라. 없는 재능을 만들라는 게 아니라 자기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찾아서 키워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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