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이슈뉴스
  • 입력 2019.01.15 21:47

[권상집 칼럼] 연예인에 대한 부조리한 출석 특혜

연예인의 특권의식을 불러 일으키는 대학의 출석 특혜 논란

▲ 윤두준, 용준형, 이기광, 서은광, 육성재, 장현승 (왼쪽부터 시계방향) ⓒ스타데일리뉴스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전국에 4년제 대학이 대략 220여개 된다. 앞으로 다가올 인구절벽 속에서 생존을 고민해야 할 대학은 서울 소재 대학을 제외한다면 거의 모든 지방 대학이 해당될 것이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 지방 대학은 대학의 브랜드 홍보에 주력하고 있고 몇몇 대학은 2010년대 이후 대학 브랜드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학교에 연극영화과 또는 방송연예학과를 신설하고 아이돌 등을 대상으로 학생 영입 경쟁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 언제나 지원자에게 슈퍼 갑처럼 느껴지던 대학은 아이돌에게는 을로서 존재할 수밖에 없다. 대학의 브랜드 홍보가 그들에게 달려 있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교육부가 동신대의 부정 비리 의혹 실태를 조사했다. 발단은 모 방송국이 대학 재학 중 특혜를 받은 일부 연예인들의 동신대 불출석 현황을 고발하면서 시작되었다. 교육부 조사에 의하면 동신대는 학교 수업에 제때 참석하지 않은 아이돌 가수들에게 학점을 주고 학위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미 방송을 통해 이기광, 윤두준, 용준형, 비스트 출신 장현승, 비투비 멤버 서은광 등이 학교 수업에 제대로 출석도 안하고 특혜를 받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에는 SBS <집사부일체>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있는 육성재도 포함되었다.

동신대는 “방송 활동을 출석으로 인정한다는 학과 내부 방침에 따라 진행했기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초기에 항변했지만 교육부는 재차 조사를 통해 이런 규정이 명문화되어 있지 않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반박하였다. 그 후, 교육부는 이들 연예인 7명의 출석을 모두 무효로 간주하고 동신대에서 제공한 대학 졸업 학위를 전격 취소했다. 상황이 더 심각했던 건 가수 추가열은 동신대에 재학하면서 같은 대학의 실용음악과 겸임교수로 임명되었던 상황까지 드러났다는 점이다. 대학생 겸 대학교수라는 전례 없는 특혜를 동신대가 제공한 것이다.

결국 동신대는 이번 교육부 감사 결과를 겸허하게 수용하고 “학칙과 학과 규정 등에서 일부 미비점이 있었음을 인정한다”며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방송 보도 후, 여론의 반응이 부정적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감지한 후 나온 뒤늦은 반응이다. 대학의 상황이 아무리 어려워지고 대학의 브랜드 경쟁력이 절실하게 중요해졌다고 해도 부적절한 학위 장사를 통해 손쉽게 대학 학위를 취득한 연예인들이 모교에 대한 애착을 가질 리 만무하다. 오히려 대학의 가치와 위상을 점점 낮게 바라보는 연예기획사가 많다는 사실을 일부 대학만 모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대학이 홍보 및 마케팅 수단을 재학생 연예인들에 의존하면서 연예인들과 기획사들은 수많은 대학 중 자신들에게 더 많은 조건과 대우를 약속해주는 대학을 선택한다. 조금 더 유명한 A급 아이돌을 확보하기 위해 몇몇 대학은 출석 특혜, 학점 특혜, 장학금 특혜, 졸업식 때 홍보상 수상 등 다양한 조건을 선제적으로 약속한다. 이후, 프로 운동선수 영입 못지 않은 대학과 아이돌의 협상 과정이 시작된다. 수시와 정시를 통해 원서를 넣고 합격을 고심하는 여러 지원자들의 애타는 속마음을 연예기획사들과 일부 아이돌은 절대로 알 수 없다.

점점 더 많은 대학이 현재 학교 생존을 위해 방송연예과, 연극영화과 신설 등을 고민하고 있다. 그리고 더 많은 배우들을 교수로 영입해서 학교 홍보에 주력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그러나 손쉽게 학위와 교수 타이틀을 획득한 자들이 학교에 헌신하고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는 그 어떤 일이 있어도 대학 학위를 장사하듯이 거래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 학위를 흥정의 대상으로 고려하는 순간 건전한 시민의식과 대학이 지켜야 할 교육 철학은 급속도로 붕괴되기 때문이다.

대학을 넘어 연예인들에 대한 특혜 논란은 한 두 번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된 ‘2018 MMA(멜론뮤직 어워드)’에서 시상자로 나선 손태영의 아들과 조카는 일반 좌석에 앉지 않고 가수석에 태연히 앉아 가수들의 공연을 관람해서 또 한번 특혜 논란을 일으켰다. 그리고 2017년에는 배용준, 박수진 부부가 특정 병원의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특혜를 받아 때 아닌 연예인 특혜 논란을 유발하기도 했다. 과거 모 연예인은 콘텐츠 기업에 방문했을 때 일반인들이 타는 엘리베이터는 절대로 타지 않겠다는 등 특권의식을 그대로 노출시키기도 했다.

보아, 아이유, 유승호 등은 수많은 대학이 영입하기 위해 애를 썼지만 같은 나이에 입시 공부를 하기 위해 노력하는 수많은 학생들에게 피해를 줄 수 없다며 대학 입학을 스스로 포기해 개념 연예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아이유는 과거 KBS <승승장구>라는 프로그램에서 대학 진학 포기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수능 시험에서 아는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고교 입학 후 가수 준비를 하느라 공부를 거의 못했다. 대학에 특례로 입학한다고 해도 고등학교도 제대로 출석 못하는데 대학교인들 제대로 출석할 것이란 보장이 없다. 대학은 열심히 공부할 학생들이 가는 곳이 맞다”라고 강조했다. 출석 특혜를 받은 이번 아이돌 연예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충고이다.

- 권상집 동국대 상경대학 경영학부 교수

모바일에서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