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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임동현 기자
  • 피플
  • 입력 2013.06.18 18:01

[인터뷰] 현철호, "자만하는 순간 모든 것 잊어버려, 배우는 끝까지 배우는 사람이다"

스타가 되기보다 '정신력 있는 배우'로 남고픈 배우

[스타데일리뉴스=임동현 기자] 혜민서로 몰려드는 가난한 환자들에게 표찰을 나눠주며 야멸차게 대하는 '구암 허준'의 서리 김씨를 기억하는지? KBS 미니시리즈 '포세이돈'에서 악역이지만 결국 마지막에 자신의 잘못을 깨닫는 서 과장, SBS '태양을 삼켜라'의 형사. 수많은 드라마에 출연한 그다.

그는 매작품에 출연할 때마다 연기를 향한 자신의 생각을 차근차근 머릿속에 담아나갔다. 연기를 시작한 지 13년이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신인'이다. 하지만 신인이기 때문에 그는 신인의 마음을 항상 가지고 열심히 대본을 이해하고 현장에서 연기를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모습을 계속 성장시킨다.

"자만하는 순간 좋지 않은 연기가 나온다"며 항상 신인의 자세, '배우는 배우'의 자세를 놓지 않으려는 배우. 배우 현철호를 만난 느낌을 담은 한 마디다.

▲ 최근 '구암 허준'에 출연한 현철호는 KBS 새 수목드라마 '칼과 꽃'에서 연개소문(최민수 분)의 측근인 '양진욱' 역으로 출연한다.ⓒ스타데일리뉴스
Q 서울예전 방송연예과를 다녔다

다닌 건 맞는데 졸업을 못했다(웃음). 내가 제주 출신이다. 원래 고등학교 때부터 연기를 하고 싶어서 서울예전 진학을 생각했는데 언제부턴가 거리감이 들더라. 인맥도 없고 뭔가 동떨어진 느낌이 들고.. 제주에 있다보니 관광에 관심이 있고 제주에서 관광학과를 다니다가 해병대에서 군 복무를 했다. 제대 후 졸업을 하기 위해 학교를 다녀야했는데 그래도 연기가 너무 하고 싶었다. 결국 늦은 나이에 서울예전 방송연예과 00학번으로 들어갔다.

Q 그렇게 힘들게 들어갔는데 졸업을 못했다니?

(학교가) 출석을 상당히 따진다. 휴학과 복학을 반복했다. 학교에 다니니까 자꾸 방송 일이 생기더라. 학교를 졸업하지 못한다고 연기를 못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졸업을 포기하고 일을 선택했다.

Q 첫 작품이 곽재용 감독의 '엽기적인 그녀'다.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오디션을 통해 출연했다. 주인공 견우(차태현 분)의 친구 역할이다. 견우가 제대하고 술을 마시는 장면에서 등장하는 친구다.

Q 합격하고 첫 촬영할 때 기분이 상당히 좋았겠다.

그 때 기분은 정말... 기분이 너무 좋다보니 첫 촬영에서 내가 오버를 많이 했다. "견우야? 너 여자친구 생겼다며?"하는 대사인데 대사 톤이 상당히 올라갔다. 영화가 잘 되니까 제주에 있는 내 친구들이 나를 알아보더라. 일반 사람들은 그냥 스쳐지나갔겠지만 나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나를 알아봐주고 한 마디씩 해줬다.

Q 그렇다면 아무래도 스타가 될 거라는 기대가 컸을 것 같다

3~4년 정도는 그런 생각에 빠졌다. 하지만 서른이 넘어가니까 스타가 되기 보다는 꾸준히, 열심히 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지금은 스타가 되기보다 많은 작품을 열심히 하는 연기자가 되려고 노력한다.

Q 지금까지 맡은 역할 중 가장 좋았던 역할이 있다면?

KBS '포세이돈'의 서 과장 역할이다. 비리 경찰이었다가 마지막에 갱생하는 인물인데 그 때 정말 시원하게 악역을 했던 것 같다.

Q 15년간 어떻게 보면 '먼 길을 도는' 과정이었다. 그 과정에서 혹시 좌절했던 때가 있었나?

2009년 SBS 드라마 '태양을 삼켜라'에서 형사 역할로 나왔다. 4회부터 끝까지 나왔는데 그무렵 나를 알아봐주는 사람들이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나도 뭔가 되겠구나'하는 자만심이 생겼다. 그 순간 연기가 제대로 안 나왔다. 대사를 해도 계속 NG가 났다. 순간 자신감을 잃었고 자신감을 잃으니 아무 것도 되지 않았다. 드라마를 마치고도 한동안 멘붕 상태였다. 공황장애까지 겪었다. 그 때 정말 배우를 계속 해야하는지 고민했다.

Q 그것을 어떻게 극복했나?

KBS '근초고왕'에 참여했을 때다. 당시 연기하는 시간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더 많았다. 그 시간을 이용해 선배님들의 대사를 모두 다 외우고 선배님의 연기를 계속 구경했다. 연출하시는 분들이 열심히 한다고 칭찬해 주시니까 자신감이 생기고 모든 것이 풀렸다. 하지만 '또 된다'고 생각하는 순간 다시 연기가 망가진다. 자신감은 좋지만 자만은 안 된다.

연기를 하면서 '내가 다 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고 오만에 빠지면 모든 것을 잊어버린다. 그러면 좋은 연기가 나오지 않는다. 배우는 항상 배우는 자세로 임해야하기 때문에 배우다. 대사를 외운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분석하고 연구하고 계속 확인하면서 그 배역에 빠져야한다. 그런 노력을 예전에 했다면 지금 더 나은 배우가 됐을텐데라는 후회가 든다.

Q 필모그래피를 보면 사극 출연이 많았다. 최근작인 '구암 허준', '칼과 꽃'도 다 사극이다.

사극은 참 어렵다. 대사는 적지만 그 대사 안에 전문적인 용어가 많다보니 표현하기가 무척 힘이 든다. 그럴 때 선배가 해주신 말씀이 "수없는 반복밖에 없다"였다. 그 때부터 끊임없이 분석하고 확인했다. 어제 '구암 허준' 촬영 때도 전문적인 용어가 많이 나와 약간의 NG를 냈다. 잠깐이라도 자만하면 안된다.

Q 이번에 새로 시작하는 '칼과 꽃'에서는 어떤 역할인가?

연개소문(최민수 분)의 측근 귀족인 '양진욱' 역이다. 연개소문을 항상 옆에서 보좌하는 3인의 측근 귀족 중 한 명이다. 극이 전개되면 핵심 조연으로 부각될 수도 있을 것 같다(웃음).

Q 그렇다면 최민수씨와 상대하는 부분이 많을 것 같은데?

굉장히 디테일한 분이다. 최민수 선배는 우리가 못 보는 부분도 전부 다 보신다. 카메라에 잡히는 불필요한 것들을 아예 시작하기 전에 싹 없애고 촬영하시는 분이다. '옥의 티'를 남기지 않으려한다. 하지만 사석에서는 굉장히 재밌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

▲ '자신감은 가지되 자만은 갖지 말라. 자만하면 모든 것을 잊어버린다' 현철호가 배우 생활을 하면서 얻은 교훈이다.ⓒ스타데일리뉴스

Q 단막극 출연도 많이 했다. 요즘 TV 단막극이 많이 줄었는데 아쉬움이 많지 않나?

무척 아쉽다. 단막극은 신인들이 연출가들에게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곳이다. 기회가 주어지면 어디든지 달려가서 하고 싶다. 나는 빨리 잘나가는 연기자가 되기보다는 많은 역할을 소화해내는 배우가 되고 싶다. 많은 작품을 하게 되면 연출가들도 나를 알게 되고 그렇게 되면 저절로 잘 될 것이라 생각된다.

Q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모든 역할을) 다 해보고 싶지. '근초고왕' 대사를 외울 당시 정웅인 선배의 역할이 맘에 들었다. 악역인데 후에 마음을 고쳐먹는 역할. 굵직굵직하고 강하지만 마음은 약한, 그런 반전있는 역할을 맡고 싶다.

Q 30년 뒤 사람들이 '배우 현철호'를 어떻게 기억했음 좋겠나?

이순재 선생님을 보면 연기도 훌륭하지만 정신력이 젊은 사람들보다 더 좋으시다고 생각한다. 그 분처럼 나도 흐트럼없는, 정신력이 강한 배우로 남고 싶다. 배우는 현장에 가기 전까지는 열심히 하지만 현장에서는 프로가 되어야한다. 그 정신력을 계속 갖춘 배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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