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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이슈뉴스
  • 입력 2018.11.29 07:10

[권상집 칼럼] 마이크로닷과 도끼의 과민 반응, 과잉 대처

채무 논란 이전에 태도 논란을 불러 일으킨 그들의 부적절한 갑질 대처

▲ 마이크로닷, 도끼 ⓒ스타데일리뉴스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문화콘텐츠 산업에서 엔터테이너 이른바 연예인들은 이미지로 자신의 부를 축적한다. 가수, 영화배우, 탤런트 등을 포함해서 엔터테이너들의 겉과 속이 다르다는 얘기는 포털 사이트에서 네티즌들의 단골 안주거리가 되곤 한다. 그만큼 연예인들을 지켜보는 눈과 귀가 많다는 얘기이다. 특히, 공인이라고 일컫는 연예인들의 언행에 청소년들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기에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 부모의 빚으로 촉발된 사안에 대처하는 마이크로닷과 도끼의 성급한 과민 반응, 과잉 대처가 대중의 격렬한 비난에 직면한 이유이다.

지난 19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마이크로닷의 부모 사기와 관련된 얘기는 급속도로 인터넷상에 유포되었고 네티즌들 사이에서 연일 화제가 되었다. 부모의 빚과 관련된 책임과 비난을 마이크로닷에게 쏟아내는 건 새로운 연좌제라며 반대하는 네티즌들도 있었으나 상당수는 마이크로닷이 초기에 해당 사안에 대해 부적절하게 과민 반응했음을 꼬집는 내용이었다. 사건의 팩트 여부를 따지기에 앞서 ‘사실무근’을 주장하며 강력하게 법적 대응을 한 것 자체가 마이크로닷의 이미지를 적지 않게 훼손했기 때문이다.

평소 TV를 통해 마이크로닷이 뉴질랜드로 부모님과 함께 떠났을 때 사기를 당해 2년간 수제비만 먹을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를 익히 들었던 시청자들 입장에서 분노한 건 당연한 일이다. 마이크로닷은 가사에서 ‘작년에 10억의 매출을 확 넘겼네’라는 자랑 아닌 자랑을 적나라하게 공개했고 부모님을 위해 뉴질랜드에 19억에 해당하는 2층 단독주택을 구입했다는 얘기까지 심심치 않게 강조했다. 오죽하면 슬리피가 모 방송에서 ‘행사의 수입과 음원 수익을 알고 있는데 절대 저렇게 벌 수 없다’고 발언한 내용이 당시 화제가 되었을 정도였다.

마이크로닷이 초기에 피해자들에게 사죄를 했다면 사태가 이렇게 빚투 현상으로 확산되고 이어지진 않았을 것이다. ‘사실무근’이라며 법적대응을 예고한 이후 수많은 피해자들이 자신의 사례를 공개하며 반박했고 피해자 중 큰아버지는 연대보증으로 죽고 싶었다는 발언까지 방송을 통해 공개했다. 심지어 피해자 중에는 암 환자 또는 생을 마감한 분들까지 있었다. 결국 사태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비난 여론이 커지자 마이크로닷은 모든 방송에서 하차를 선언했다. 이 와중에도 뉴질랜드에 있는 마이크로닷의 부모님은 여전히 사죄 입장 표명조차 하지 않고 있다.

마이크로닷과 달리 도끼는 자신의 어머니가 동창에게 빌린 돈 1000만원에 대해 SNS 라이브 방송을 통해 적극 해명하며 자신에게 찾아오면 돈을 갚겠다고 발언했다. 여기까지는 문제될 게 없다. 그러나 ‘자신이 수십억씩 벌기 시작하면서 과거 1000만원을 빌린 것 가지고 지금 와서 가슴이 쓰렸다고 말한 건 다 개소리’라는 망언을 그는 내뱉었다. 심지어, '돈 1000만원은 내 한달 밥 값밖에 안 되는 돈’이라는 막말을 이어나갔다. 물질만능주의와 이기주의에 물든 저속한 발언이다. 평범한 서민, 시민에게 1000만원이 얼마나 소중한 금액인지 천박한 자본가가 알리 없다.

부모가 저지른 책임 또는 빚에 대해 그들에게 과도한 책임을 요구하는 건 지나친 반응일 수 있다. 그러나 마이크로닷과 도끼는 왜 대중이 자신들에게 비난을 퍼붓는지 좀 더 깊이 깨달아야 한다. 대중의 지지와 격려로 수억 더 나아가 수십억을 벌었다면 대중의 눈높이에서 반응하고 처신해야 한다. 평소 도끼와 마이크로닷은 어린 시절 매우 힘들게 살았다는 점을 강조했고 가난하게 사는 게 얼마나 어렵고 슬픈 일인지 얘기하며 대중의 공감과 사랑을 받았다. 수십억이 생긴 후 ‘그깟 1000만원’이라고 돌변한 그의 모습을 본 대중이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 도끼만 모른다.

대중의 비난과 피해자의 연이은 반박 이후 마이크로닷이 모든 활동을 중단한 데 비해 도끼는 지금도 자신의 SNS를 통해 일일이 네티즌들의 비난에 날카롭게 반응하고 있다. 대중은 채무 논란에 휘말린 연예인들의 대응 방식에 주목한다. 대중이 그들의 언행에 주목하는 이유는 일반적으로 언행에는 그 사람의 인격과 삶의 가치관 등이 내재되어 표현되기 때문이다. 어렵게 살았다는 점을 그토록 강조한 마이크로닷과 도끼가 피해자를 농락하고 조롱하는 발언을 했다는 점에서 그들의 경솔한 발언 그리고 부적절한 과민 대응은 대중의 비난과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2013년 WHO가 발표한 바에 의하면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 사기범죄율 1위라는 불명예를 기록했다. 해외 이민을 갈 때 가장 먼저 같은 한국인을 조심하라는 얘기가 유머가 아닌 이유이다. 실제로, WHO 조사 결과 한국인에 대한 신뢰도는 조사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피해자의 항변을 조롱하고 피해자의 울분에 대해 사죄 표명조차 밝히지 않는 일부 연예인들의 태도 논란을 보면서 우리는 재벌 못지 않은 갑질이 여전히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음을 목격하고 말았다. 부유한 자본에 가려진 빈곤한 인격, 숨겨진 그들의 민낯을 보게 되어 이제라도 다행이다.

- 권상집 동국대 상경대학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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