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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3.04.22 11:05

특수사건전담반TEN2 "Under-Stand, 7년의 잔인한 진실과 마주하다"

미처 마무리짓지 못한 시즌1의 마지막, 완벽을 보여주다

▲ 사진제공=OCN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한 마디일 것이다.

"이해한다."

어떻게? 무엇을?

차라리 분노한다. 차라리 원망하고 만다. 무엇을 어떻게 이해한다는 것인가? 도대체 무엇을 얼마나 알고 이해한다는 말을 하는 것일까? 때리는 시어머니는 차라리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을 말리고 나서는 시누이는 도대체 무엇을 안다고 나서서 저리 말을 하는 것일까?

결국은 자기 뿐이다. 아니 자기 자신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 스스로를 상처입히고 그 상처로 고통스러워하고 그 고통을 통해 다시 자신의 잘못을 일깨우게 된다. 7년 전 여지훈(주상욱 분)의 연인 정희주를 죽인 범인 송경태가 여지훈에게 죽고자 했던 이유였다. 송경태보다 앞서 그의 연인 김민희 역시 고통 속에 살다가 끝내 목숨을 끊고 있었다. 비로소 깨달은 것이다. 자신들이 진정 바랐던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그야말로 순간의 분노였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경험한다. 순간 울컥하고 순간 분노하며 순간 원망하다가 그리고 어느샌가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잊어버린다. 자신을 위해서다.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냉정하게 무엇이 이익인가를 계산하는 것이다. 순간의 충동이다. 순간의 돌발적 감정에 불과하다. 그런데 그로 인해 누군가를 원망하고 그와 다투기까지 하는 것은, 심지어 상처를 주는 행위는 아무래도 자신을 위해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상대와의 관계를 생각하고, 주위의 눈을 떠올리고, 무엇보다 좋은 사람이고 싶은 본능의 양심을 비추어 본다. 하지만 때로 그런 너무나 당연한 계산조차 불가능한 경우가 있다.

가족을 잃었다. 가까운 가족을 범죄자에 의해 미처 인지하지도 못하는 사이 참혹하게 잃고 말았다. 그로 인해 자신은 물론 가족의 일상마저도 산산이 부서져 버리고 말았다. 솔직히 알 수 없다. 그 마음이 어떠한가는. 그 그통이 어떠할 것인가는. 그래서 <특수사건전담반 TEN2>의 첫번째 에피소드의 부제목도 'Under-Stand'다. 역설이었을 것이다. 이해한다. 그러나 이해하지 못한다. 이해하지 못한 채 이해한다고 거짓말을 한다. 그렇게 납득한다. 그것을 이해한다고 여기고 믿는다. 누가 누구를 이해하고, 무엇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다는 것일까? 자신은 자기를 이해할까? 자기는 다른 누군가를 이해할 수 있을까? 그런데 이해한다. 마지막 돌아서는 여지훈의 모습이 무심해서 눈물조차 나지 않게 서럽기까지 하다. 단지 이제서야 비로소 그는 그들과 같은 입장에 서 있을 뿐이다. 그들과 같은 위치에 서게 되었을 뿐이다. 자신조차 자기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절규와 함께. 아무것도 끝난 것은 없다.

마지막 송경태를 죽이지 않고 돌아서서 걸어나오던 여지훈의 독백은 과연 그의 진심이었을까? 아니면 단지 그렇게 믿고 싶었던 또다른 거짓말이었을까? 죽은 연인 정희주를 생각한다면 마땅히 정희주를 죽인 범인인 송경태를 죽여 복수를 마무리했어야 했다. 무려 7년의 시간이었다. 무려 7년이라는 시간을 오로지 정희주를 죽인 범인을 찾아 복수하겠다는 일념만으로 살아왔다. 그 범인이 바로 눈앞에 있다. 그런데 그는 마지막 방아쇠를 끝내 엉뚱한 곳을 향해 당기고 만다. 그의 말처럼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진정한 복수라는 새삼스러운 깨달음이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죽음을 각오한 송경태의 모습에서 또다른 자신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었을까? 결국 정희주를 위한 복수심이라는 것도 사랑하는 연인을 지키지 못한 수치심과 죄책감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했던 자신을 위한 발버둥이었던 것일지 모른다. 그것은 역시 송경태가 여지훈에게 들려주는 솔직한 자신의 속내이기도 했을 것이다.

나이들어 주어진 수명이 다해 죽은 경우에도 남은 가족들은 죄인이 되어 버린다. 어째서 더 잘해주지 못했을까? 어째서 더 이해해주고 배려해주지 못했을까? 용서하지 못한 일도 용서받아야 하는 일도 모두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채 갚지 못한 빚이 되어 남고 만다. 하물며 사고도 아닌 범죄에 의해 가족을 잃어야 했다. 하필 피해자들이 사회적으로 소외된 - 오히려 멸시와 혐오의 대상이 되고 마는 유흥업 종사자들이라는 것이 그래서 더욱 눈에 들어온다. 억울하게 죽임을 당했음에도 오히려 돌아오는 것은 피해자인 가족에 대한 멸시이고 조롱이다. 경찰조차 제대로 가족의 죽음에 대해 수사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죽은 가족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도대체 어떤 큰 짐이 되어 그들을 짓누를까? 무어라도 해주고 싶다. 아니 무어라도 해주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이 단지 범인도 아닌 잠시 자신을 분노케 한 경찰이고 경찰의 가족이더라도.

그래서 죽이려 했다. 그래서 죽이라 했다. 범인에 대해. 자신의 연인과 사랑하는 딸을 죽인 범인에 대해. 경찰수사조차 조기에 종결했다. 경찰의 힘을 빌지 않겠다. 그래서 역시 송경태도 경찰의 손을 빌지 않고 경찰을 죽였다. 그것이 죄가 됨을 알면서도. 아마 어느 정도는 예상했을 것이다. 그것이 자신에게도 얼마나 큰 상처가 되고 고통이 될지. 얼마나 오랜 시간을 큰 고통속에 후회하며 살아야 할지. 정희주는 더구나 모르던 사이도 아니었다. 항상 자신들을 위해 연주를 들려주던 고마운 친구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럴 수밖에 없는 절박함이 순간의 분노에 지고 만다.

사소한 분노가 만든 - 그 분노조차 주체하지 못하는 절망과 좌절이 만들어낸 끔찍한 범죄였을 것이다. 누가 피해자이고 누가 가해자인가? 마지막 순간 모두는 피해자가 되고 만다. 송경태는 끝내 여지훈이 미끼로 내세운 남예리(조안 분)를 죽이지 않았다. 끊어진 막다른 다리란 그런 송경태의 현재를 가리키고 있을 것이다.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가야 할 곳도 없다. 이제는 끝이다. 하지만 그의 바람과는 달리 그것은 여지훈에게 이제 시작이었다. 진실과 마주하는 순간 송경태의 존재를 통해 그동안 애써 외면하고 부정해 온 자신의 진심과도 또한 마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이 시작이고 무엇이 끝인가? 그래서 끝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모두가 끝이라 생각한 그 순간에조차.

처음이었을 것이다. 이렇게까지 범죄피해자 가족의 입장을 진지하게, 그러면서도 냉정하게 다룬 드라마는. 그저 비극에만 사로잡히지 않는다. 그들의 분노에 동조하거나 그들이 느낄 절망에 섣부르게 빠져들지도 않는다. 그들의 슬픔과 아픔에 동정을 보내지도 않고, 그들의 원망과 절규에도 애써 거리를 두려 한다.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그저 보여준다. 그들의 분노가 어떠한지. 그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이란 과연 어떠한지. 그들을 이해하다가 어느새 자신조차 이해하지 못하게 되어 버린 여지훈을 통해서. 거짓말로라도 잊고 살아가라는 송경태의 독백에서. 잊을 수 없음을 인정한다. 결코 잊지 못할 것임을 받아들인다. 그래도 사람은 살아간다. 강요가 아니다. 그렇게 미친 듯 증오하고 저주하고 복수에 매달리다가 마지막에 그래도 그들은 살아가려 한다. 아무것도 해결된 것 없이 그래도 그들은 살아가려 한다.

반전의 연속이다. 이번에는 여지훈의 공범으로 검시의 서유림(윤지혜 분)의 존재까지 드러나고 만다. 정희주가 죽던 2004년 그들은 이미 내연의 관계에 있었다. 그저 밝혀진 것이 아니다. 어렵사리 단서를 찾고 조각을 모아 CCTV 화면을 통해 감춰져 있던 서유림의 존재를 찾아낸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야 말로 숨겨져 있던 결정적인 단서일 것이다. 더구나 서유림의 존재를 통해 여지훈이 김민희의 사체를 옮기는 과정에 관여했다는 확증까지 찾아내고 만다. 설마 진짜 여지훈이 범인이었던 것일까? 이쯤 되면 TEN의 팀원들은 물론 시청자 자신마저 헷갈릴 정도다. 진짜 여지훈이 김민희를 죽이고 그녀의 사체를 옮겨 사건을 꾸몄던 것일까? 7년 전 사건 당시에도 결국 여지훈이 약혼자인 정희주를 죽인 진범 F였던 것일까?

의혹이 해소되는 과정도 자연스럽다. 여지훈의 손에는 김민희가 남긴 유서가 들려 있었다. 서유림이 이미 지우기는 했지만 지워진 파일을 복구하는 기술 또한 쉽는 않지만 존재한다. 김민희의 유서와 김민희의 사체 손목에 남은 상처, 그리고 현장감식반이 찾아낸 욕조를 가득 채우고 있던 혈흔까지, 사실 이런 정도는 이미 초동수사과정에서 밝혀냈어야 하는 내용이었다. 결국 김민희는 살해당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살했다. 김민희의 자살을 이용하기 위해 여지훈이 살인으로 꾸며 모두를 기만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백독사 백도식(김상호 분)에 의해 철저하게 여지훈의 의도는 추적당하고 마침내 여지훈과 범인이 만나는 그곳에까지 이르고 만다. 이 과정도 분명 필요했다. 여지훈은 자기에게 호감을 가진 남예리를 범인을 위한 함정으로 준비하고 있었다. 남예리가 자기가 남긴 단서를 발견하고 찾아와주지 않으면 안된다.

지독스럽다. 소름이 끼칠 정도다. 모든 것이 여지훈의 손바닥 안에 있었다. 그조차도 사실은 손경태의 손바닥 안에 있었다. 손경태도 이미 김민희가 자살한 것을 알고 있었다. 어째서 여지훈이 자살한 김민희를 살해당한 것으로 위장하려 하는지에 대해서도. 여지훈이 김민희를 죽이지 않았다는 사실도 안다. 여지훈을 죽이기 위해서가 아니다. 자신이 죽기 위해서다. 여지훈에게 죽어 모든 것을 끝내려 한다. 복수의 끝이기도 하다. 자신을 죽임으로써 여지훈은 더 큰 허무와 절망 속에 고통스러운 남은 시간들을 살아야 할 것이다. 차라리 죽는 것이 안식이요 구원일 수 있다.

어쩌면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시즌1에 대한 변명이기도 했을 것이다. 철저하게 재구성하여 미처 마무리짓지 못했던 시즌1의 마지막을 훌륭히 매조지지었다. 진정한 시즌1의 마지막회였을 것이다. 그리고 시즌2를 여는 시작이었을 것이다. 시즌1이 그러했듯 치밀하게 준비된 첫회의 완성도는 완벽을 넘어서 있었다. 연극같은 구도와 영화를 연상시키는 장면들, 그리고 한 편의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짜임새있는 구성까지. 바로 이런 것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특수사건전담반 TEN>이라는 드라마의 귀환을 간절히 바라도록 만든 것이 아니었을까.

숨이 막힌다. 호흡곤란은 물론 심장마비까지 올 지경이었다. 내내 집중하며 보고 있었다. 보고 나서 또 보았다. 명품드라마란 바로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스릴러에 진정 필요한 것은 물량도, 특수효과도, 스타배우의 출연도 아닌 바로 구성 그 자체일 것이다. 짜임새 있는 구성과 그것을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완벽하게 설계된 영상, 그리고 배우의 연기. 행복한 시간의 시작이다. 일요일은 이제 가장 기다려지는 요일이 되었다. 최고다. 말이 필요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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