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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18.08.28 18:53

[권상집 칼럼] 김국영의 뜨거운 눈물이 담긴 육상 단거리 도전

무관심 속에 외롭게 걸어온 김국영의 도전, 우리가 박수를 보내야 하는 이유

▲ 김국영 (대한육상경기연맹 제공)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아시안 게임을 앞두고 모든 언론의 관심은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에게 쏠려 있었다. 금메달을 확보해야 손흥민, 조현우 등 대한민국을 대표한 축구 선수들의 군 면제 및 해외에서의 활약이 더 활성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축구 대표팀 못지 않게 우리가 박수를 보내고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또 한 명의 선수가 있다. 바로 김국영이다. 김국영은 이미 10년간 기울어질 대로 기울어진 대한민국 단거리 육상을 대표하며 국내 100m 지평을 넓히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여 온 인물이다. 그의 첫 번째 도전인 100m 경기는 아시안 게임 8위로 아쉽게 마무리되었다.

아시안 게임 100m 8위라는 기록보다 결승이 끝난 후 괴로워하며 눈물을 훔치는 김국영의 모습에서 그가 얼마나 간절하게 그리고 처절하게 노력해왔는지 우리는 짐작할 수 있었다. 김국영은 인터뷰에서 “잘하고 싶어서 노력을 하는데 잘 되지 않는 게 가장 힘들다”라는 말을 남겼다. 노력을 거듭하는데도 불구하고 한계에 직면할 때의 그 처절함은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경쟁자들은 매 순간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수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원하는 기록이 나오지 않을 때의 초조함과 자신의 역량에 대한 한계. 이 모든 것이 김국영을 짓눌렀을지 모른다.

그는 한국 기록을 이미 5번이나 경신했음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메이저 대회에서는 자신의 평소 기록보다 훨씬 저조한 기록을 올리며 팬들에게 실망(?)을 안기기도 했다. 기대와 달리 김국영이 부진한 성과를 낼 때마다 ‘신체 사이즈의 한계’, ‘국내용 선수’, ‘큰 경기에서 멘탈이 약한 선수’라는 댓글이 따라 붙는다. 다른 외국인 선수들이 중요한 메이저 대회에서 자신의 최고 기록을 경신할 때 오히려 김국영은 자신의 최고 기록보다 훨씬 저조한 마침표를 찍었기에 인터넷 여론은 지지와 격려보다 비난이 때로는 더 많았다.

그러나 모든 이의 무관심 속에 그가 외롭게 투쟁해 온 과정을 본 사람은 함부로 김국영을 비난하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외국 선수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코치진과 과학적인 연구, 주요 메이저 대회에서 가득 찬 관객들의 함성을 들으며 멘탈과 체력, 역량을 동시에 키워나갈 때 김국영은 썰렁한 경기장, 관객석이 텅 빈 곳에서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과정을 헤쳐나가며 달리고 또 달렸다. 김국영은 언론 인터뷰에서 “열심히 하는 것도 좋지만 경기장에 관객들이 아무도 없을 때 달리면 힘들 때도 있다”며 자신의 어려움을 진솔하게 밝히기도 했다.

육상, 수영 등에서 일본과 중국에 밀린 지는 이미 30년이 다 되어간다. 우리나라는 유독 기초 분야에 대한 투자와 지원이 인색하다. 학문적인 분야에서도 기초과학 투자에 가장 인색한 편이며 스포츠의 기초 종목인 육상, 수영 등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가장 적게 하면서도 기대와 성과는 항상 일본, 중국과 비교하며 언론은 분발을 촉구한다. 일본과 중국이 기초 종목인 육상, 수영에서 세계적 수준과 여전히 거리가 먼 편임에도 불구하고 이들 종목에 집중 투자와 관심을 아끼지 않는 이유는 기초 종목의 경쟁력이 기타 다른 종목으로 연관되어 파급효과를 미치기 때문이다.

그 동안 한국은 기초 종목인 육상, 수영에서의 부진을 이른바 태권도, 양궁, 레슬링 등 효자 종목에서 만회하며 일본을 누르고 아시아 2위를 차지해왔다. 그러나 이번 아시안 게임에선 모든 종목에서 상향 평준화를 이룬 일본에 현격한 차이를 보이며 3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에서 기초 종목에 대한 투자를 줄여나가면서 운동 꿈나무들은 어릴 때 육상 선수로 시작해 중/고교 시절에 축구를 비롯한 기타 종목으로 지금도 전환하는 것이 사실이다. 한결같이 육상에서 다른 종목으로 전환한 이유를 물으면 그들은 일관되게 “육상에 대한 투자와 관심이 전혀 없다”고 얘기한다.

김국영이 라커룸에서 눈물을 보이며 “아시아 다른 나라에서는 수많은 신예들이 등장하고 기존 선수들의 기록도 좋아지기에 한국에서는 내가 포기하지 않고 도전을 계속 해야 할 것 같다”며 일종의 사명감을 얘기했다. 김국영은 “실력으로 맞서기에는 상대가 너무 강해서 나름대로 전략을 세웠으나 역부족이었다”고 결승전 후 소감을 밝혔다. 좋은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 외롭게 감독과 코치, 선수가 전략을 세우며 고민하는 모습에서 여전히 한국 육상의 후진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시스템과 인프라에 대한 투자 없이 개인에게 우수한 성과만 강요하는 모습이다.

김국영과 유사한 체격인 쑤빙텐은 중국 국가의 지원과 체계적인 육상 인프라, 과학적 훈련에 힘입어 매 순간 자신의 역량을 끌어올리며 세계적 육상 선수 수준에 올라섰다. 특히, 중국과 일본의 육상 유망주는 지금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고 두꺼운 선수 층이 국제적 경쟁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세계적인 코치와 정밀한 육상 훈련 체계는 우리에게는 꿈도 꿀 수 없는 부분이다. 최고급 강사로부터 고액과외와 첨단 교육을 받는 선수와 고독하게 혼자 자율학습을 진행하는 선수를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며 비난하는 우리의 태도는 이런 측면에서 아쉽기만 하다.

라커룸에서 눈물을 보이며 김국영이 언급한 “잘하고 싶어서 노력을 하는데도 잘 안되니 그게 제일 힘들다”는 메시지는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모든 선수는 지금도 매 순간 투혼의 땀을 흘리며 자신의 기록과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국내 육상계는 여전히 천재의 등장을 기다릴 뿐 과학적인 투자와 체계적인 지도에 대해서는 인색하다. 우리와 체격이 비슷한 중국과 일본이 성과를 내는 이유는 압도적 투자와 관심이 선행되었기 때문이다. 투자와 관심, 체계적인 지원 없이 김국영에게 눈물을 강요하며 계속 달리게 하는 현실, 우리가 말하지 않은 불편한 진실이다.

- 권상집 동국대 상경대학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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