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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6.06 07:22

나는 가수다 "나는 가수다의 아이돌 김범수!"

감동이 즐거운 예능의 옷을 입다.

 
재미있었다. 간만에 유쾌하게 즐겁게 볼 수 있었다. 역시 일요일 저녁시간대의 예능프로그램이란 이런 게 아닐까? 가족들과 함께 한 주의 피로를 풀며 내일을 위해 한가한 여가를 보낸다. 그를 위한 달콤하고 편안한 휴식처럼.

역시 중심에는 <나는 가수다>의 아이돌 김범수가 있었다. 아무래도 옥주현이 들어오기 전까지 가장 나이가 어린 막내였다 보니. 옥주현과도 프로필상 한 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성격까지 활달하고 격의가 없는 편이다. 민망할 수 있는 무대도 전혀 거리낌없이 즐기며 스스로 기획하고 만들고 선다. 다른 가수들의 난처한 웃음은 그런 김범수에 대한 애정이었으리라.

사랑받는 막내의 모습 그대로. 청중평가단이 추천한 노래들 가운데 남자아이돌그룹 2PM이 부른 "again & again"이 포함되어 있자 BMK가 먼저 안무를 할 거냐고 묻는다. 그리고 안무는 안 할 것이라는 김범수에게 박미경의 "이유같지 않은 이유"를 부르고 있는데 옆에서 윤도현이 바람을 잡는다. 윤도현이 춤을 추기 시작하자 김범수도 따라 추기 시작하고, 이병진은 남진의 "님과 함께"를 지목하며 그를 더욱 부추긴다. 나미의 "슬픈 인연"에 이르러서는 이번에는 송은이가 나선다.

"이 노래도 빨리 하세요!"

어차피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아니다. 지난번 민혜경의 "그대 모습은 장미"를 부를 때 춤을 추며 불렀던 것을 테이프를 회수해서 파기하고 싶다고 말할 정도다. 하지만 좋지 않은가. 어느새 형과 누나들에게 놀림을 당하는 막내가 되어 기꺼이 슬로우템포의 발라드 "슬픈 인연"에서마저 그는 막춤을 추며 분위기를 띄운다.

아마 그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옥주현이 나이가 더 어리기는 하지만 김범수처럼 개구진 성격이 아니다. 성격 이전에 JK김동욱이나 윤도현, BMK, 이소라, 박정현 누구도 그런 역할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김범수가 나선다면 기꺼이 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막내를 놀려줄 용의가 있다. 그것이 즐겁다. 캐릭터의 힘이다.

시작은 역시 민혜경의 "그대 모습은 장미"를 부르면서 평소 보이지 않던 춤을 추는 모습을 보이면서였다. 파격적인 의상과 파격적인 무대, 그리고 막내를 대하는 선배들의 태도가 그에게 개구지고 넉살 좋은 막내의 캐릭터를 덧씌워버렸다. 여기에 시즌1의 마지막 무대에서 이소라의 "제발"로 1위를 했다가 시즌2의 첫무대에서 멋드러지게 섹소폰을 호명하는 모습까지 어우러지며 7위로 떨어지게 되자 1위가 되어 자만한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박정현 역시 전주에 조용필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로 1위를 했다가 다음주 부활의 "소나기"를 불러 7위가 되었지만 김범수처럼은 아니었다. 그리고 이소라가 농담처럼 그를 소개한, "<나는 가수다>의 비주얼담당"이라는 말도. 이제는 이번 무대에서는 어떤 패션 어떤 컨셉으로 설 것인가가 궁금해진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기대하게 된다.

그런 김범수이기 때문이다. 어쩐지 그이기에 이번에도 역시 재미있는 무대를 꾸며 보여줄 것이다. 이제까지 없던 색다를 모습을 그의 무대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괜히 한 번 던져보는 것이고, 그리고 그것을 김범수가 적절히 넉살좋게 받아침으로써 그렇게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즐겁고 재미있다. 웃게 된다.

물론 임재범이 없는 탓도 컸을 것이다. 임재범이 있을 때는 김범수도 저렇게 개구지게 행동하지는 못했다. 워낙에 대선배이고 가요계에서도 카리스마이기 때문에 - 심지어 박명수와 PD마저 주눅들어 눈치를 본다는데 말 다 했지 않은가. 그만큼 감동적이기도 했지만 분위기를 짓누르는 것이 있었다. 그런데 임재범이 빠지고 나자 김범수는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적절히 분위기를 띄우고 경직되었던 것을 풀어 버린다. 힘을 빼도록 만든다.

음악이란 즐기는 것이다. 그것은 임재범도 했던 말이다. 그 말을 다시 김범수가 하고 있다. 그 자신이 즐기고 있기에. 진심으로 프로그램을 즐기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런 김범수의 역할이 프로그램의 분위기도 상당히 올려 놓는다. 가벼워졌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그만큼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예능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부를 노래를 고르고, 그것을 다시 맞게 편곡하고, 중간평가를 하기까지의 모습들이 상당히 설레고 긴장되는 즐겁고 유쾌한 일상으로 그려지게 되었다. 중간평가마저 부담없이 즐길 수 있었던 것은 그래서였다. 이제까지 가운데 가장 즐겁게 그야말로 즐기며 보았던 <나는 가수다>였다.

다만 그래서 생기는 불안감일 것이다. 사실 지금의 김범수의 캐릭터란 프로그램의 시작부터 함께 해 온 이소라, 윤도현, 박정현, 윤도현 등에 힘입은 바 크다. 그동안 김범수를 꾸준히 곁에서 지켜봐 오며 그의 캐릭터가 만들어지는데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영향을 준 이들이다. 아직도 그를 막내취급해주는 것은 시즌2의 시작을 함께 했던 BMK부터다. 그런데 만일 이들 가운데 누군가 또 나가게 된다면? 아니 무엇보다 김범수 자신이 나가게 되면 어떻게 될까?

예를 들어 무한도전에서 박명수나 노홍철이 어떤 이유로 하차한다고 생각해 보라. 현재 <나는 가수다>의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김범수인데 갑자기 김범수가 빠져 버리고 나면? 물론 그러고도 어차피 같은 가요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다 보니 이내 쉽게 친해지고 이야기를 만들어갈 테지만 그것은 프로그램 안에서 익숙해진 관계를 보여주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일 터다. 지금의 멤버들도 처음에는 많이 어색한 모습을 보였었다. 그런데 또 한 사람 빠지고 또 한 사람 빠지고 그렇게 교체되어 간다면?

더구나 개그맨들마저 가수가 탈락하게 되면 함께 프로그램에서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김신영이 그래서 정엽과 함께 사라져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지상렬 역시 임재범이 중간에 건강상의 이유로 사퇴하며  프로그램을 나가 있는 상태다. 자칫 멤버교체가 잦을 경우 개그맨 사이에도 관계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프로로써 단지 상호간의 존중을 전제로 한 모습만 보이게 된다면 또 역시 지금처럼 즐거울까? 그렇다고 항상 긴장하며 감동만을 요구한다면 쉽게 지켜버리고 말 것이다.

음악프로그램이 아닌 예능프로그램이기에 갖는 우려다. 예능프로그램으로서의 가능성을 새삼 확인했기에 가지게 되는 불안감일 것이다. 이렇게 캐릭터며 관계마저 자리를 잡아가는데 여기에서 멤버를 하나나 둘을 빼게 된다? 단지 노래만 들으라는 프로그램도 아닐 텐데. 노래를 부르는 사이사이의 이야기들도 무척 재미있다. 감동만으로는 쉽게 지친다. 힘을 빼고 즐길 수 있는 여유가 필수적이다.

아무튼 힘을 빼고 들으니 무대들이 하나같이 좋다. 아마 옥주현은 김건모의 "사랑이 떠나가네"를 통해 이제까지의 아이돌출신이라는 데서 오는 편견을 깨끗이 씻어 버릴 수 있을 것이다. 보사노바 리듬으로 편곡된 노래는 무척이나 청아하고 아름다웠다. 옥주현에 어울린다. BMK 김동욱은 한영애의 "조율"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을 것 같고. 윤도현에게 "새벽기차"는 상당히 어려운 과제로 여겨진다. 이소라가 부를 해바라기의 "행복을 부르는 사람"도 부르기는 쉽지만 잘 부르기는 어려운 노래다. 박정현이 부를 패닉의 "내 낡은 서랍속의 바다"는 가스펠풍으로 편곡되어 이제까지 없던 감동을 주지 않을까. 물론 가장 기대가 되는 것은 나 역시 김범수의 "님과 함께"일 테지만 말이다. 그는 또 어떻게 즐거운 놀라움과 유쾌한 감동을 선사할까? BMK가 부를 부활의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상당히 어려우면서도 어쩌면 BMK와 가장 잘 어울릴 것이다. 심각하게 들을 것 없이 가수들과 함께 무대를 즐길 수만 있다면.

하기는 너무 심한 것이다. 고작 1주에서 2주, 그러나 원곡을 부른 가수들은 몇 달에 걸쳐 수십수백 번을 부르고 겨우 음반을 내놓았을 것이다. 그런데 직접적인 비교를 한다는 게 말이나 될까? 가수도 즐기고 시청자도 즐기고 평가단도 즐기고 제작진도 즐기고.

그런 가능성을 본 회차였다. 6월 5일의 <나는 가수다> 곡선정과 중간평가는. 하지만 그렇기 대문에 탈락이라는 지금의 시스템이 결국 한계로 작용하지나 않을까.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조절할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자칫 내부의 이야기를 파괴할 수 있다.

정말이지 다른 예능에서는 몰라도 <나는 가수다>에서는 가장 필요한 캐릭터라 할 수 있겠다. 점잖은 베테랑 가운데 혼자 아이처럼 방방 뛰며 이야기를 만든다. 과거 <남자의 자격>에서 김성민이 보이던 역할이다. 그는 더욱 수줍고 귀엽다. 소년같다.

근래 가장 재미있게 보았던 <나는 가수다>였다. 물론 경연이 벌어지는 다음주가 되면 한결 더 살벌해지리라. 그렇더라도 조금 더 즐겁게 가볍게 무대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과도하게 힘디 들어가는 것도 좋지 않은 것이다. 가장 마음에 들었다.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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