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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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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03 15:45

[권상집 칼럼] 방탄소년단(BTS), 빌보드에 K-POP을 꽂다

대중음악 본토를 장악한 방탄소년단(BTS)의 기념비적 성과

▲ 방탄소년단(BTS) ⓒ스타데일리뉴스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성과를 결국 방탄소년단이 이뤘다. 빌보드 싱글차트 HOT 100에 'FAKE LOVE'로 단숨에 10위로 진입하는데 성공했고 빌보드 음반차트 HOT 200에서는 정규 3집 음반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LOVE YOURSELF 轉 Tear)’로 기어코 정상을 차지했다.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등으로 아쉽게 방탄소년단(이하, BTS)의 빌보드 정상 차지가 더 많은 화제를 국내에 쏟아내지 못한 감이 있지만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큰 성과이자 국내 대중문화계에서 전무후무한 역사로 기록될 발자취임에는 틀림없다. 그야말로 진정한 월드스타의 탄생이다.

미국의 빌보드(Billboard)는 매주 음반과 싱글(Song) 성적을 합산해서 발표하는데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가장 대중성과 공신력을 지금까지 인정받고 있는 유일한 차트이다. 그간 국내 가수들이 일부 차트에서 정상을 차지했다는 홍보기사를 쏟아냈지만 이번 BTS가 정상을 차지한 음반(앨범)차트 200과 싱글차트 100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다 의미 없는 차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참고로, 팝 음악의 전설인 엘비스 프레슬리, 비틀즈, 마이클 잭슨, 머라이어 캐리 등도 모두 자신의 음악 성과를 언급할 때 빌보드 싱글차트 100, 음반차트 200순위만 언급한다.

1992년 국내 가요계에 랩 음악을 선 보이며 ‘문화대통령’으로 불렸던 서태지와 아이들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해외 진출 성공을 기대하기도 했으나 미국 대중음악계의 텃세와 장벽은 높기만 했다. 이후, 체계적인 기획사의 지원과 홍보에 힘입어 다양한 아이돌 그룹과 가수 비, 보아, 원더걸스 등이 미국 시장의 문을 두드렸지만 그 누구에게도 문이 열리는 걸 그들은 허락하지 않았다. 이후 미국에서 공연만 한 가수들에게도 국내 방송계에서는 낯뜨거운 ‘월드스타’라는 호칭을 붙였고 한인들 앞에서 공연한 자칭 월드스타의 존재에 대해 미국에서는 코웃음을 날리기도 했다.

JYP의 실질적 수장인 박진영은 미국 시장의 벽은 너무 높다며 미국에서 음악으로 성공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방송을 통해 하소연했고 SM엔터테인먼트의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는 애초부터 한국어 노래로 미국 시장을 공략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강조, 중국과 일본 등 잠재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더 큰 아시아 마켓에 집중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며 미국 시장 진출의 무의미함을 피력하기도 했다. “HOT와 보아를 아시아 최고의 스타로 만들었다”는 자부심을 드러냈던 SM의 이수만에게 방시혁은 ‘불가능은 없다’는 점을 BTS를 통해 보여주었다.  

국내 대중음악계에서도 미국 시장 진출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그 동안 정설이었다. 물론, 수많은 기획사들이 이 불가능을 무너뜨리기 위해 도전을 거듭했다. 한국어 노래에 대한 미국 및 서구의 거부감을 없애기 위해 영어로 노래를 발표한 가수들도 많았고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아이돌 멤버 중 한 명은 반드시 미국 또는 영어권 국가의 국적을 지닌 멤버로 구성하기도 했다. 의도적으로 해외 시장을 노리고 기획한 다국적 멤버의 아이돌과 영어권 노래는 오히려 참패를 거듭했다. 의도하지 않았는데 해외에서 큰 성공을 거둔 음악은 지금껏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유일하다.

▲ 방탄소년단(BTS) ⓒ스타데일리뉴스

다만,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빌보드 싱글차트에서 무려 7주간 2위를 차지했음에도 해당 성과를 저평가하는 평론가나 팬들도 적지 않았다. 인종차별이 심각한 서구권에게 오히려 동양인의 우스꽝스러운 모습만을 보여주어 그들이 재미 삼아 좋아하는 걸 너무 높게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일부 전문가들의 시각이었다. 그러나 이런 모든 편견과 선입견들은 BTS에 의해 한방에 무너졌다. BTS는 다국적 멤버를 구성하지도 않았고 영어로 모든 노래를 소화한 것도 아니며 희화화된 이미지를 선보이지도 않고 대중음악 본토인 미국 시장 더 나아가 세계 시장의 장벽을 허물었다.

BTS는 비영어권 음반 최초 빌보드 음반차트 1위, 비영어권 그룹 최초 빌보드 아티스트 1위, 빌보드 싱글차트 ‘HOT 100’ 진입 첫 주 10위라는 기염을 토했다. 해당 성과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 수 있는 단적인 예가 있다. 팝의 전설 마이클 잭슨 역시 새 음반을 발표할 때 음반차트 정상과 싱글차트에서 곧바로 10위권 내에 진입하는 기록을 세웠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BTS의 성과는 단언컨대, 지금까지 국내 그 어떤 가수도 달성하지 못한 더 나아가 아시아 가수 그 누구도 달성하지 못한 대기록이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BTS는 국내와 해외 대중음악 시장의 모든 통념을 새롭게 흔들었다. 비영어권 노래, 순수 한국인 멤버로 구성되어 노래와 과감한 안무로 전세계 팬들에게 '동양인 아티스트도 세련되고 멋지다’는 인식을 각인시켰고 한국어 노래를 배우기 위해 전세계 팬들이 한국어를 자국어로 번역하거나 한국어를 학습하는 기현상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급기야 방시혁이 이끄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BTS라는 초특급 아이돌 그룹 하나만으로 지난해 거대 기획사인 SM, YG, JYP의 모든 영업이익을 눌러버리는 파격적 성과를 기록했다. BTS로 인해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기업가치는 현재 2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1992년 2월 17일, 전세계를 휩쓸던 아이돌 그룹 뉴키즈온더블록(NKOTB)이 국내 체조경기장에서 내한공연을 가졌고 흥분한 10대 소녀 팬들이 일거에 앞으로 쏠리며 국내 여고생 한 명이 숨졌고 해당 공연은 최악의 사고로 끝이 났다. 당시 많은 팝 음악 전문가들이 이를 안타까워하며 “우리나라에서 과연 빌보드 정상을 차지하는 날이 오긴 올까요, 국내 가수를 보며 서구 팬들이 열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요”라며 자조 섞인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이수만 프로듀서와 박진영을 포함한 많은 전문가들은 빌보드 정상은 아예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BTS는 소위 빽 없이 실력만으로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 수 있음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전 세계 곳곳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BTS에게 열광하는 이유이다.

- 권상집 동국대 상경대학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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