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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남자 "행복한 드라마, 행복한 엔딩, 모두가 행복해지다."

모두가 행복해지기에 착한 남자다, 강마루 마침내 착한 남자가 되다.

▲ 사진제공=K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제목이 곧 스포일러였다. 드라마를 보다 말고 저도 모르게 탄성을 지르고 말았다. 그래, 그래서 <착한 남자>다. 모두가 행복해진다. 모두가 착해진다. 모두가 진심으로 웃을 수 있게 된다. 혼자서만 착해서는 그것을 착하다 말할 수 없다. 그로 인해 슬퍼하고 혹은 괴로워하고 죄에 빠져든다. 그를 과연 착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한재희(박시연 분)가 경찰에 자수하여 심지어 강마루가 대신 뒤집어썼던 과거의 죄까지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강마루(송중기 분)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모두가 자기 때문이라고. 자기 잘못이라고. 그러면서 울어주었다. 진심으로 자신을 위해 눈물을 흘려주었다. 마음이야 어쩔 수 없어도 필요하다면 자기에게로 돌아가겠노라고.

혼자가 아니었다. 아니 잊고 있었다. 오랫동안 있고 있었다. 그 지옥과도 같은 시간 속에서도 그녀의 곁에는 항상 강마루가 있었다는 사실을. 지금도 그는 자신을 향해 손을 내밀어주고 품을 내어주고 있다. 잡으라고. 기대어 마음껏 울라고. 자기의 것은 아니지만 언제고 그녀가 필요로 할 때 그가 다시 돌아와줄 것을 믿을 수 있다. 이제는 그를 자기가 떠나보내야 한다.

"저기 앞에 있는 저 산을 내가 혼자서 뛰어넘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해요."

기던 아이가 일어서서 걷기 시작하는 것은 어디선가 지켜보고 있을 부모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자전거를 배우는데 뒤에서 잡아주는 사람이 없다면 혼자서 패달을 밟기가 몇 배나 어렵고 두렵다. 누군가 자신을 넘어지지 않도록 잡아주고 지탱해준다. 설사 넘어지더라도 손을 내밀어 다시 일어서는 것을 도와줄 것이다. 울고 있다면 눈물도 닦아줄 것이다. 아니 그의 품에 안겨 펑펑 서러운 눈물을 쏟아낼 수 있을 것이다. 몇 번이나 넘어지고 서러운 울음을 토해내면서도 그래서 사람은 마침내 혼자서 걸음을 떼어놓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안민영까지 떠나보내고서야 한재희는 비로소 혼자서 걸어갈 용기를 얻는다. 혼자서 산을 넘을 의지를 갖게 된다. 아마 그럼에도 한재희의 곁에는 여전히 안민영과 강마루가 함께 하고 있을 것이다. 자신은 사랑받고 있다. 그같은 확신보다 사람에게 더 중요한 것이 어디 있을까? 한재희의 오빠 한재식(양익준 분)이 한재희를 찾아와 하소연하듯 털어놓는 과거의 이야기도 같은 맥락이다. 오라비로서 누이에게 작은 인정이라도 받을 수 있었다면. 사랑받을 수 있다는, 사랑받아 마땅한 존재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면. 그것을 한재식은 한재희가 아닌 강마루의 동생 초코(이유비 분)로부터 확인하게 된다. 너무나 늦은 생소한 경험이라 한재식으로서는 당장 그것에 반응하기가 버겁다. 이럴때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것일까?

초코가 그렇게 모두가 꺼려하는 한재식에 대해 스스럼없이 대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래서일 것이다. 오빠 강마루가 있다. 오빠의 친구이며 자기가 좋아하는 박재길(이광수 분)가 있다. 그들이라면 당연히 자신을 지켜줄 것이다.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자기만큼은 반드시 지켜줄 것이다. 병과 어려운 가정형편에도 초코가 구김살없이 밝고 긍정적인 성격으로 자랄 수 있었던 배경일 것이다. 강마루가 죄를 지어가며 자신을 위해 돈을 모으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바로 그것을 돌려주며 직접 용서를 구할 수 있었던 것도 역시 마찬가지다. 박재길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전하는데도, 그리고 그것을 표현하는데도 그래서 초코는 전혀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 두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그녀는 참으로 행복한 성격이다.

서은기는 그러지 못했다. 아버지로부터 사랑받지 못했기에. 어머니로부터 버림받았기에. 그녀의 무의식에는 그런 생각이 자리하고 있었을 것이다. 아버지로부터 인정받아야 한다. 어머니를 되찾아야 한다. 그래서 그녀는 서른이 가까워지도록 사랑 한 번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했다. 사랑 비슷한 것은 한 적 있지만 그때도 그녀는 아무것도 못하고 그저 손놓고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자신을 위해 목숨을 걸어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어머니의 인형을 자신의 목숨을 걸고 지켜주었었다. 이 남자라면 어느 때고 자신의 편이 되어 줄 것이다. 아버지에게 받지 못한 사랑을, 어머니의 빈 자리를 그가 대신 채워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니라고 한다. 그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자기를 그저 이용하려고만 했다고 말하고 있다. 그가 진정으로 사랑한 것은 한재희라고. 그녀를 되찾기 위해 이용한 것이라고. 배신감이 차라리 심장을 베이는 것 같다. 서은기가 태산그룹에, 아버지에게, 그리고 박준하(이상엽 분) 변호사에게 갑작스레 집착하기 시작한 이유였다. 강마루의 대신이었다. 자신을 배신하지 않을. 자기를 버려두지 않을. 자기를 필요로 하는. 태산그룹은 생명이 없고, 아버지는 죽었으며, 박준하는 누워 있었다. 깨어있을 당시는 서은기도 그를 믿지 않았다. 그러나 강마루가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들었을 때 그녀는 깨닫는다. 그럼에도 자신은 그를 사랑하고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을. 어쩌면 이제는 그가 자신을 필요로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안민영이 자신을 찌르려 했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그것을 강마루가 대신해서 맞아주었다는 사실 또한. 그 상처가 어쩌면 매우 치명적일 수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 중요한 것은 그때 강마루가 자신을 안아주었다는 사실이다. 힘겹게 찾아간 불안한 자신을 반갑게 안아주고 있었다. 그에게도 자신이 필요했다. 그에게도 자신의 자리가 있었다. 비로소 받아들인다. 함께 떠나자던 강마루의 말을. 그는 자신을 사랑한다. 그녀에게 가장 간절한 마지막 한 조각이었을 것이다. 강마루의 마음이 그녀에게 와 닿았다.

물론 그랬음에도 끝내 강마루가 다시 살아나지 못했다면 그는 '나쁜 남자'가 되고 말았을 것이다. 과연 비로소 강마루의 진심을 깨닫고 자신의 진심을 확인하게 된 그녀가 강마루의 죽음을 쉽게 견뎌낼 수 있었을까? 오로지 강마루만을 믿고 살아왔던 동생 초코는 어떨까? 안민영을 지키고자 자수까지 했는데 그 안민영에 의해 강마루가 목숨을 잃었다. 사랑했던 사람이고 자신의 편이 되어줄 사람이다. 자신의 죄로 인해 강마루가 죽었다. 한재희는 어떨까? 한재식은 그렇게 불행했던 과거를 씻고 다시 새사람으로 새출발할 수 있었을까?

강마루가 <착한 남자>인 이유다. 살아났기 때문이다. 살아있기 때문이다. 모두의 죄를 짊어지고 그는 죽었다 다시 살아났다. 다른 생을 살듯 기억을 모두 잃은 채 다시 살아나 서은기와 만나고 있다. 그의 소원은 이루어졌다. 여느 평범한 남녀처럼 낯설어하고 수줍어하면서도 서로 사랑하려 하고 있다. 서은기에게 이보다 더 큰 구원이 어디 있을까? 여전히 살아서 사랑할 수 있다. 기억을 잃었기에 오히려 아무런 거리낌없이 순수하게 진실한 사랑을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이미 서은기도 한 번 기억을 잃은 적이 있었다. 그들은 사랑한다. 그리고 행복해한다. 웃고 있다. 보는 이마저 함께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착한 남자>가 아닐까?

안민영의 뒷모습이 남자의 가슴을 에이게 한다. 끝내 그는 한재희를 지키지 못했다. 그녀를 지키고자 했지만 도리어 그녀를 죄의 깊은 수렁으로 밀어넣었을 뿐이다. 한재희로 하여금 경찰에 자수하여 죄를 자백하게 만든 것도 자신이 선택한 행동 때문이었다. 그로 인해 한재희는 모든 것을 잃었다. 한재희가 용납하더라도 안민영 자신이 용납하지 못한다. 그만큼 그는 최선을 다해 한재희를 사랑했고 뜻을 이루지 못했을 때 묵묵히 물러나려 한다. 남자다. 모양에 살고 자세에 죽는 것. 그는 아마 지금도 한재희를 사랑하고 있을 것이다. 다시 한재희에게로 돌아가지 못할 만큼.

멀리 돌아왔지만 주제는 일관되다. 강마루는 '착한 남자'가 아니었다. 그러나 '착한 남자'가 되었다. 다시 살아남으로써. 생명이 갖는 가치다. 미래가 주는 의미다. 무엇보다 지금 머물고 있는 현재의 소중함이다. 무엇도 쉽게 포기하려 하지 말라. 희생은 오만이다. 양보는 기만이다. 내가 있음으로써 모든 것이 있다. 나를 사랑하는 이들이. 나를 걱정하는 이들이. 어쩌면 나로 인해 죄를 짓게 될 이들이. 살아있다는 그 자체가 모두에게는 축복이다. 삶이야 말로 가장 존귀한 선이며 정의일 것이다. 그는 살았다. 모두가 살았다. 모두가 행복하다.

아름다운 결말이었다. 기대한 이상이었다. 나의 상상을 완벽하게 뛰어넘었다. 그것이 더 기뻤다. 놀라고 당황했으며 이내 함께 웃음짓고 있었다. 강마루의 행복한 미소처럼, 그리고 서은기의 환한 웃음처럼. 그들처럼 삶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의 한복판에 행복한 웃음을 머금고 함께 하고 있었다. 벅차오르도록 행복해지는 드라마였다. 행복해지는 엔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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