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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이슈뉴스
  • 입력 2018.02.09 21:45

[권상집 칼럼] 김태호 PD의 명예 퇴진, 고현정의 불명예 퇴진

배려와 헌신에 의한 하차 vs 갑질과 권위의식에 의한 하차

▲ 김태호 PD ⓒMBC , 고현정 ⓒ스타데일리뉴스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무한도전>을 12년째 이끌어 온 김태호 PD의 하차와 SBS 드라마 <리턴>을 통해 복귀를 신고한 연기자 고현정의 하차에 관한 언론 반응은 양 극단으로 갈렸다. 김태호 PD의 하차 소식에 대해서는 언론과 네티즌들의 지지와 기대가 뒤따르는가 하면 고현정의 하차에 관해서는 언론의 비판과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예컨대, 프로그램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두 개의 축은 PD와 출연자이다. 그렇기에 PD와 출연자는 리더로서 더 신중한 그리고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12년간 일관되게 프로그램에 대해 애정을 갖고 헌신한 김태호 PD의 하차 소식에 많은 이들이 뜨거운 박수를 보내는 반면 고현정에게는 대중이 싸늘한 시선을 보내는 이유이다. 

2011년 종합편성 채널이 출범한 이후 지난 6년간 지상파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이끌던 주요 A급 PD들은 모두 거액의 몸값을 받고 스카우트되었다. 그 중에서도 나영석 PD는 CJ E&M으로 이적,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연출하며 국내 최고의 예능 PD로 현재 인정받고 있다. 반면, 김태호 PD는 그간 CJ E&M, JTBC 등 설왕설래가 오간 숱한 이적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과 무한도전 멤버들을 위해 꾸준히 한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지켜왔다. 구체적으로 김태호 PD를 영입하기 위해 거액과 프로그램 기획 및 운영에 관한 실질적인 전권을 제시한 기업 및 종편 채널은 수없이 많았지만 김태호 PD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런 그가 <무한도전>을 그만 맡고 싶다는 의사를 MBC에 밝혔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태호 PD는 창의적인 기획과 참신한 스토리텔링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그가 만든 <무한도전> 한편 한편이 대중과 언론의 관심을 동시에 받는 이유는 지난 12년간 시청자에게 항상 색다른 즐거움과 참신한 재미를 던져주었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을 통해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말이 예능계에서 일반화되었고 수많은 아류작들이 뒤이어 각 방송사마다 탄생하며 김태호 PD는 예능계의 트랜드 형성을 주도했다. 나영석 PD 조차 모 언론 인터뷰에서 “김태호 PD는 천재인 것 같다”고 언급했을 정도로 그의 창의적 기획력은 국내 예능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다만 <무한도전>의 시청률이 조금씩 하락세를 거듭하며 김태호 PD 역시 아이디어 고갈과 진부한 기획에 대해 스스로 한계를 느낀 후 줄곧 ‘시즌제 도입의 필요성’을 얘기해왔지만 그간 비정상적으로 운영되어왔던 MBC는 그의 외침에 반응하지 않았다. 충분한 휴식을 갖고 새로운 기획과 창의력으로 승부하고 싶다는 얘기는 김태호 PD가 대중 강연 때마다 해왔던 메시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C가 어려운 상황에 빠졌을 때, 김태호 PD는 끝까지 유재석 등 무한도전 멤버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지켜냈고 그 과정에서 일관되게 헌신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무한도전> 팬들이 김태호 PD의 새로운 도전을 위한 하차 소식에 박수를 보내는 이유이다.

반면, 고현정의 하차는 아쉬움이 크다. 그녀의 하차에 관해 연예 매체 및 언론의 반응은 지금도 싸늘하다. 일부 네티즌들은 연기자 고현정의 언행에 대해서만 문제를 삼아서는 안 된다는 반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녀의 갑질 논란은 이미 방송계에서 여러 차례 도마 위에 올랐다. 2010년 SBS <대물>에서도 촬영 도중 PD가 교체되는 사건이 있었으며, 2011년 고현정이 주연을 맡은 영화 ‘미쓰Go’에서도 촬영 도중 감독이 교체되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2012년 고현정이 진행한 토크쇼 ‘고쇼’에서도 3주만에 역시 담당 PD가 교체되는 일이 일어났다. 상황이 다르다면 이번 일은 PD가 교체된 것이 아니라 주인공인 연기자 고현정이 직접 하차되었다는 사실이다.

네티즌들은 고현정과 함께 이번 갈등을 촉발시킨 <리턴>의 PD 및 제작진의 하차를 현재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번 사태에 관해 SBS도 책임이 없는 건 아니다. 매번, 고현정을 섭외한 후 드라마와 예능에서 갈등을 겪고 PD가 교체되는 악순환을 여러 차례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리턴>에 또 다시 그녀를 섭외한 건 문제에 대한 심각한 비판의식이 없었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그러나 SBS 제작진을 비난하기 이전에 연기자 고현정은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중심 축이다. 드라마에 대해 더 많이 헌신하고 몰입하는 모습을 솔선수범하여 보여주지 않고 스타로서의 비중과 권위의식에만 사로 잡혀 있다면 그녀는 드라마를 이끌어갈 리더로서의 자격이 없다.

지금까지 드라마의 주인공 하차가 없었던 건 아니다. 그러나 공식적인 하차는 언제나 방송사와 배우가 합의 하에 ‘건강 악화’ 등을 이유로 내걸었다. 그러므로 주인공이 제작진과의 불화로 방송사에서 공식적인 하차 통보를 받은 건 매우 이례적인 상황임은 분명하다. 더욱 이례적인 건, 연기자 고현정의 입장을 두둔해주는 동료 연기자나 작가, PD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방송사 CP에게도 막말을 했다”, “방송 작가와 PD들에게도 수없이 막말을 해왔다”는 숨겨진 갑질 스토리만 더 널리 인터넷에 퍼진 상황이다. 헌신과 배려는 접어두고 갑질과 스타로서의 권위의식에만 집착한 연기자 고현정의 하차가 불명예스럽게 비춰지는 이유이다.

리더에게는 어떤 지위에 올라가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해당 지위에서 내려오는 과정도 중요하다. 특히,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오는 과정은 더 신중하고 중요하다. 퇴진 과정에서 주위 동료에게 어떤 평가를 받는지 살펴봐도 해당 인물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직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태호 PD의 하차에는 여전히 많은 이들이 아쉬움과 격려, 지지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고현정의 하차에는 갑질 논란, 권위의식, 사리사욕 등이 연관 키워드로 부각되고 있다. 수십억 제의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을 지키기 위해 헌신한 김태호 PD의 빈자리와 회당 출연료로 6천만원이라는 고액을 받는 연기자 고현정의 빈자리를 보면서 헌신과 갑질의 그림자가 아른거린다. 

- 권상집 동국대 상경대학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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