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박선우 기자
  • 사회
  • 입력 2011.05.23 11:45

‘금피아 위력?’줄 연임..‘쇄신 공염불’

증권사 10곳중 6곳, 금감원 출신 상근감사 재선임

금융감독원의 ‘낙하산 감사’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의 거센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증권사들이 금감원 출신 감사들을 잇달아 재선임해 논란이 되고 있다.

금감원이 전·현직 임직원을 금융사 감사로 추천하는 감사추천제를 철폐하기로 하자 되레 기존 금감원 출신 감사들이 임기를 연장하는 꼴이 돼버렸다. 그만큼 금피아의 위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증권업계에서 올해 주총시즌 금감원 출신 상근감사가 임기를 마치는 곳은 모두 16개사다.
22일 현재까지 차기 감사를 선임한 증권사는 10개사로, 현대ㆍ한국ㆍNHㆍSKㆍ동부ㆍ신영 등 6개사가 재선임을 결정했다.

NH투자증권과 SK증권은 감사 선임 건으로 이사회를 한차례 연기한 끝에 재선임 안을 의결했다는 것. 따가운 외부시선 때문에 고심하기는 했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었다는 게 이들 증권사의 공통된 항변이다.

이는 금융사들은 금감원 출신의 전문성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수시로 감독을 받아야 하는 처지에서 ‘방패막이’가 필요하다는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쳤다는 얘기다.

4개 증권사가 상근감사를 비(非)금감원 출신으로 바꾸거나 상근감사를 없앤 감사위원회를 구성했지만, 대세를 바꾸지는 못한 셈이다.

한화증권은 손승렬 전 한화증권 상무를 상근 감사위원으로 선택했고,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은 나홍문 전 산은캐피탈 검사실장을 상근감사로 데려왔다. 대신증권은 금감원 출신인 감사 내정자가 사의를 표명하자 우여곡절 끝에 김경식 메릴린치증권 서울지점 상무이사를 후임으로 내정했다.

이에 따라 비상근 사외이사로 구성된 감사위원회 기능을 강화한다는 금융당국의 복안도 공염불이 돼버렸다.

앞서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감사위원회 제도를 활용하겠다"며 사외이사 3명으로 감사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을 야심차게 내놨다.

그러나 이트레이드증권만 비금감원 출신 사외이사로만 구성된 감사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하면서 파장이 예상됐지만, 다른 증권사들은 시큰둥하다.

증권업계의 이런 분위기를 고려하면, 차기 감사를 결정짓지 못한 증권사들도 금감원 출신 감사를 재선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뿐만 아니다. 보험업계도 금감원 출신 상근감사를 재선임하는 문제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는 것.

내달 주총에서 감사 임기가 만료되는 생명보험사 가운데 신한ㆍ흥국ㆍ알리안츠ㆍPCA 생명 등 4개사에서는 감독원 출신 인사가 감사직을 맡아왔다. 신한생명 소순배 감사는 한차례 연임한 만큼 나머지 3개사에서는 연임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석근 신한은행 감사 내정자가 사의를 표명, 감사 자리 2곳을 채워야 하는 신한금융그룹은 내달초 다양한 후보군을 검증해 차기 감사를 선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자체적으로 강도 높은 쇄신에 나섰고, 임직원의 상근감사행(行)도 제한하고 있지만, 기존 감사의 연임 문제에는 직접적으로 개입하기 어렵다는 것.

이에 대해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기존 상근감사의 연임 여부는 금융회사가 자체적으로 결정할 경영사항으로, 당국 차원에서 언급할 사안이 아니”라면서 “다만 증권사들이 신중하게 결정했으면 좋겠다”고 에둘러 지적했다.
 

모바일에서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