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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5.23 07:50

남자의 자격 "40대의 여행은 20대와는 다르다!"

멤버들의 관계구축이 시급하다.

 
결국은 버라이어티라는 것도 서사다. 대본이 없다고 이야기가 없는 것이 아니다. 대본이 없는 대신 출연자 자신이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서사란 관계이며 관계를 통해 만들어가는 것이다. 리얼버라이어티에서는 왜 캐릭터가 중요하고 캐릭터는 관계를 맺는가?

물론 그 동안에도 그런 경우가 적지 않았었다. "신입사원"편에서도 김태원, 이정진, 김국진이 홀로 떨어져 행동하고 있었고, "먼지 덮인 밥을 먹다" 미션에서도 김태원 혼자 순대공장을 찾아가고 있었다. "아르바이트" 미션에서도 이윤석 혼자 떨어져 과외를 가고 있었지만 그러나 그 결과는 전부 분량의 최소화. 혼자서 만들어가는 이야기에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었다. 그나마 "신입사원"편에서의 이정진 정도가 짓궂은 FD와의 만남을 통해 제법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었을 뿐이었다.

과연 이번 "남자, 그리고 여자" 미션에서도 멤버들이 함께, 혹은 짝을 이루어 미션에 임했으면 어땠을까? 여자고등학교를 찾아간 양준혁의 곁에 김태원이 있거나, 여대생들과 함께 한 전현무 옆에 이경규가 함께 하고 있었거나, 아주머니들 여행 가는데 이윤석과 윤형빈이 함께 했더라면. 김국진과 이경규가 함께 화장품 외판에 나섰어도 좋을 것이다. 피부관리를 받기에는 김태원과 김국진 두 친구 사이에 나란히 체험해 보는 것도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모두 따로따로.

정말 한 게 없었다. 말하고 듣고. <남자의 자격>의 가장 큰 장점이 최고령 예능에서 나오는 인생의 연륜이 묻어나는 토크였을 텐데, 그러나 각자 멤버가 찢어진 채 외따로 미션에 임해봐야 받아주는 다른 누군가가 없다면 그대로 묻혀 버리고 말 뿐이다. 일방적으로 떠들거나, 일방적으로 듣거나, <남자의 자격>만의 어떤 장점도 들러나지 않고. 기존의 <남자의 자격> 멤버들의 캐릭터나 관계 그 무엇이 보이고 있던가. 이번 5월 22일 방송분에서도 결국 지난주에 방송 못한 나머지를 떨이 처리하고 바로 2011년 5대 기획 가운데 하나인 배낭여행을 위한 여행지 선정이 들어가고 있을 뿐이었다.

지난주 보면서 가장 우려했던 부분. 가장 크게 불안요인으로 여겼던 부분이다. 그저 여자에 대해 알려 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려 한다면 이것도 좋기야 하겠지만, 예능으로써, 그리고 리얼버라이어티로써의 서사를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면 이것은 너무 곤란하지 않은가. 언제 끝났는지도 모르게 그래서 "남자, 그리고 여자" 나머지 부분은 기억에도 남지 않고 그대로 지나가 버리고 말았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그렇게 지루하게 별 의미도 없이 "남자, 그리고 여자"편이 끝나고 이어진 것이 <남자의 자격>멤버들의 집단토크로 이루어진 "남자, 그리고 배낭여행"편을 위한 여행지 선정이었다는 점일 게다. 확실히 <남자의 자격> 멤버들은 모아놓고 떠들게 하면 재미있다.

확실히 그렇다. 20대의 여행과 40대 이상에서의 여행은 다르다. 20대야 아직 젊음과 건강이 있으니 어딜 가더라도 어지간한 어려움이나 힘든 일은 너끈히 견뎌낼 수 있을 것이다. 시차에도 무리없이 적응할 수 있을 것이고, 사막과 같은 가혹한 환경에서도 보다 오래 잘 견딜 수 있을 것이다. 그에 비하면 40대는 당장 내일이 걱정되는 나이다. 하루하루가 다르고 나날이 몸이 전과 같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모험보다 안정이 더 익숙해진 나이에서 생소한 환경으로 여행을 떠나기가 쉬울까?

과장된 듯 보이지만 <남자의 자격> 멤버들 나이 쯤 되면 충분히 고려해 볼만한 문제일 것이다. 여행이란 즐겁자고 가는 것이지 고생하자고 가는 것이 아니니까.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지만 늙어서 고생은 궁상이기 쉽다. 그러다 어디 탈이라도 나면 잘 낫지도 않는다. 건강은 스스로 챙겨야 한다.

무리하게 힘든 여행을 강제하기보다는 멤버들에게 어디로 갈 것인가를 맡겨 스스로 정하도록. 멤버들 자신의 사정에 맞게 배낭여행의 후보지를 정하고 그에 대한 정보를 교류하며 투표로써 결정할 수 있도록. 물론 그러고서도 불만은 터져나왔지만 말이다.

어쩔 수 없는 <남자의 자격>만의 한계이며 장점일 것이다. 다른 젊은 예능처럼 무모하게는 못한다. 그런데 그것이 오히려 그 나이 또래에서는 현실적인 문제와 닿아 있다. 이윤석의 나이만 되어도 전처럼 그렇게 무작정 모험하듯 여행을 떠날 수는 없는 것이다. 나이를 먹으면 걱정만 많아진다더니 그것을 생생하게 그야말로 리얼로 보여준다. 아마 그것이 성의없어 보이고 보기에 싫을 수도 있겠짐반, 이경규의 여행이 노홍철의 여행과 같을 수는 없는 것이다.

이경규의 말마따나 여행을 하려 할 때 참고해야 할 부분일 것이다. 관광이야 모든 스케줄이 미리 준비되고 계획되어 있다. 여행은 그러나 자기가 직접 모든 것을 챙겨야 한다. 전과 같지 않음을 깨달아야 한다. 소심할 정도로 조심하고 또 준비하고. 이경규가 옳다. 김국진은 아직 건강하니까.

아무튼 그렇게 모아 놓고 여행지를 결정하라 하니 활력이 돈다. 이야기가 이어지고 행동이 튀어나고고. 특히 이윤석이 영화 "브로큰백 마운틴"에 대한 말을 꺼내자 영화의 주제였던 동성애를 소재로 웃음을 만들어가는 것이 확실히 <남자의 자격>이구나 싶었다. 그런데 왜 굳이 멤버들을 찢어놓는 것일까? 결국 호주로 여행지가 결정되었는데 여행에서도 멤버들을 따로 나눠 보내는 것 같기도 하고.

기왕에 멤버 일곱 명이 모였고, 또 두 명이 이번에 새로 들어온 신입이라는 점에서 보다 멤버들 사이에 관계도 돈독히 해야 하지 않을까. 멤버들 사이에 서사를 만들고 그를 통해 시청자들에게도 납득시켜야 한다. 이런 캐릭터이고 이런 관계다. 이로부터 이야기가 나온다.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전과는 다르다. 예전에는 그같은 서사가 만들어지는 과정이었지만 지금은 이미 만들어졌다가 흐트러진 뒤다. 보다 발빠른 대응이 필요하다. 캐릭터를 만들고 관계를 구축하고 그로부터 이야기를 만들고. 그것을 확인했다. 가장 시급한 문제일 것이다.

어쨌거나 다음주 드디어 <남자의 자격> 배낭여행 미션의 첫회가 방송되는데, <위대한 탄생> 생방송까지 빠져가며 떠난 여행이라 기대가 크다. 새로운 멤버들도 있고. 또 새로운 환경이고. 새로운 이야기들에 대해서. 또 한 번의 기회다. 분발을 기대해 본다. 멋진 여행을 만들어 오기를.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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