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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5.21 07:50

위대한 탄생 "멘토시스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아직 남은 그랜드 파이널, 그러나 '이제 끝났다!"

 
"이제 끝났구나!"

MBC의 오디션 프로그램 <스타오디션 위대한 탄생>의 생방송 7주차 TOP3의 경연에서 마침내 셰인이 탈락하고 백청강, 이태권 두 사람이 살아남았을 때 문득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생각이었다. 아직 그랜드파이널, 마지막 남은 두 사람이 맞붙을 결승이 남아 있음에도.

어쩔 수 없다. 실제 각종 포털이나 게시판 등을 통해 확인한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더라도 필자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신승훈의 멘티 셰인이 떨어지고 김태원의 멘티 백청강, 이태권이 살아남은 순간 이미 <위대한 탄생>은 끝난 것이나 다름 없다.

하기는 지난주 6주차 TOP4의 경연에서도 가장 큰 관심사항은 멘티 가운데 누가 살아남는가가 아니라, 멘토 김태원의 멘티들이 이번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마침내 김태원의 멘티 손진영이 떨어졌을 때는 김태원과 외인구단 가운데 최초의 탈락자가 나왔다는 것이 화제가 되었었다.

바로 <위대한 탄생>이기 때문이었다. 그 동안에도 여러 차례 강조해 왔었다. <위대한 탄생>은 단순히 가수지망생들을 위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니라고. 가수지망생들을 멘티로 받아들여 가르치고 이끄는 멘토들의 자존심이 걸린 경연이기도 하다고.

그 동안에도 숱하게 제기되었던 멘토들 간의 신경전이라든가 불화등에 대한 이야기들은 바로 그에 대한 대중의 판타지의 반영이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이 가르친 멘티가 무대에 올라 다른 멘토의 멘티들과 경쟁을 하는데 태연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자기 멘티를 위해서라도, 무엇보다 자신의 음악적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항상 견제하고, 신경쓰고, 감정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그것은 대중 스스로가 <위대한 탄생>에 대해 참가자들의 프로가 되기 위한 경연은 물론, 그들의 뒤에서 가르치고 이끌어주는 멘토들의 경쟁으로 여기고 있다는 뜻이 된다.

그래서 누가 떨어졌는가와 더불어 누구의 멘티가 떨어졌는가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고, 누가 남았는가와 더불어 남은 이들의 멘토가 누구인가에 더 신경을 쓰게 된다. 누구는 이번에 멘티가 모두 떨어져 아무도 남지 않게 되었고, 누구는 아직까지도 멘티들이 모두 살아남아 자칫 그의 멘티들에 의한 축제가 될 가능성이 높고. 그래서 심지어는 누구의 멘티를 떨어뜨려야 한다.

지난주 손진영이 탈락한 배경에도 그것은 분명 작용하고 있었다. TOP3에까지 김태원의 멘티 세 명이 모두 올라가는 것은 그다지 보기에 좋지 않다. 그래도 공정한 경쟁이 되기 위해서는 김태원의 멘티 가운데 한 사람은 이쯤에서 떨어져 주어야 한다. 그렇게 여론이 조성되고 있었고, 각종 미디어를 통해서 그와 관련한 기사가 쏟아지고 있었다. 하긴 손진영이 살아남았을 때도 손진영 자신의 실력보다는 그의 멘토 김태원이 항상 더 크게 언급되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이제 신승훈의 마지막 멘티 셰인이 떨어지고 김태원의 멘티 백청강과 이태권 두 사람만 남았으니. 아직 백청강과 이태권 두 사람의 진검승부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이미 다섯 명 멘토들 사이의 경쟁은 김태원의 승리로 끝나고 만 것이다.

어느새 모든 것이 끝나 버린 듯 마음이 놓인 것은 그 때문이었다. 김태원이 승리했다. 김태원이 마침내 다른 네 명의 멘토들을 물리치고 <위대한 탄생>의 첫 우승자를 배출해내게 되었다. 백청강과 이태권의 승부는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나니 한 풀 김이 빠져버린 느낌이다. 실감이 없다.

아마 최근 <위대한 탄생>에 대한 온라인에서의 반응이 시들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여전히 참가자들은 8명, 6명, 5명, 4명, 적지 않게 남아 있었는데, 그러나 그 태반이 김태원의 멘티들이었다. 특히 TOP6가 가려지고 그 절반을 김태원의 멘티들이 채우게 되면서 이건 원사이드로 흘러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일방적인 전개에 의해 결과에 대한 궁금함도 덜해졌다.

최소한 누가 되었든 김태원의 멘티가 우승할 것이다. 끝이 보이는 드라마처럼 재미없는 것도 없다. 오죽하면 필자의 경우 그다지 타입도 아니었던 셰인의 우승을 기대하기까지 했었다. 셰인이 여기에서 김태원의 멘티들을 차례로 꺾고 우승한다면 그것도 꽤 흥미진진한 반전이리라. 하지만 반전은 없었고 예상한대로의 결과에 김이 빠져버리고 말았다.

<위대한 탄생>의 제작진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이제 다음주면 최종우승자가 가려지고 바로 시즌2의 제작에 들어가게 될 텐데, <위대한 탄생>만의 개성으로 각인된 멘토시스템을 고수하려 할 경우 어떻게 출연자들간의 경쟁과 멘토들간의 경쟁을 조화롭게 유지할 것인가?

지금까지처럼 매주 일정수의 참가자를 탈락시키는 토너먼트 방식을 유지할 경우 결국은 이번 시즌 1에서와 같은 결과라 반복되고 말 것이다. 누군가는 일찌감치 모든 멘티가 탈락하며 경쟁에서 도태될 것이고, 누군가는 지나치게 많은 멘티가 살아 있으면서 프로그램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릴 것이고, 더불어 토너먼트 과정에서 멘토에 대한 호감이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계속해서 공정성 논란이 제기되고 말 것이다. 멘티의 인기에 의한 것이라면 상관없겠는데 멘토의 인기로 멘티가 올라간다. 오디션의 본질에 대한 도전일 수 있다.

그래서 생각했다. 차라리 토너먼트가 아닌 레이스로 경연방식을 바꾸면 어떨까? <위대한 탄생>의 인기가 주춤한 또 다른 한 이유가 권리세 등 화제의 중심에 설 수 있는 출연자들이 일찌감치 탈락한 탓도 적지 않을 텐데, 최종 결승까지 탈락자 없이 단지 등수에 따른 점수를 합산하여 우승후보 두 사람만 마지막에 가려내는 것이다. 멘토들은 탈락자에 대한 두려움이나 일찌감치 모든 멘티가 탈락함으로써 소외되는 결과를 막을 수 있고, 보다 장기적으로 멘티들을 관리할 수 있다. 멘티들 역시 단지 운이 좋지 않아 자신의 재능을 제대로 선보이지도 못하고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문자투표나 멘토에 의한 심사위원 점수 역시 <나는 가수다>에서처럼 청충평가단을 두어 멘토들의 평가를 참고해 판단하도록 함으로써 인기투표로 흐르는 것을 막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물론 이 경우에도 출연자 개개인에 대한 호불호는 작용하겠지만, 그러한 평가단을 매료시킬 수 있는 자체가 가수로서의 매력일 것이다. 시청자 투표는 최종점수에서 적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어차피 멘토에 의해 그 재능이 개발되고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자는 것이 멘토시스템을 채택한 이유라고 보았을 때 그 쪽이 취지에도 맞는다.

물론 타당한가 아닌가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단순히 멘티들 - 아니 참가자들만의 경쟁이 아닌 멘토의 경쟁까지 아우른다고 했을 때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들과는 다른 방식을 채택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흥미를 높이기 위해 각 미션의 최고점자와 최저점자에게 혜택과 패널티를 주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을 것이다. 최고점자에게는 주제를 선택하게 하고, 최저점자에게는 특정한 과제를 강제하는 방식으로. 특정한 과제 자체가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들과는 다르다. 그것이 <위대한 탄생>이 갖는 강점이다. 그러나 정작 경연 방식은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과 다르지 않다. 그것이 부조화와 모순을 만든다. 아직 생방송을 통한 경연도, 참가자도 많이 남아 있는데 멘토에 의해 결과가 예측되고 결정되어지고. 이번처럼 단지 멘토의 이름만으로 끝났다는 안도감마저 들고. 달라야 하지 않겠는가.

시즌2에서는 부디 이번과 같은 안이한 선택이 아니기를. <위대한 탄생>에 맞는 <위대한 탄생>만의 경연 방식이 필요할 것이다. 멘토의 존재와 그리고 멘토간의 경쟁과. 멘토시스템을 전면에 내세우려 했을 때 그것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배려도 필요하지 않을까.

어쨌거나 TOP3의 무대는 독설종결자 박완규마저 독설을 포기했을 정도로 이미 일정한 경지에 올라 있었다. 이미 몇 주 전 신승훈이 이태권에게 음정과 박자에 신경쓰며 정확하게 부르지 않아도 좋다고 면허를 주었고, 이번주 김태원이 다시 백청강에게 그동안 단점으로 지적되어 오던 비음을 섞어도 좋다고 허락해 주었다.

음정과 박자가 정확해서 좋은 것은 아마추어이고, 단점이 있다고 굳이 그것을 숨기고 억눌러야 하는 것도 프로가 되기 전까지다. 프로라는 것은 자기의 무대를 가지고 그 무대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나는 가수다>에서 임재범이 음정도 박자도 마구 무시하고 부른다고 그를 비난하는 이들이 얼마나 되던가.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음원을 구입하지 않을 것이고 공연을 찾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좋다면 음원을 구입하고 공연을 찾을 것이다. 음정이나 박자, 비음과 같은 것은 그를 이루는 한 요소일 뿐 그를 결정하는 모든 것이 될 수 없다. 판단은 그리고 대중이 한다.

이제는 그런 수준에 이르러 있다. 모두들 하나같이 무대를 즐기고 있고, 자기 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다. 여기까지 와서 실력을 가지고 어쩌고 하는 자체가 의미가 없다. 방시혁의 말마따나 여기까지 살아 올라왔다는 자체가 이미 대중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프로에게 그 이상의 가치있는 것이란 없다.

이제까지 단점인 비음을 억누르느라 주눅들어 있던 백청강의 봉인이 풀리며 이전의 시원스런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었다. 지친 것도 있고, 역시 단점을 고치느라 억눌린 것도 있지만 원래 이 목소리가 백청강의 목소리일 터였다. 단지 지나친 것을 억누르는 법을 배움으로써 이제는 그것을 자신의 한 부분으로 활용할 수 있으리라. 그런 점에서 좋아하는 가수인 김경호와의 듀엣무대는 오히려 본경연무대보다 더 좋았었다.

이태권은 한결같다. 더 잘하지도 더 못하지도 않게 언제나 같이.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멘토들이 지적하는 자신의 단점을 바로바로 받아들이고 고치는 영리함이 있었다. 그것은 예선전부터 보이던 것으로 그의 발전가능성을 점치는 이유일 것이다. 그럼에도 또한 늘 한결같다는 점은 이미 그의 개성이 완성되어 있다는 뜻이 될 것이고. 어떻게 해도 이태권의 노래다. 항상성과 안정성이라는 점에서 볼 때 그는 이미 프로가 아닐까.

셰인의 마성이라고까지 일컬어지던 미성도 더욱 완성된 기교에 실려 거의 완벽에 가까운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었다. 발음만 완벽했다면 10점 만점이었다. 박완규의 평가에 완전히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매혹적인 무대가 아니었을까. 성량에서 약점이 보이기는 하지만 그것을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센스가 있다. 당장 프로로 데뷔해도 어색하지 않다. 단지 마지막 경연에서 백청강과 이태권에 미치지 못했을 뿐이다. 심사위원 점수는 가장 높았다.

각각 멘티들이 김경호, 정엽, 양희은과 함께 듀엣을 한 무대도 무척 보기 좋았었다. 물론 이미 프로로써 오래도록 무대에 서 온 베테랑들과 직접 비교하기에는 이제 햇병아리에 불과한 멘티들이 너무 불쌍하다. 하지만 그토록 좋아하고 존경하던 가수와 함께 무대에 서며, 부르고 싶었던 노래를 부르며, 한결 생기있지 않았을까. 특히 김경호와 양희은은 그동안 공중파에서 잘 볼 수 없었던 가수들이라는 점에서도 무대가 특별했다. 좋은 기억이었으리라.

아무튼 그렇게 TOP2가 결정되었고 다음주 마지막 그랜드 파이널의 무대가 기다리고 있다. 이미 검증된 실력의 백청강과 이태권, 멘토들로부터도 자기만의 개성을 드러내도 좋다고 허락받은 두 사람의 마지막 무대가 기다리고 있다. 멘토들의 경쟁은 끝났어도 멘티들의 경쟁이 남아 있다. 그다지 크게 흥미를 끌거나 하지는 않지만 이제까지 보아 온 이유일 테니까.

마지막 무대. 그랜드 파이널이라는 타이틀에 어울리는 이제까지 가운데 최고의 무대가 될 수 있기를. 우승자와 더불어 영원히 기억될 수 있도록. 가장 화려한 무대가 되리라. 멘토의 자작곡을 부르는 미션이라고 하니 프로로써 자기 노래를 부르는 첫 무대이기도 할 것이다. 흥분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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