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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이슈뉴스
  • 입력 2017.10.04 16:34

[권상집 칼럼] 과도한 YOLO 열풍이 불러낸 김생민 경제학

소비와 이미지만 강조하는 YOLO에게 스튜핏(Stupid)을 과감히 외치다

▲ 김생민 만평 ⓒ스타데일리뉴스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대중 심리는 참으로 묘연할 때가 많다. 올해 초만 해도 젊은이들은 ‘YOLO(인생은 한번 사는 것이다)’를 외치고 다녔다. YOLO족을 부르짖는 이들은 ‘티끌은 아무리 모아봤자 티끌’이라는 점을 강조했고 “지금 이 시간,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는 이번 뿐이다”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삶을 희생하며 살지 말고 즐겁게 살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YOLO족의 대표주자처럼 인터넷에서 칭송 받았던 개그맨 박명수는 “아무리 알바해봤자 아무 것도 못 산다. 그러니까 빨리 얼굴을 가꾸든지 몸에 투자하던지 돈을 써야 한다”라는 메시지를 청춘 페스티벌에서 강조했다. 저축보다 자신을 위해 투자하라며 그는 라디오뿐만 아니라 TV에서도 끊임없이 이를 얘기해 왔다.

YOLO족에게 기성세대의 삶은 희생과 피곤함으로 집약된다. 자녀를 위해 헌신하다가 헌신짝처럼 버려지는 기성세대의 삶을 보면서 그들은 그렇게 살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회사를 위해 충성하다가 구조조정 때마다 쓸모 없어진 소모품처럼 내몰리는 어른들의 삶을 바라보며 ‘최선을 다해 노력해봤자 돌아오는 건 빈손’일 뿐이라는 불편한 진리를 젊은 세대는 깨닫게 된다. 그 결과, 평생직장의 개념이 우리 사회에 사라지면서 사람들은 고소득, 고속 승진과 같은 명예보다 자신의 삶의 만족과 즐거움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바쁘게 사는 대신 삶의 여유를 갖고 삶을 즐기려는 사람들을 뜻하는 다운시프트(Downshift)족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한 시점도 바로 2005년이다.

다운시프트족에서 YOLO까지 우리 사회는 지난 10년 동안 삶의 즐거움과 만족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가르쳐왔다. 절약과 저축을 하는 사람들은 재테크를 모른다며 무시 받았고 삶의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라며 사회는 그들을 깎아 내리기 바빴다. 반면, 1년에 수십억의 소득을 올리는 일부 연예인들은 빌딩을 사들이며 동시에 자신의 가족까지 고소득 대열에 합류시키기 위해 온갖 자질구레한 방송에 같이 출연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들은 광고와 방송을 통해 “너희들은 희생하지 말고 삶의 재미를 느껴야 한다”며 대중을 향해 훈계한다. 그들의 이중적 행태가 어쩌면 우리가 잊고 있던 절약과 저축의 중요성을 다시 일깨워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네티즌들이 소위 일컫는 ‘김생민 경제학’은 복잡한 수식이나 어려운 경제적 개념이 동원되지 않는다. 김생민 경제학의 주요 토대는 매우 단순하다. 바로 ‘절약’과 ‘저축’이다. 수십억을 주며 수도권의 노른자위 빌딩을 매년 장난감 사들이듯 하는 연예인들이 ‘티끌은 모아봤자 티끌’이라며 중산층과 서민의 평범한 절약과 저축의 삶을 비하할 때 김생민은 역설적으로 ‘티끌도 평범한 삶을 사는 이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자산’이라며 그들의 주장에 정면으로 맞선다. 또한, 그는 자신의 삶을 가끔 즐기는 건 바람직하되, 무분별하게 소비지향적인 삶을 영위하는 건 미래지향적이지 못하다고 가르친다. 방송인 김생민이 평범한 삶을 사는 대중의 지지로 대세가 된 이유이다.

김생민의 조언은 때로는 너무 따분하고 때로는 너무 당연한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젊을 때 절약해서 나이 들어 안정적인 삶을 살라는 그의 조언은 “젊어서 고생하지 말고 젊을 때 즐겁게 살아야 한다”는 YOLO의 방향성과도 충돌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세계 경제 대국으로 부상한 중국 성장에 대한 이유로 많은 글로벌 전문가들은 중국인들의 알뜰한 저축 성향을 꼽는다. 중국의 저축률은 지난 10년 간 GDP 50% 수준으로 높아졌고 현재 중국의 전체 저축 규모 또한 전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 역시 개인 차원에서 미래의 삶을 대비하기 위한 가장 안정적인 방법은 바로 절약과 저축임을 우리에게 또 한번 알려주고 있다.

혹자는 김생민이 어려운 서민 코스프레를 하며 돈 벌이를 하고 있다고 그를 비난하기도 한다. 실제로, 김생민이 방송과 행사로 수억을 벌며, 타워팰리스에 거주하고 그의 자동차가 벤츠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김생민을 비난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게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다른 이들과 달리 부동산 투자 또는 초고층 빌딩을 매입하는 방법 등의 투기식 자산 확대를 지향하지 않았다. 또한, 대중을 향해 자신의 재테크 방식이 놀랍도록 탁월하다며 사기꾼 투자자들처럼 대중을 현혹하려 들지도 않았다. 지금도 그는 방송에서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적금을 모을 수 있는 평범한 진리를 이제 당연하게만 생각하지 말고 모두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7년 상반기 최고의 유행어는 단언컨대 ‘욜로(YOLO)’였다. 한번뿐인 인생, 하고 싶은 걸 마음껏 즐기고 삶을 여유 있게 살라는 YOLO는 ‘스튜핏(Stupid)’이라는 김생민의 하반기 최고 유행어로 간단히 대체되었다. YOLO의 삶이 나쁘다는 뜻이 아니다. 삶에 대한 여유와 즐거움에 관해 광고와 방송에서 이를 소비지향적인 삶으로 쉽게 단순화해서 부르짖는 것, 그리고 마케팅 수단으로 이를 활용하는 것에 대해 사람들은 어느 순간 불편함을 느낀 것이다. 빌딩을 손쉽게 구매하는 연예인들과 광고사가 떠드는 YOLO에 대해 대중은 거리감과 거부감을 동시에 갖게 되었다. MC 김구라가 김생민을 비아냥거린 후,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이유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 교수는 “사치품은 대중에 의해 필수품이 되고 그 결과 불필요한 의무만 낳는다”며 문명이 발달할수록 사람들은 과거에 없던 스트레스와 열등감을 만회하기 위해 소비에 더 많이 몰두하고 그 결과 소비를 해야 한다는 의무만 늘고 행복은 더욱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YOLO의 끝에 남는 건 대출과 부채뿐이라는 네티즌들의 한숨이 ‘김생민 경제학’, ‘김생민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것이다. 광고 회사들의 소비지향적인 삶을 부추기는 현혹에 대해 김생민은 지금도 ‘스튜핏(Stupid)’을 외치고 있다. 미사여구로만 가득 찬 현혹을 경계하는 그의 발언에 대중이 열광하는 이유이다.

- 권상집 동국대 상경대학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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