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5.09 07:34

<남자의 자격>, "Good Bye, 비덩!"

남자의 자격 새 멤버 전현무를 환영하며...

사실 극초반 아예 존재감이 없던 때를 제외하고 이정진의 캐릭터는 그다지 시청자의 호감을 사는 캐릭터가 아니었었다. 오히려 그나마 통편집되지 않고 예능에 욕심을 부려 하는 말이며 행동마다 시청자의 감정을 건드리며 비호감이 되고 했었으니.

최근 <무한도전>에서 길이 비난을 듣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되었다. 그다지 웃기지도 않는 녀석이 열심히 하지도 않고 기분 나쁜 무리수만 둔다. 아마 그 극단에 있는 것이 <남자, 그리고 젊은 그대>편에서 아이돌그룹 2PM의 춤을 따라하던 미션이 아니었을까. 근육이 있기에 몸치라고는 생각지 못하고 엉성하게만 추는 그의 춤에 많이들 목소리를 높여 비난하고는 했었다.

그것이 바뀌게 된 계기가 바로 석모도에 갔다 와서 찍었던 <남자, 새로운 취미를 갖다>편이었을 것이다. 이전의 '젊은 그대' 편에서 몸치임이 드러난 이정진은 '새로운 취미를 갖다' 편에서 웨이크보드를 타면서 김태원으로부터 "근육 있는 김태원"이라는 말까지 듣게 되는데, 이때 윤형빈이 이정진을 가리켜 표현한 말이 바로 "포장지"였다. 겉만 번드르르하지 속은 비어 있다. 그리고 그 포장지가 <남자, 그리고 신입사원>편에서 이정진의 캐릭터 비주얼 덩어리 "비덩"이 되었던 것이었다.

그저 서 있기만 해도 그림이 된다. 웃기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따로 분량을 만들지도 못하고, 그러나 단지 서 있는 것만으로도 보기 좋고 그림이 된다. 그를 위해 당시 제작진은 복사하러 간 이정진의 모습을 롱테이크로 찍어 보여주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비덩으로써 단순히 얼굴만 내비치던 이정진의 가치가 본격적으로 드러나 보인 것이 이듬해인 2010년 새해를 장식했던 '지리산 종주'미션이었다. 이때 이정진은 배낭에 바리바리 먹을 것이며 뜨거운 차며 싸들고 와서 멤버들을 챙겨주고 있었는데, 특히 국민약골로써 체력이 딸려 산을 오르지 못하는 이윤석의 뒤에서 곁에서 묵묵히 받쳐주고 이끌어주는 모습이 인상깊었었다. 잘생기기만 한 것이 아니라 속도 훈훈한 착한 남자로구나. 그로부터 얼마 안 있어 <남자, 먼지덮인 밥을 먹다>편에서도 이윤석과 짝을 이루어 잘생긴데다 속도 따뜻한 남자로서의 매력을 보여주었다.

하긴 그 전부터도 <남자, 그리고 자격증>에서도 이정진은 수화통역사 자격증 취득을 선택하면서 장애인을 위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었다. 말 없이 몸으로만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는 배우로서의 본능도 여기에서 드러나 보이고 있었다. 그야말로 이정진의 전성시대였다.

물론 그렇다고 이정진이 매번 분량을 확보하고 웃기기도 하고 했는가? 그것은 아니었다. 설사 이정진이 분량을 뽑아내더라도 다른 멤버와의 팀플레이를 통해 분량을 만들어냈을 뿐 이정진 자신의 감각이나 능력으로 분량을 만들어낸 것은 없었다. 하지만 굳이 웃기지 않아도 그림이 되고, 또 성실하기까지 한 훈남으로서의 그의 존재감은 남다른 것이었다. 특히 김성민과 더불어 당시 몸으로 하는 일들을 도맡아 하기도 했었다. 그러면서 조금씩 분량을 확보하기도 하고.

이정진의 무기라면 역시 윤형빈과 콤비를 이루어 보여주던 자학개그. 함께 있으면 통편집이라는 말 그대로 어떻게 해도 방송에 나가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적절히 윤형빈과 함께 싸잡아 디스하는 모습을 곧잘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제작진과 멤버들에 의해 이정진과 비공식커플로 공인된 정주리 또한 이정진이 방송분량을 뽑아내는 확실한 부기가 되고 있었다. 잘생기고 속도 꽉 차 있더니 이제는 웃기기까지 한다. 바로 거기까지가 한계였지만.

어느 정도 느끼고 있기는 했다. 작년 <도망자>를 촬영하면서 해외로케를 비롯한 촬영스케줄이 밀리면서 <남자의 자격>에서도 몇 차례 빠지고 모습을 보이지 않았었다. <남자, 그리고 하모니> 미션에서는 워낙 합창단의 인원이 많으니 얼떨결에 묻어가기는 했지만 비주얼 덩어기라 사라진 자리는 제법 컸었다. 이대로라면 오래 못하는 것이 아닐까? 배우를 아예 않을 것이면 몰라도 배우를 계속 하는 이상 <남자의 자격>과 촬영 스케줄이 충돌하고 할 텐데. 설마 올해에도 그런 식으로 이정진만 뺀 채 촬영을 진행하겠는가.

결국 그것이 이유라 말하고 있었지만. 하지만 그것 말고도 MBC의 새로운 서바이벌 프로그램 <나느 가수다>의 상승세를 의식한 부분도 있었을 것이다. 너무 착하다. 너무 착해서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 밉상에, 진상에, 하극상에, 문제를 불러일으킬 캐릭터가 필요하다. 더구나 김성민마저 빠졌다. 김성민이 빠진 자리는 너무 크다. 이래저래 겸사겸사 결정된 것이 아닐까?

전현무가 들어오니 알 것 같다. 입은 확실히 봉창 김성민이다. 그러나 몸은 김태원과 그다지 차이가 없다. 그에 비하면 양준혁은 입은 김성민에 미치지 못하는 대신 몸은 김성민을 충분히 대체할 만하다. 김성민의 역할이 얼마나 컸는가를 확실하게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전현무와 양준혁을 합하니 김성민 한 사람이 나온다. 김성민이 빠지고 남자의 자격이 잠시 침체기를 겪었던 것에 비추어 지금이라도 김성민의 캐릭터는 필요하다. 강력한 <나는 가수다>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과연 전현무는 입으로나마 김성민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인가? 양준혁은 몸으로 하는 김성민의 역할을 대신 할 수 있을 것인가? 이정진이 빠져나갔으니 비덩은 어쩔 수 없이 빼더라도 그 만큼의 무언가를 보여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를 위한 미션으로서 이번의 <전현무 스페셜>은 의미가 있지 않았을까? 과거 멤버들이 수행해 온 미션들을 반복함으로써 그 역시 <남자의 자격>의 일원이 된다. <남자의 자격>이 갖는 서사에 포함된다.

그다지 재미는 없었다. 단지 오랜만에 보는 남순이가. 그리고 짬짬이 내려가 농사를 짓는 모습이 정겨웠다. 일을 마치고 상을 차려 밥을 먹으며 툭탁거리는 모습 또한. 이별을 고하는 장면은 잠시 가슴이 찡해 왔었고. 주마등처럼 그 동안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러나 이후 이어진 전현무 스페셜은 글쎄... 신고식 이상의 의미는 없지 않을까? 물론 전현무는 여전히 훈자서도 잘 논다.

비덩의 아웃과 전현무의 합류. 그 이전에 <남자의 자격>에서 확실한 핵심역할을 맡고 있던 김성민의 부재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 아쉬움은 아쉬움대로 새로운 멤버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보내 본다.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한결 업그레이드된 <남자의 자격>을 바라며.

모바일에서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