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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5.08 07:20

<내 사랑 내 곁에> "미혼모에 대한 터부에 도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반드시 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내사랑 내곁에> 공식 홈피
보고 있기가 무척 불편한 드라마였다. 나 역시 그와 비슷한 이야기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동급생이었다. 서로 좋아하고 있었고 사귀는 사이였다. 공인 커플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날 여자가 임신을 하자 남자는 바로 부모의 도움을 얻어 도망쳐 버리고 말았다. 전학을 갔던가 유학을 갔던가 그랬을 것이다. 그리고 여자는 퇴학을 당했고.

이후의 이야기는 모른다. 나 역시 아는 학교 선생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라. 여자가 퇴학을 당하자 그 부모가 남들이 알 새라 그대로 야반도주하듯 이사를 가 버렸다는 것만 안다. 또 다른 이야기에서는 그렇게 아이를 낳고 미혼모가 된 여자의 안타까운 인생역정이 펼쳐진다.

그러고 보니 얼마전 임신한 여학생의 퇴학여부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다른 학생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러면 임신한 여학생의 인생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 임신이 절대 저질러서는 안 되는 죄악이거나 한 것도 아닐 텐데.

미성년자의 임신이란 분명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일 것이다.  미성년자로써 바람직하지 않은 성행위의 결과로 임신을 하게 되었다. 스스로 원해서 한 것이든, 아니면 다른 안 좋은 일로 원하지 않는 성행위를 한 것이든. 그러나 여기서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은 단지 그러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이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죄가 아니다. 미성년자의 임신을 이유로 법이 처벌하는 경우는 없다. 성인이 미성년자를 임신시켰을 경우는 따로 처벌을 할 수도 있을 테지만, 정작 미성년자가 임신을 하는 경우에 대해 처벌을 하는 경우는 없다. 단지 사회적으로 그다지 권장할만한 일이 못 되는 상황에 놓인 데 대한 도덕적인 비난은 가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조차도 어느 정도 선이라는 것이 있다.

어차피 사람 사는 세상이다. 아직 어리다고 해도 이미 임신을 할 수 있는 신체적 준비가 모두 끝난 상태다. 성행위를 할 수 있고 임신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그를 위한 본능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아예 격리시켜놓지 않는 한에는 얼마든지 사고는 일어날 수 있다. 자의에 의한 것이든 타의에 의한 것이든. 그것은 결국 말 그대로 '사고'의 영역일 것이다. 드라마에서 도미솔(이소연 분)과 고석빈(온주완 분)이 관계를 갖게 되는 경우처럼. 충동에 의해서도 얼마든지 일은 벌어질 수 있다. 그것을 일일이 단죄하여 금기시하겠는가?

그래서 그동안에도 꾸준히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이미 미성년자의 성이란 현실이다. 그것을 억지로 막는다고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그로 인한 다른 문제가 불거지지 않도록 현실적인 성교육이 이루어져야 하지 않겠느낙. 피임에 대한 것이라든가, 성병에 대한 것이라든가, 그리고 성윤리와 성에 대한 의식이라든가. 그러나 여전히 제기되고 있는 수준이다. 드라마에서처럼 임신을 하고도 임신을 한 것을 모르고, 심지어 임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자각조차 없이 이성과 성행위를 한다.

그나마 남자는 낫다. 욕이나 조금 먹고 나면 끝나는 문제니까. 아니 오히려 수컷으로써의 본능으로 그것을 무용담삼아 여기저기 떠들고 다닐 수도 있을 것이다. 성폭행을 저지르고서도 돈으로 합의보고 그것을 자랑삼아 떠들고 다니던 수컷을 직접 만난 적이 있었다. 그에 반해 그 피해자는. 그로 인해 임신을 하게 된 여성은 어떻게 되는가? 그 삶은?

차라리 성행위라는 것이 생식이라는 말 그래도 번식을 위한 행위임을 제대로 인지시켜 주었으면. 따라서 원치 않는 임신을 막기 위해서라도 피임에 대한 교육을 확실히 하고. 피임을 위한 도구를 사는데 부끄러움이나 터부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항상 준비할 수 있도록. 그리고 설사 사전에 피임을 하지 못했어도 사후피임약이라는 것도 존재한다. 그것은 당사자로써 자기 자신을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행위일 것이다.

그리고 설사 그렇게 임신을 하게 되었더라도 그것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누군가가 있으면 좋을 것이다. 화장실에서 아이를 낳고. 어딘가 알지도 못하는 곳에서 숨어서 아이를 낳고는 무책임하게 버려 죽게 만들고. 어린 나이에 영아를 - 그것도 자기 아이를 죽이는 살인자가 되어야 한다. 누군가 그들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임신은 죄가 아니다. 생명을 잉태한 자체는 죄가 될 수 없다. 괜찮다며. 그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들어주고 이끌어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부모도 교사도 믿을 수 없다. 믿고 의지하고 상담할 수 없다. 오히려 그들의 야단과 비난이 무서워 억지로 감추려 들고, 그래서 심지어 살인자가 되기도 한다. 주위의 차가운 시선이 그네들로 하여금 무엇이 올바른 선택인가 고민할 기회조차 빼앗아 버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가 그나마 낙태를 할 수 있는 기회마저 놓치고 드라마에서도 나오는 것처럼 화장실에서 아이를 낳아 버리는 경우마저 나오게 되고. 그 어린 아이들이 얼마나 악한 본성을 지녔기에 갓태어난 자기 아이를 죽이고 하겠는가? 누가 그리 만드는가?

그런 점에서 미혼모가 되어 버린 딸 선아(이혜숙 분)로부터 아이를 빼앗아 죽었다며 고아원에 내다버린 어머니 강여사(정혜선 분)의 캐릭터는 의미가 있다 하겠다. 아이를 낳고도 어머니임을 인정받지 못하고 끝내 부정해야만 했던 선아와, 또한 어머니로써 딸을 위해 자신의 외손주를 아예 없었던 존재마냥 버려야만 했던 강여사. 그리고 다시 미혼모의 길을 가게 되는 도미솔. 그녀의 삶은 과연 그녀의 선배라 할 수 있는 선아와 강여사와는 다른 형태가 될 수 있을까?

시놉시스를 보고서 그래서 안심했다. 사실 SBS에서 새로운 주말드라마를 시작한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전혀 의도하지 않고 보게 된 드라마였다. 그래서 혹시나 불안했는데 역시나 기대대로 드라마는 바로 그 부분을 건드리려 하고 있었다. 현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그러나 미혼모임에도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한 여성의 존재를 통해서. 이래도 모성을, 단지 남들보다 일찍 임신했다는 이유로 이 사회로부터 거부하고 배척하려는가. 더구나 임신의 또 한 당사자인 고석빈은 많은 남자들이 그러하듯 아무런 책임 없이 도망쳐서는 자기의 삶을 잘 살고 있다.

다만 이소룡(이세윤 분)과 관련해서는 너무 뻔한 출생의 비밀이 아닌가. 생일마저 같으니 아직 접점도 없는데 시작부터 작지 않은 비중으로 다루어진다는 자체에서 의심의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결국은 이소룡의 존재가 이후 반전의 키워드가 되지 않을까? 고석빈은 선아의 남편인 고진국(최재성 분)의 조카이고, 이소룡은 추측대로라면 선아의 아들로서 강여사의 외손주가 된다. 여기에 도미솔의 존재가 얽히고 나면 한 바탕의 지저분한 치정극이 완성된다. 그 과정에서 얼마나 도미솔의 캐릭터가 밝고 유쾌하게 그려지는가가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이소룡의 존재 역시. 아마 고석빈은 악역으로 시작해서 개심하는 캐릭터가 되지 않을까.

아무튼 앞서 말한 그대로 전혀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보기 시작했음에도 거의 도입부에서 이후의 전개에 대해 눈치채고 말았다. 뻔하지 않은가? 갑작스럽게 체중이 늘고, 잠이 많아지고, 몸이 피곤해지며, 먹는 것이 늘어난다. 아무래도 도미솔과 고석빈의 관계도 수상쩍고. 그래서 고등학생인 신분에 비추어 미성년자의 임신 - 미혼모 문제를 다루려 한 것이 아닌가. 다만 일본의 경우처럼 <14살 어머니>와 같이 지나치게 어린 나이라면 윤리적인 문제가 걸릴 수 있으니 가장 만만한 성인과의 경계인 고등학교 3학년. 선아와 관련한 이야기도 그렇고. 느닷없이 PC방 화장실에서 아이를 낳다 걸렸다는 중학교 시절의 친구도 그렇고.

역시 스토리보다는 텔링일 것이다. 어느 정도 읽히는 구성이고 전개이기는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채워나가느냐가 작가의 능력이고 PD의 역량일 것이다. 그것이 드라마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고. 지금까지야 아직 도입부로써 아무것도 보여진 것이 없으니까.

당분간 열을 삭일 준비를 하고 지켜봐야겠다. 임신사실이 알려지고 이후 주위와의 관계며 전개가 상당히 사람 속을 끓게 만드는 것이기 쉬울 테니. 그게 현실이다. 단지 임신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죄인 아닌 죄인이 되어 단죄당하고 사회로부터 배제당하는 현실. 물론 미성년자의 임신이 옳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죄는 아닐 텐데도. 옳지 않는 것이 죄이거나 악이지는 않을 텐데 동일시여기며 기꺼이 단죄하려는 야만이 아직까지 남아 있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 드라마에도 사실성이 부여된다. 이런 부분에까지 동화가 되어 버리면 드라마가 우스워진다.

기획의도만 놓고 본다면 상당히 의미있는 드라마가 아닐까. 과연 미혼모에 대한 편견을 깨뜨릴 수 있을까? 미성년자의 임신에 대한 터부까지는 아니더라도 사회적인 거부나 배척이 조금은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그다지 기대는 않지만 그런 논의만 있어도 성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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