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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음악
  • 입력 2011.05.07 17:56

박재범 1위 논란과 아이돌이 대세인 이유...

존경받는 아이돌, 판단되어지는 아티스트...

 
어제 5월 6일 금요일 KBS의 가요순위프로그램 <뮤직뱅크>에서 마침내 박재범이 신곡 'Abandoned'로 차트 1위에 오르고 있었다. 2PM에서 탈퇴하고 주변부만을 떠돌던 것이 어느새 1년 반, 참 오랜 인고의 세월이었고 눈물겨운 성공이었을 것이다.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그러나,

정작 박재범이 그야말로 오랜만에 공중파 차트에서 1위를 하는 순간 축하하기보다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오히려 더 커지고 있었으니, 결국은 그 과정에 대한 불신과 회의였을 것이다. 박재범에게 과연 1위의 자격이 있는가? 디지털음원과 방송점수, 시청자 선호도에서 모두 뒤지는데 오로지 음반점수 하나 높아서 F(x)의 피노키오를 누르고 1위를 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다른 점수에서 다 뒤지는데 음반점수 하나 높다고 1위를 할 수 있는가? 과연 정당한 납득할만한 결과였는가?

하지만 사실 그동안에도 꾸준히 제기되어 온 문제였고, 그 만큼 반복되어온 현상이었다. 슈퍼주니어와 SS501, 샤이니, 아무래도 팬덤의 화력이 강한 남자 아이돌은 물론 소녀시대나 KARA등 여자아이돌들도 팬덤의 화력집중에 힘입은 음반점수에서의 우위를 무기로 항상 1위 자리를 독점하곤 했었다. 단지 이번의 경우는 음원이든 방송점수든 대중의 반응이 나타나기도 전에 팬덤의 음반구매에 의해 결과가 결정되었다는 것이 문제일 뿐.

그러나 그조차도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그것이 룰이니까. 디지털음원과 음반판매량과 시청자선호도와 방송점수, 그렇게 <뮤직뱅크>는 1위를 결정한다. 그렇게 공지해 왔고 실제 그같은 기준에 의해 다른 가수들도 <뮤직뱅크>에서 1위를 했을 터다. 음반점수가 기형적으로 높다고 하는 것도 그만큼 음반을 팔았으니까.

문제라면 고작 5만 장 정도의 음반판매량으로도 1만 점이 넘는 점수를 획득할 정도로 음반판매량이 적다는 점일 것이다. 임재범의 옛날 앨범이 <나는 가수다>의 영향으로 7000장을 팔아 판매량 3위에까지 올랐다고 한다. 처참한 수준이다. 그러니까 팬덤에 의해 집중적으로 몇 만 장의 음반을 팔 수만 있다면 여타 아이돌들도 음반점수를 무기로 <뮤직뱅크>의 차트를 석권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바로 그래왔었다. 1위를 만들기 위한 팬덤의 조직적인 음반구매와 음원다운로드 및 스트리밍.

어째서 아이돌인가? 바로 여기에 답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음원사이트에서도 전체 가입자의 수는 200만 명 남짓, 그리고 그 상당수가 아이돌의 팬이며, 아이돌의 팬들에 의해 적극적으로 음원의 구매와 스트리밍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것이 바로 차트에서도 반영된다. 공중파 차트 만큼이나 아이돌 팬덤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것이 음원사이트 차트다. 아이돌을 위해 음원을 다운로드받고 반복해서 스트리밍하고. 아이돌의 순위는 아이돌 팬의 순위다. 그 규모와 그 집중된 힘의 순위다.

그렇게 믿고 아이돌을 위해, 그들을 1위로 만들기 위해 아이돌 팬들은 지금도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직접 지갑을 열어 돈을 지불하고, 행동에 나서서 노력을 동원하고. 그 결과가 음원사이트에서의 순위이며 공중파 차트에서의 순위인 것이다.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노력했는가? 바로 그에 대한 결과인 것이다.

신해철이 말한 바 있다. 대중음악이 발전하려면 이름만으로 음반을 구매해주는 음악인이 최소 100명은 되어야 한다고. 그것은 음악인에 대한 존경과 애정의 표현인 동시에 그의 음악적 역량이나 업적에 대한 신뢰와 경외이기도 하다. 아이돌 팬들이 바로 그것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돌이기에 음반을 구입하고 음원을 다운로드받는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아이돌이기 때문에 당연히 음악은 좋고 무대도 좋다.

실제 박재범과의 1위 경쟁에서 밀려난 F(x)의 경우도 상당한 팬덤의 노력과 헌신이 있었기에 그러한 위치에까지 오를 수 있었을 것이다. 음반을 구매하고, 음원을 다운로드받고, 스트리밍을 돌리면서, 혹은 선호도 점수를 위해 투표를 하고, F(x)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찾아 보고. 여기저기서 F(x)와 그들의 음악을 듣고 좋아하도록 사람들을 설득하고 홍보하고 다닌다. 그게 팬덤이다. 단지 그러한 팬덤의 화력싸움에서 이번 만큼은 음반판매에서 집중력을 발휘한 박재범의 팬덤이 승리했다. 박재범이 1위를 한 것이 아니라 그의 팬들이 1위를 한 것이다. 그 적극성. 그 노력. 그 헌신. 자기 아이돌을 위한.

그러고 보면 기성가수들에 대해서는 그렇게 따지는 것이 많다. <나는 가수다>에 대해서도 한국에서도 내로라하는 가수들이 무대에 섰는데, 노래를 잘하네 못하네, 무대가 훌륭했네 못했네, 음반이며 음원을 내놓아도 자기의 판단을 기준으로 그것을 평가하려 들고 그 다음에서야 소비하려 든다. 아티스트 개인에 대한 인간적 판단도 물론 전제된다. 얼마나 인격적으로 훌륭하며 흠결 없이 완벽한가. 그에 비하면 아이돌에 대한 팬덤의 자세는 말 그대로 ‘우상’을 향하는 그것이다. 판단하려 하기 전에 이해하려 들고, 평가하려 하기 전에 동의부터 하며, 설사 문제나 허점이 드러나더라도 오히려 그것을 감싸주려 한다. 같은 정도의 이슈더라도 기성 가수라면 대중적인 비판에 알몸으로 노출되어야 하는 경우가 많지만, 정작 아이돌의 경우는 팬덤의 보호 아래 한결 안전할 수 있다.

물론 그것이 과연 아티스트에 대한 존경과 신뢰와도 통하는가? 그것은 아닐 것이다. 단지 아이돌 개인에 대한 애정이며 충성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드러나는 현상은 같다. 대중가수가 인기가 있는 것은 오로지 대중이 있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아이돌이 있기에 일상이 기쁘고 즐겁다. 그것이 아이돌에 대한 무조건적인 추앙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다시 음반과 음원의 구매에 있어 팬덤의 적극적인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 지금에 이르러 음반과 음원을 구입하는 것은 아이돌 팬덤 밖에 없다. 아니면 <나는 가수다>를 비롯한 특정 프로그램의 팬들이거나.

고작 5만 장. 설사 팬덤이 움직여 그만한 음반을 구입할 수 있었다 하더라도 그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상당한 음반판매가 대중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었다면 과연 박재범은 그 같은 압도적인 음반점수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며, 다른 모든 점수에서 뒤지는데도 바로 그 음반점수에 의해 1위를 할 수 있었겠는가? 그것은 과연 박재범의 탓인가? 팬덤의 탓인가? 그동안에도 음반점수에 힘입어 1위를 하고, 그것을 노리고 조직적으로 음반구매를 독려한 팬덤의 행태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결국은 누가 현재의 가요계를 이렇게 만들었는가? 아니 적극적으로 아티스트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신뢰와 존경을 보이던 팬덤에 대해 빠순이, 빠돌이라 하는 그 순간 이미 이것은 결정된 것이 아니겠는가? 적극적으로 자기의 아이돌을 위해 행동에 나서는 팬덤과 음악을 좋아하고 노래 듣는 걸 좋아하지만 여전히 냉정하게 가수를 판단하고 평가하려 드는 대중과. 아이돌로 인해 일생이 기쁘고 즐겁다는 팬덤과 대중가수란 오로지 대중에 의해 존재하며 대중을 위해 봉사하는 존재라 여기는 대중과. 누가 시장에서 살아남을까? 그것을 단지 <뮤직뱅크> 등의 가요순위프로그램들은 수치화하여 보여주는 것이다.

아이돌에 대해서는 굳이 아이돌, 혹은 대중음악계를 위해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출연하라 압박하지 않는다. 특정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야 음악을 들어주겠다는 협박도 하지 않는다. 그에 비하면 기성가수들은 반드시 특정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야 하고, 그에 대한 비판마져 대중음악을 살려야 한다는 당위와 사명 앞에 부정당한다. 전설조차 그 무대에 올라 재단되어지고 평가되어져야 한다. 문득 과연 아이돌위주의 대중음악을 비판하면서 정작 무대에 오르는 실력있는 음악인에 대한 존경과 신뢰는 병행되어지고 있는가?

존경받는 아이돌과 평가받는 기성가수. 신뢰와 애정의 대상이 되는 아이돌과 여전히 평가의 대상인 기성가수. 해외에서는 그렇게 오래도록 활동하는 원로음악인들이 많다. 전설이 바로 지금과 함께 호흡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떠한가? 누구의 탓인가?

박재범의 1위를 비난하기 전에 그것부터 보아야 하지 않을까? 팬덤의 적극적인 음반구매가 가요차트 1위를 만들고. 소수의 팬덤에 의해 그 결과가 결정되어지는. 그러면 그 팬덤을 제외한 나머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그 팬덤을 비판하고 있는 그들은?

아이돌이며 아이돌 팬들을 비난할 수 없는 이유다. 그들은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으므로. 어느 시대에든 아이돌은 있어 왔고 아이돌은 팬덤과 함께 성장해 왔다. 차이라면 그들 이외의 다른 누군가가 없다는 것이다. 적극적으로 아이돌 이외에도 음악을 소비하고 아티스트를 소비할 대중이. 그것을 꺼려하고 심지어 부끄러워하는 대중들이. 그에 비하면 아이돌 팬덤은 얼마나 건전하며 아름다운가? 아이돌이 아닌 아티스트였다면.

어차피 <뮤직뱅크>의 순위산정 기준이 그렇다. 그것은 가치중립적인 것이다. 그러한 기준이 있고, 따라서 그 기준에 충족하면 얼마든지 누구나 1위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기준이 잘못되었는가? 결국은 그렇게밖에 될 수 없는 현실의 문제인 것이다. 누구의 탓이 아니라.

기준이 그렇다면 1위란 되는 것이기도 하지만 만드는 것이기도 할 터다. 룰을 벗어나지만 않는다면 아이돌을 위해 그 저도도 못할까? 차라리 그럴 수밖에 없는 현실을 탓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팬덤만이 남아 있는. 팬덤만이 남아 행동하고 결정하는. 근본의 문제다.

아무튼 뒤늦게나마 박재범의 1위를 축하하며, 박재범이 공중파에 출연하기까지 마음 졸였을 팬들에게도 위로의 말을 건넨다. 상당히 훌륭한 무대이기도 했다. 아직 한참 젊은 새로운 재능 있는 퍼모머에 대한 기대도 갖게 한다. 당당해도 좋다. 자격은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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