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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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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30 21:57

[권상집 칼럼] 트러블메이커 신정환의 불편한 복귀 소식

대중을 우습게 여기는 적폐 연예인의 불쾌한 복귀

▲ 방송인 신정환 ⓒMBC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신정환 그는 누구인가. 1994년 남녀혼성그룹 룰라로 데뷔한 후, 1998년 컨츄리꼬꼬를 통해 탁재훈과 함께 악마급 재능이라고 불린 뛰어난 입담을 바탕으로 정상급 인기를 누려온 가수 겸 예능인. 그러나 동시에 억대 원정도박과 함께 도박 의혹을 회피하기 위해 거짓 해명으로 수많은 논란을 일으킨 방송계의 적폐. 그에 대한 평가는 언제나 엔터테인먼트 업계와 대중의 평가가 양 극단을 달린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신정환만한 걸출한 입담과 역대급 센스를 지닌 예능인이 드물다고 주장하고 있고 대중은 최악의 연예인 중 한 명으로 그를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다.

7년 전, 필리핀에서 벌어진 억대 원정도박 혐의 속에서 그는 지난 2011년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 받고 지금까지 7년째 대중에게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가 7년 가까이 대중에게 모습을 비추지 못한 건, 도박 혐의 외에 거짓 의혹으로 그를 믿었던 팬들까지 기만했기 때문이다. 특히, 필리핀에 억류되어 방송 녹화를 펑크낸 후, “필리핀에 관광을 갔다가 뎅기열에 걸렸다”는 희대의 변명을 그는 쏟아냈고 이로 인해 한동안 포털 사이트에서 ‘뎅기열’이 검색 순위 1위를 차지하는 웃지 못할 진풍경이 유발되기도 했다. 그런 그가 다시 방송에 복귀한다니 한 마디로 어이가 없다.

그의 소속사 코엔스타즈는 “대중과 떨어져 지낸 7년의 시간 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고 그가 지닌 또 한번의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계약 이유를 설명했으나 코엔스타즈가 발견한 또 한번의 가능성을 왜 굳이 대중이 한번 더 봐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신정환이 방송에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현재 예능 프로그램이 하락세를 거듭하는 것도 아니고 그의 빈자리를 크게 느끼는 예능 PD나 시청자 역시 거의 없기 때문이다. 신정환 소속사 측은 천천히 복귀작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하나 이미 그의 소속사가 주요 방송사 관계자와 접촉 중이라는 사실은 업계에서 모르는 이가 없다.

신정환 이전에 탁재훈 역시 숱한 논란을 딛고 방송계에 화려하게 복귀했지만 별다른 뚜렷한 반응을 보이지 못하고 상당수 프로그램에서 이내 하차했다. 10년 전, 상대의 말꼬리를 비틀고 언어유희를 기반으로 한 개그코드는 현재 ‘아재개그’로 전락한지 오래다. 신정환이 과거에 추구했던 그리고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았던 개그는 이미 한물 간 개그 방식으로 대중에게 인지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그를 향한 대중의 시선은 과거보다 지금이 더욱 싸늘하다. 이미 인터넷에선 ‘고영욱이 최악이냐, 신정환이 최악이냐’라는 토론까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신정환은 방송 복귀에 대한 소감으로 “태어날 아이에게 넘어져서 못 일어난 아빠가 아닌 다시 일어나 성실하게 열심히 살았던 아빠로 기억되고 싶다”는 심경을 온라인 팬 카페에 남겼다. 그리고 신세를 진 지인 분들에게 다시 한번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그는 팬들에게 복귀에 대한 소감을 진지하게 밝혔다. 그러나 그가 이미 밝혔듯이 따가운 시선을 따뜻한 시선으로 단언컨대 돌릴 수는 없다. 대중에게 트러블메이커, 더 나아가 적폐로 취급되는 신정환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 자체가 시청자에게는 또 하나의 스트레스이기 때문이다.

과거 트러블이나 논란을 일으킨 후에 가장 쉽게 복귀할 수 있는 분야는 정치와 방송 분야였다. 정치는 지역구도가 막강하게 유권자들의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기에 사소한 잘못을 하더라도 지역감정을 부추기면 당선이 쉽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그러나 탄핵 정국 이후 정치인을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눈높이나 잣대는 훨씬 더 엄격해졌으며 일관성이 없고 숱한 논란을 일으킨 정치인들은 철저히 유권자의 심판 속에 사라졌거나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남은 성역이 하나 있으니 그 분야가 바로 방송 분야이다. 예능인, 가수, 배우들이 수많은 논란을 일으킨 후 자숙의 시간을 갖고 특정 프로그램을 통해 복귀하는 건 이제 완벽한 공식이 되었다.

신정환은 불법도박 혐의로 해외에서 국내 연예인의 위상을 추락시켰고 뎅기열이라는 병명을 바탕으로 실제 병상에 누워 있는 모습을 조작함으로써 자신을 믿었던 많은 팬들의 눈까지 속였다. 더 나아가 그는 ‘라디오스타’ 등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활발하게 활동했을 때 조차 나이트클럽 등 야간 업소 출연을 지속적으로 병행하여 종종 방송에서 조는 모습이 노출되는 등 프로그램을 지켜보는 시청자에게도 최악의 매너를 보여왔다. 9년 전, 검찰 수사 과정에서 신정환의 야간 업소 출연료가 1회 4,000만원이라는 소식이 기사화되면서 연예인들의 고소득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비판마저 등장한 바 있다. 용서를 구하기엔 그가 저지른 범법행위와 해악이 너무나 크다.

그 동안 그가 어려운 사람 또는 고생하는 사람들을 위해 도와주거나 적극적인 봉사 활동을 펼쳤다는 소식을 들은 기억이 별로 없다. 그가 성실한 모습으로 자녀에게 비춰지고 싶다면 대중이 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선행을 하는 것이 가장 진정성 있는 자세의 첫 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용기를 내서 실망한 분들을 위해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말한 것이 지난 날 자신에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 함께 수십억의 출연료를 제공해준 방송 복귀라니 어처구니 없는 결론이다. 10년 전 수십억을 벌고 그 소득을 모두 도박으로 탕진하고 난 후, 돈이 떨어지자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며 방송 복귀를 선택하는 그의 얼굴에서 적폐가 느껴진다.

그는 분명 태연하게 방송에 복귀해서 대중에게 용서를 구하는 스탠스를 초기에 취하며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이고자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방송에 적응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한번 능청스럽게 자신의 도박, 뎅기열, 거짓말 논란 등을 또 다시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희화화하며 자기비하 식의 삼류 개그를 선보일 것이다. 대중에게 용서를 구한다는 말을 습관적으로 내뱉는 그가 속으로는 “역시 대중은 개돼지였어. 잠깐 잘못해도 역시 다 눈감아줘”라고 생각할까 두렵다. 그의 복귀를 통해 “역시 능력 있으면 잘못해도 문제될 건 없어”라고 청소년들이 생각할까 두렵다. 트러블메이커 연예인들이 영원히 대중의 시선에서 추방되고 격리되는 세상은 과연 언제쯤 올까?

- 권상집 동국대 상경대학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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