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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17.03.05 07:27

[권상집 칼럼] 연예 기획사들의 콘텐츠 장악을 위한 쩐의 전쟁

콘텐츠를 지닌 자가 최후의 승자, PD와 작가 영입 전쟁이 시작되다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지난해 7월, 대한민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사드 배치를 발표한 이후 중국은 현재 외교를 넘어 전방위에서 국내 기업을 향해 경제적 공세를 취하고 있다. 롯데를 포함해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계좌까지 조사할 예정이라고 하니 이들의 대응 수위는 점점 도를 넘어서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거의 모든 산업은 심각한 피해를 받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분야가 바로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Media & Entertainment)산업이다. 중국의 방송산업 전반을 총괄하는 광전총국은 국내 연예인 출연 금지를 넘어 방송에 이어 온라인 영역까지 한류 콘텐츠의 유통을 적극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그 결과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중국 의존도를 벗어나 새로운 탈출구를 모색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미 사드 배치 발표 이후 국내 연예 기획사의 투톱이라고 불리는 SM엔터테인먼트와 YG엔터테인먼트의 주가는 각각 35.7%, 22.9% 빠지는 등 사드 배치의 최대 피해자가 되고 있다. 국내 영화 플랫폼 중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한 CJ CGV 역시 사드 배치 발표 이후 15%가 넘는 주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결과적으로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생존을 넘어 지속성장하기 위한 새로운 도약 또는 신성장동력을 모색해야 할 시점에 직면했다. 이를 위해 현재 주요 연예 기획사들은 다시 국내 시장으로 눈길을 돌려 단순 콘텐츠나 엔터테이너 유통이 아닌 콘텐츠의 직접 기획에 모든 역량을 쏟고 있다.

과거 1990년대까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힘은 방송사 PD에게 있었다. 주요 지상파 방송국에서 드라마, 예능, 음악 프로그램을 연출했던 PD들은 방송사 더 나아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권력 그 자체였고 기획사가 없던 시절 연예인 및 매니저들을 대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했다. 방송사에서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고 기획했기에 가능한 일이었고 드라마 또는 예능, 쇼 프로를 유통시키는 경로가 TV라는 단일 플랫폼에 오랜 기간 의존하다 보니 방송사 PD들의 영향력 또는 권력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연예 기획사들에게 없었다.

주요 3사 지상파 방송국에는 아쉽겠지만 2000년대 이후 콘텐츠의 유통경로가 지상파, 케이블, 종편, 인터넷, 모바일 등으로 다변화되면서 권력의 이동은 ‘누가 더 콘텐츠를 획기적으로 잘 만드냐’로 급격히 재편되었다. 종합편성채널 초기 JTBC와 CJ E&M이 주요 지상파에서 인정받아 온 A급 PD들을 모조로 스카우트한 건 바로 힘의 이동이 콘텐츠를 더 많이 공급할 수 있는 역량을 지닌 기업으로 변화되었기 때문이다. 콘텐츠를 기획해서 자체 제작한 후 러브콜을 보내는 여러 방송사 중 최고의 대우를 약속해준 방송사 하나를 선택해서 프로그램을 유통시키면 그만이기에 졸지에 지상파 방송국은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절대 갑에서 을로 추락했다.

KBS와 MBC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이미 두 방송사는 70% 이상의 드라마를 외주제작사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 최고의 인기 드라마였던 KBS <태양의 후예> 역시 KBS는 유통만을 했을 뿐 실제 해당 드라마를 제작한 건 영화 투자배급사 NEW였다. NEW는 올해 또 다시 <동네변호사 조들호 시즌2>제작을 선언한 상황이다. 해당 드라마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KBS에서 방영된다는 보장은 없다. 이렇다 보니 획기적인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연예 기획사로 우수 인재들이 몰리고 있다. 사드 배치에 의해 직격탄을 맞은 YG와 SM이 콘텐츠 직접 제작을 위해 PD와 드라마 작가 등을 영입하며 국내 시장으로 다시 눈을 돌린 건 이런 배경 때문이다.

CJ E&M과 JTBC 같은 콘텐츠 기업 또는 방송사가 아닌 YG엔터테인먼트의 예능PD 영입은 콘텐츠 장악을 위한 쩐의 전쟁 예고편이 시작된 것과 다름 없다. YG는 올해 초 MBC 및 tvN PD를 영입한 데 이어 SBS에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 현재 공급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절대 강자 중 하나인 YG엔터테인먼트가 또 다시 유능한 PD와 작가를 대거 영입할 것이라는 소문이 업계에 파다한 상황이다. PD 확보를 위해 서로 뺏고 빼앗던 지상파들의 경쟁은 YG와 JTBC, YG와 CJ E&M 등으로 이제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 JTBC에서 초창기 예능 프로그램을 정착시키고 <썰전>, <아는 형님> 등으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여운혁 PD는 최근 가수 윤종신이 대표로 있는 미스틱 엔터테인먼트로 다시 한번 이동, 업계를 놀라게 했다.

SM엔터테인먼트 역시 아이돌 기획사에서 콘텐츠 제작사로 전략의 방향을 일부 수정한 지는 이미 오래된 일이다. SM C&C가 제작한 콘텐츠는 지금도 KBS, SBS에서 방영되고 있고 유재석과 노홍철을 영입한 FNC엔터테인먼트도 드라마 PD들을 영입하고 FNC에드컬처를 새로 설립하여 CJ E&M에서 음악사업부문을 총괄했던 안석준 대표를 신임 대표로 앉혔다. 지상파에서 주요 핵심인재를 스카우트해온 CJ E&M은 이제 거대 기획사의 PD 및 작가, 인재 영입 도전에 맞서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였다. 중국 의존도에서 탈피, 채널이 확대된 국내 시장을 다시 한번 장악해서 제2의 시장 다변화를 모색하려는 연예 기획사들의 경쟁이 쩐의 전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 상황에서 가장 최대의 피해자는 지상파 방송국이다. 과거 90년대까지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했던 방송사는 어느덧 기획사와 가장 많은 채널을 확보한 CJ 등이 기획, 제작한 콘텐츠를 단순 유통하는 플랫폼으로 전락하고 있다. 중국 시장이 확대되며 주요 콘텐츠와 한류 연예인 등의 수출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던 연예 기획사가 콘텐츠 경쟁에 직접 뛰어들며 이제 해당 싸움의 승패는 ‘누가 더 많은 자본을 통해 우수 인재를 확보하느냐’에 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무게중심은 방송사 PD에서 A급 연예인으로, 현재 스타 작가와 스타 PD로 다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A급 PD와 작가에게 수십억이 쏟아지는 이유이다.

- 권상집 동국대 상경대학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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