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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6.08.13 07:36

[김윤석의 드라마톡] 굿 와이프 11회 "이태준의 오판과 김혜경의 결심, 갈등과 오해 앞에서"

남편과 아내의 이야기, 법정은 단지 들러리가 되다

▲ 굿 와이프 ⓒtvN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굿 와이프. 살면서 가장 모욕적인 말이 '내가 너를 안다'는 말이다. 내가 모르는 나 자신에 대해서까지 너무나 자신있게 단정짓고 정의한다. 나의 기호와 나의 성향과 나의 판단에 대해 나보다 먼저 결정하고 결론을 내린다. 그러므로 내가 옳다. 그러므로 내가 하자는대로 따라야 한다.

잘못한 것이다. 실수조차 아니다. 실수란 원래 그런 의도가 아니었을 때 쓰는 말이다. 분명하게 자신이 의도한대로 의사를 전달했음에도 받아들이는 것이 기대한 것과 너무 달랐다. 당황한다. 분명 자신은 옳았는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는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실패나 좌절과 같은 것을 경험한 적 없는 순수한 엘리트라는 느낌이었다. 완결된 자기만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존재였다. 내가 옳은데 어째서 내 의도대로 되지 않는 것일까.

예의란 묻는 것이다. 배려 역시 묻는 것이다. 사랑이라고 다르지 않다. 상대를 위한 것이다. 상대에게 이롭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기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먼저 상대에게 묻지 않으면 안된다. 남편 이태준(유지태 분)과의 별거를 결심하고 김혜경(전도연 분)은 자신의 아이들에게 그 사실을 전한 뒤 이해를 구하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을까 최대한 조심해서 단어 하나까지 선별하고 있었다. 어떤 경우에도 엄마인 자신은 아이들의 편이며 아이들의 이해와 동의를 받기를 원한다. 솔직했고 정직했다. 그리고 용감했다.

그런데 이태준은 단 한 번도 아내 김혜경에게 그런 모습을 보인 적 없었다. 사랑한다면서 일방적으로 통보할 뿐이었다. 이해와 동의를 강요할 뿐이었다. 반드시 아내인 김혜경은 자신을 이해하고 용서해야 한다. 자신의 생각과 주장에 동의해야 한다. 마치 자기최면처럼 남편에 대한 거의 절대적인 애정과 신뢰를 끊임없이 스스로 되뇌이던 때라면 가능했다. 오로지 남편의 뜻에 따르는 것만이 남편을 향한 자신의 사랑을 증명하는 것이고, 남편의 야망과 이상이야 말로 오롯이 자신의 정의와 일치하는 것이다. 하지만 남편은 아내인 자신을 배신했고, 김혜경은 남편을 한결같이 믿고 사랑하던 자신으로부터 배신당했다. 

어쩌면 남편 이태준의 배신보다 친구와도 같던 김단(나나 분)의 배신이 더 결정적이었는지 모르겠다. 사법연수원을 마치고 거의 15년만에 처음으로 신입변호사로 사회생활에 첫발을 내딛으면서 나이는 자기보다 어리지만 사회인으로서는 한참 선배이던 김단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고 그만큼 마음으로 크게 믿고 기대고 있었다. 그런 만큼 그런 김단이 남편이 과거 저지른 부정의 대상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느꼈을 충격과 배신감은 너무나 클 수밖에 없었다. 비로소 자신이 배신당했다는 사실이 더욱 선명하게 느껴지는 배신감과 함께 현실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남편이 배신한 것이 아니다. 자신이 배신당한 것이다. 믿었던 남편으로부터, 그리고 남편을 믿었던 자기 자신으로부터. 남편의 배신은 쉽게 용서할 수 있지만 자신이 당한 배신은 먼저 자신이 용서할 수 있어야 한다.

과연 자신은 남편을 용서해야 하는가. 과연 남편은 자신으로부터 용서받을 준비와 자격을 갖추고 있는가. 아마 결혼하고 처음이었을 것이다. 그런 식으로 서로의 눈을 정면으로 마주보고 얼굴을 붉히며 목소리를 높였던 것은. 무조건적인 믿음이란 사실상 방치와 같다.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면 무엇이든 마음대로 해도 좋다는 뜻으로 여겨질 수 있다. 한 편으로 자유라 여겨질 수 있지만 원래 사람의 관계란 서로에 대한 구속의 정도에 비례하는 것이다. 부부란 그래도 좋은 사이가 아니다. 이태준이 아내 김혜경에게 자신과 같은 종류의 인간이라 항변하는 이유였는지 모른다. 김혜경만이 오로지 피해자인 것은 아니다. 그동안 그러면 이태준은 아내 김혜경으로부터 어떤 상처를 어떻게 얼마나 받아왔던 것일까?

좀 더 일찍 이렇게 부딪혔어야 했다. 서로 눈을 마주하고 얼굴을 붉힌 채 자기 바닥까지 드러냈어야 했다.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부분들까지 서로에게 드러내 보였어야 했다. 그래서 도저히 견지지 못한다면 결국 부서지고 말 것이다. 그러나 만일 견뎌낸다면 더 단단하고 유연해진다. 허세와도 같다. 사회의 정의를 말한다. 세상의 진실을 말한다. 그것만이 아내를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런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지 않은가.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아내에게 정작 자기가 할 수 있는 말이 그런 것들 밖에 없다. 딱 그 만큼이다. 단 한 번도 그들은 서로를 사랑한 적 없고, 서로를 이해한 적이 없었다. 법적으로만 부부였을 뿐 어쩌면 단 한 번도 부부였던 적이 없었다. 너무 지나친 생각일까?

재판 자체는 매우 간단하게 넘어간다. 변호사 김혜경의 성장을 위한 하나의 미션에 지나지 않는다. 의뢰인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자신의 신념이나 양심과 상관없이 오로지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한다. 서중원(윤계상 분)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누나인 서명희(김서형 분)나 김혜경은 설사 알더라도 기질상 하지 못하는 행동들이다. 아무리 그렇게 하려고 해도 생각 자체가 거기까지 미치지 않는다. 서중원의 도움을 받아 어려운 상황까지 몰렸던 재판을 먼저 합의를 제안하도록 뒤집기에 이른다. 훨씬 연하의, 집안까지 대단한 새로운 파트너와의 사이에서도 소탈하면서도 당당한 자신만의 매력을 드러낸다. 김혜경의 남편 이태준에 대한 선택을 고려한 어쩌면 잔인한 배려다. 여전히 이태준과 관계가 냉각되어 있는 동안 서중원은 김혜경의 파트너로 낙점된다. 어디까지나 주인공은 김혜경이다.

자신감 넘치는 것에 비해 실속은 없다. 아직 복직도 되지 않아 사무실은 외지기만 하다. 정치권과의 거래 역시 불안할 뿐이다. 아내마저 자신을 외면하려 한다. 모든 것을 가졌고 가질 수 있다 여겼지만 정작 손에 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불안이다. 공포다. 자신도 모르게 고함을 지르고 만다. 항상 침착하고 당당하던 모습과는 달리 논리에서 밀리자 큰 목소리로 아내를 찍어누르며 인정에 호소하려 한다. 원래 이렇게 작은 사람이었던가. 어쩌면 오히려 김혜경의 마음을 자신으로부터 더 멀어지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는지 모르겠다. 여전히 이태준이 여유와 자신감이 넘쳤다면 그 순간 김혜경이 듣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진심은 몰라도 머리로 충분히 알아차릴 수 있었을 것이다. 역시 숙제다. 이태준은 과연 자신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드라마의 흐름이 빠르게 뒤집힌다. 이태준이 오히려 무죄로 풀려나며 김혜경과의 관계는 더욱 긴장으로 치닫는다. 신뢰가 무너진다. 이태준과 김혜경의 관계가 역전된다. 이제는 오히려 아내 김혜경이 남편 이태준을 굽어본다. 김혜경이 선택한다. 이태준이 아니다. 아내 김혜경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이태준은 그 결정에 따라야 한다. 헤어지든, 아니면 용서받고 다시 부부로 함께 살게 되든. 이태준의 아내가 아닌 김혜경의 남편이다. 아마 그것을 말하려는 듯하다.

모든 진실을 알고 김혜경과 김단의 관계가 차갑게 식는다. 김혜경과 서중원의 관계도 원래 미묘했지만 더 복잡해진다. 이태준과의 관계가 극단으로 치달으며 갈등은 최고조에 이른다. 변호사로서의 성장은 인간으로서의 성장이다. 가장 재미있을 때다. 더욱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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