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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서문원 기자
  • 영화
  • 입력 2016.08.11 20:25

[리뷰] '일본패망하루전' 일본이 바라보는 1945년 8월 15일

빼어난 연출·미장센, 주연 배우 야쿠쇼 코지 열연 눈에 띄어

[스타데일리뉴스=서문원 기자] 11일 개봉한 '일본 패망 하루전'(The Emperor in August)은 1945년 8월 15일 일왕 히로히토에 의해 발표된 종전(제2차 세계대전) 선언까지 그린 작품이다. 러닝타임은 136분으로 짧지 않은 스토리를 지녔다.

'일본 패망 하루전'(수입/배급: 시네마 엔터)은 군국주의의 부활을 바라는 극우 일본과 달리, 71년 동안 아시아 평화를 외쳐온 일본의 변함 없는 입장이 담겨있다. 특히 연출과 미장센, 사운드까지 완벽한 하모니를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12년전 히틀러와 나치의 마지막을 다룬 독일 영화 '몰락'(Der Untergang)과 비교해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정반대로 다가온다. 가령, '몰락'이 사화산(死火山)이라면 '일본패망하루전'은 휴화산(休火山)을 닮았다.

▲ '일본패망하루전' 육군대신 아나미 코레치카 장군으로 열연한 야쿠쇼 코지 스틸컷 ⓒ시네마 엔터

왜? 이 영화를 봐야할까

누군가 광복절을 앞두고 "왜 하필 '일본패망하루전'이라는 영화를 봐야하는가" 물어본다면, 일본에 대해 그냥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막연함을 버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서다. 또한 지금까지 일본이 외쳤던 세계 평화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상식과 거리가 있다는 걸 이 작품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일본패망하루전'(감독 하라다 마사토)은 19세기말 명치유신 이후 한반도와 동남아, 이어 中대륙을 식민지로 찬탈한 일본의 입장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영화 속 일왕 히로히토(모토키 마사히로)가 말하는 평화는 종전 선언이었고, 훗날 부국강병을 일으키겠다는 복선이 깔려있다. 

스토리를 보면, 오프닝은 1945년 4월 일왕의 뜻을 빌어 42대 총리에 임명된 고령의 스즈키 간타로(야마자키 츠토무)가 제2차 세계대전 A급 전범 도조 히데키(나카지마 슈) 전임 총리(40대)와 군부의 반발에 맞서 항복을 준비한다. 그뒤 영화는 8월 미 연합군의 도쿄 폭격,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로 사면초가에 몰린 일왕 히로히토와 스즈키 내각, 이에 결사 항전을 외치는 日군부 쿠데타까지 보여준다. 

한편, '일본패망하루전'의 원제는 '일본의 가장 긴 하루'(작가 한도 가즈토시)이다. 또한 1967년 거장 오카모토 기하치 감독에 의해 처음 제작됐다. 이 작품은 하라다 마사토 감독에 의해 반세기 만에 등장한 리메이크 작품이다. 1967년 상영된 '일본의 가장 긴 하루'는 외국 평론가들로부터 '군국주의를 희석시킨 영화'라는 비판을 받았던 작품이다.

 

日 국민배우 야쿠쇼 코지, 한국의 국민배우 안성기의 차이가 생각나

11일 국내 개봉한 '일본패망하루전'의 흥미로운 점은 주인공 아나미 코레치카 육군대신을 야쿠쇼 코지가 맡아 열연을 펼친 점이다.

그는 최근 '일본패망하루전' 함께 6년전 '연합함대사령관 야마모토 이소로쿠'(2011)에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하와이 진주만 공습을 주도한 日해군 사령관 야마모토의 일대기를 다룬 바 있다. 야쿠쇼 코지가 열연한 두 장성은 일본에서는 평화를 외치면서 왕명을 받아 전쟁을 펼친 영웅이지만 한국과 주변국에게는 전범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특히 야쿠쇼 코지는 '일본의 안성기'라고 불리울 만큼 일본에서 유명한 국민배우다. 대표작들을 보면, '쉘 위 댄스'(1996), '실락원'(1997), '쥬바쿠'(1999), '도플갱어'(2003), '게이샤의 추억'(2005), '바벨'(2006), '도쿄 소나타'(2008) 등 국내에도 잘 알려진 작품들이 즐비하다. 

그런 면에서 한국의 국민배우 안성기는 야쿠쇼 코지와 분명 다른 길을 걸었다. 기쁜 우리 젊은날, 칠수와 만수,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 남부군, 하얀전쟁, 투캅스, 태백산맥, 인정사정 볼 것 없다, 피아노 치는 대통령, 실미도, 한반도, 화려한 휴가, 부러진 화살 등 그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야쿠쇼 코지와 비교해 소시민과 국가에 대한 세계관이 다른 것 같다. 

▲ 11일 개봉한 '일본패망하루전' 메인포스터 ⓒ시네마 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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