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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박병준 기자
  • 영화
  • 입력 2016.08.03 20:34

[리뷰] 영화 '터널', '하정우의 하드 캐리가 빛을 발한다'

깔끔하게 치명적인 영화가 나타났다

▲ 영화 '터널' 포스터 ⓒ쇼박스

[스타데일리뉴스=박병준 기자] 역시 하정우다. 사람들이 하정우, 하정우 하는 이유를 알게 해주는 영화다. 

영화 '터널'은 지난 2013년 개봉했던 '더 테러 라이브'처럼 한정된 공간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 심리 묘사가 재미의 주가 되기 때문에 배우의 역량이 완성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하정우는 이미 '더 테러 라이브'에서 증명했던 자신의 역량을 '터널'을 통해 '이런 류의 작품'은 대한민국에서 최고임을 또 한 번 증명했다.

무너져버린 터널이라는 특별한 공간 속에서 희망과 절망의 반복을 느끼며 한 사람이 어떻게 변화해가는지, 하정우라는 배우가 아닌 다른 배우가 연기했다면 이 정도까지 짜임새 있는 작품으로 완성될 수 있었을까 싶다.

배우의 연기력에 대한 부분은 영화를 접한다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부분이기 때문에 더 이상의 언급은 불필요해 보이므로 '터널'이 여타의 영화와는 다른 재미를 보여준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 영화 '터널' 스틸컷 ⓒ쇼박스

과거 '2012'나 '딥임팩트', 국내작으로는 '해운대' 등 재난 영화들을 보면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한참 한 후에 재난이 닥쳐온다. 경험하기 힘든 거대한 스케일의 재난을 스크린을 통해 보고자 하는 관객들에게는 이러한 부분이 약간은 지루할 수도, 불필요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터널'은 아주 극초반부터 재난이 닥쳐온다. 그리고 그 재난 속에서 주인공이 겪는 일들, 느끼는 감정이 바로 '터널'이 보여주는 재미요소다. 126분의 러닝타임 중 120분은 재난이 'ing' 상태였다고 느껴질 정도.

또 하나, 재난 영화는 슬픔과 감동을 짜내려는 경향이 많았다. 압도적인 절망 앞에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되는 감동적 요소들을 자연스럽기보다 드라마틱하게 풀어내려했던 작품이 그동안의 재난 영화의 특징이었다면, '터널'은 깔끔, 담백 그 자체다. 3일 오후 시사회에서 '터널'을 감상한 기자의 눈에는 억지로 감동을 이끌어내려한 부분이 단 한 장면도 없다고 보여졌다. 극사실주의라는 단어로 표현하는 것이 어울릴 정도로 '터널' 속 이야기는 쉽게 공감하고 빠져들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 영화 '터널' 스틸컷, 이런 압도적 절망을 눈 앞에서 마주친다면 당신은 어떤 생각이 들겠는가 ⓒ쇼박스

김성훈 감독은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은 겁이 많은 사람이기에 풍자적 장치를 정부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하기 보다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해학으로 받아들여주길 바랐다. 의미부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터널'을 보며 별의별 사건들을 떠올리고 결부시켜 본래의 의도와는 상관 없는 방향으로 이끌어가려 할테지만, 영화 속 풍자적 장치들은 너무나도 사실적이고 직설적으로 정치적 성향에 상관 없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만 했다.

단독 보도, 특종을 위해 사건의 해결에 치명적 장애를 주는 일도 서슴치 않는 언론, 마찬가지로 사건의 해결 보다 자신의 입신양명에 더 큰 무게를 두는 관료, 그리고 마지막으로 안전불감증이 저변에 깔린 사회에 이르기까지 잘못된 걸 알면서도 자신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외면해왔던 우리가 사는 세상의 치부에 대해 '터널'은 속도감을 부여한 채 깔끔하게 이야기를 전달한다.

기자 개인적으로는 '터널'이 '부산행'과 '인천상륙작전'의 인기를 뛰어 넘을 것으로 기대한다.

영화 '터널'은 오는 10일 개봉한다.

▲ 영화 '터널' 스틸컷, 언론에 대한 풍자가 완벽하게(그리고 사실적으로) 담긴 장면 ⓒ쇼박스

박기자의 영화 '터널' 평점
★★★★☆

이런 분에게 강추 : 진짜 재밌는 영화 한 편 보고 싶은 사람

이런 분에게 비추 : 영화를 영화로 보지 않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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