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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6.07.21 08:50

[김윤석의 드라마톡] 원티드 9회 "미디어의 힘, 유명인의 영향력, 모방범죄가 일어나다"

하동민이 감추고 있는 진실, 7년 전 이 모든 일들의 발단이 된 무엇을 향해

▲ 원티드 ⓒS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원티드. 단지 유명하다는 이유만으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 불특정한 다수의 개인들에게 영향을 주기도 한다. 흔히 유명인을 공인이라 부르기도 하는 이유다. 유명인의 사소한 말 한 마디 몸짓 하나에도 쉽게 영향을 받는 대중이 있다. 미디어를 통해서 직접적으로 전달되는 정보의 위력은 막강하다. 어느새 아이를 납치하여 '원티드'를 만들게 한 유괴범의 악의에 전염되는 나타나고 있었다. 얼굴 한 번 나오지 않았어도 자신도 범인처럼 유명해지고 특별해지고 싶다.

어쩌면 범인이 정혜인(김아중 분)을 선택한 이유가 아니었을까. 당장 조연출 박보현(전효성 분)을 구하기 위해 하동민(손종학 분)의 구속적부심을 맡은 판사에게 거래를 제안하고 있었다. 오로지 법리적인 판단에 의해 결정되어야 할 하동민의 구속적부심을 개인의 이유로 이익을 약속하여 받아내려 하고 있었다. 하기는 드라마의 제목이기도 한 극중 생방송리얼리티쇼 '원티드' 자체가 정혜인 개인의 대중적 인기와 인지도에 기대어 만들어지고 방영되고 있기도 했을 터다. 필요하다면 정혜인 자신도 그것을 이용하는데 전혀 주저함이 없었다. 자신도 모르는 과거에 그와 관련한 어떤 기억하지 못하는 사건이 있지는 않았을까.

특별히 뚜렷한 목적이 있어 그같은 범죄를 저지른 것이 아니었다. 그저 막연히 자신들도 유명해져보겠다. 방송을 통해 언급되는 범인처럼 대단한 존재가 되어 보고 싶었다. 막상 하동민의 변호사를 납치한 범인들이 경찰에 잡히고 이유라고 내뱉는 말들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였다. '흙수저'니 '헬조선'이니 '개돼지'니 하는 흔히 회자되는 유행어들이 두서없이 허공에 흩어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나름대로 이유도 있고 명분도 있었을 테지만 미디어는 그런 것까지 모두 보여주지 않는다. 특히 미디어를 대하는 대중은 말초적이며 즉흥적이고 무엇보다 어리석다. 말 그대로 어머니 연우신(박효주 분) 앞에서 아무 생각없이 '원티드'를 따라하는 아이들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다. 작가 연우신이 불현듯 방송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게 된 이유였다.

사람이 자살했다. 다른 사람도 아닌 경찰청장이 방송이 끝나고 방송국 사장 앞에서 스스로 권총으로 목숨을 끊었다. 그래도 방송은 해야 한다. 사람의 목숨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한 사람이 또다시 목숨을 잃었는데도 방송을 계속해야만 하는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가 있다. 이 시점에서 아들 송현우를 찾아야 한다는 정혜인의 목적과 명분은 거의 의미를 잃는다. 벌써 적지 않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고 어쩌면 앞으로도 또다시 희생을 치러야 할 지도 모른다. 물론 정혜인이 의도한 것은 아니다. 방송이 목적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방송이 그같은 끔찍한 죽음들의 계기가 되었다. 이것부터가 비정상이다. 정상을 벗어난 의도가 정상을 벗어난 힘에 기대어 정상을 벗어난 방송을 유지케 한다. 이마저 모방범죄를 저지른 범인들이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느끼고 있던 이 사회의 모순이 아니겠는가.

선택했다. 애국심이라는 말이 참으로 공허하다. 벌써 구정물에 손을 담궜다. 장차 나라를 위해 큰 일을 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과정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자식을 위해 정성을 기울여 요리를 했어도 손에 구정물이 묻은 채라면 차마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이다. 경찰청장으로서 주어진 책임조차 청렴하게 올곧게 원칙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나라를 위해 더 큰 일을 더 잘 맡아서 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일까. 어쩌면 그동안 자신의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하면서 스스로를 정당화하기 위해 찾아낸 핑계에 불과했을지 모른다. 그동안 자신을 치장해 온 거짓들이 하나둘 발가벗겨지는 것을 느낀다. 아버지로서도 경찰청장이라는 직책을 맡은 공인으로서도 그는 존재의 이유를 잃어간다. 가장 부끄럽고 조금의 연민도 일지 않는 자살이었다. 죽음마저 비겁하고 졸렬했다. 우리사회의 자기 자신마저 속이며 그것을 진실이라 여기고 살아가는 수많은 공직자들의 초상과 닮아 있다.

자살한 경찰청장을 대신해 임명된 차장은 SG그룹의 요구를 받아들여 무려 현직 경찰청장이 자살하는 동기를 제공한 방송 '원티드'에 대한 제제를 포기한다. 이제는 전직이 된 고인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원티드'에는 면죄부를 준다. 불우한 환경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불법 임상실험을 반복적으로 저지른 의사 하동민(손종학 분) 자신의 안전을 위해 구속상태를 유지하고자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 방송이 끝나고 세상의 관심이 잦아들면 당당히 무죄로 풀려나게 될 것이다. 과연 누구였을까?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기에 하동민의 구속을 유지해주고 재판에서 무죄로 풀려날 수 있도록 힘써 줄 수 있다는 것일까? 더구나 그런 대단한 사람을 상대로 정혜인에게 알리겠다 협박한 그 진실은 또 무엇이었을까? 7년 전 이 모든 일들의 발단이 된 그 비밀에 대한 궁금증만 더 커져간다. 간질거리며 아직 그 실체를 드러내지 않는다.

어쩌면 경찰이 추측한 대로 '원티드' 제작진 가운데 공범이 숨어있는지 모르겠다. 박보현이 풀려나기까지 범인으로부터 미션이 전달되지 않고 있었다. 그동안 방송국 내부의 사정까지 훤히 꿰뚫고 적절한 순간에 전혀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미션을 전달하던 범인이었다. 미션을 받고 정혜인이 이지은을 만나려 방송국을 출발한 순간 누군가 방송국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있었다. 과연 자살과 범인이 내준 미션과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비밀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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