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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6.07.16 09:19

[김윤석의 드라마톡] 굿 와이프 3회 "아내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이태준의 위험한 실체"

비정상의 현실과 비정상의 정의, 비정상의 가족애, 비정상을 보다

▲ 굿와이프 ⓒtvN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굿 와이프. 모두를 가질 수는 없다. 한 가지를 가진다면 다른 한 가지는 포기해야 한다. 정의인가. 아니면 가족인가. 만일 둘 다 가지려 한다면 그때는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 것인가. 평생을 불의한 권력에 맞서며 살아왔다. 진실과 정의를 지키려는 사람들 편에 섰었다. 어느 순간 자신이 누군가의 남편이고 아버지라는 사실을 잊고 만다. 아내가 사고로 죽었는데 정작 가해자에게 아무 잘못도 없다.

아마 그래서였을 것이다. 물론 오랫동안 변호사로 활동해 왔고 인권변호사로서도 명성이 높았던 만큼 여기저기 알게 모르게 정보원도 적잖이 만들어두었을지 모른다. 아직 남들이 알지 못하는 비밀스런 정보에 어느 정도 접근할 수 있을 정도는 된다. 그리고 그같은 정보들을 토대로 판단한 결과 김혜경(전도연 분)의 남편 이태준(유지태 분)은 무죄일 가능성이 아주 높았다. 고약한 함정에 빠진 것이다. 그만큼 이태준은 지금 아주 위험한 존재와 싸움을 벌이고 있다.

서재문과는 다르게 이태준은 검사로서 자신의 신념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자신의 아내 김혜경과 가족들을 지키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여 오고 있었다. 검사로서 신념을 지키기 위해 위험한 적들과 싸우는 만큼 그들이 자신의 가족들을 노리지 못사도록 필사의 노력을 기울여야만 했었다. 보통의 수단으로는 안된다. 단지 자신의 아내에게 전화했다는 이유만으로 방송에까지 공개된 자신의 내연녀를 납치해서 협박한다. 다시 아내 앞에 나타나면 그때는 죽이겠다. 조용히 떠나라. 분명 합법적인 수단으로 내연녀를 납치했던 것을 아니었을 터다.

어머니의 병까지 알뜰하게 이용한다. 갑작스럽게 쓰러진 어머니를 핑계로 외박을 받아내더니 짧은 외박기간동안 밖에서 처리해야 하는 일들을 충실히 끝내고 돌아간다. 아무도 알지 못한다. 이태준의 배후에도 만만찮은 힘과 세력이 버티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일 것이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악과 타협할수도, 그렇다고 악을 응징하기 위해 가족을 방치할 수도 없다면, 정상적으로는 불가능한 수단으로 가족을 지킬 수 있는 힘을 만들어야 한다. 아내에게 선물하기 위해 목걸이만큼은 거리낌없이 받았다. 물론 목걸이를 받은 대가는 치르지 않았다. 최소한 아내는 기쁘게 해 줄 수 있다.

그래도 오랫동안 세상의 중심에 있었던 이의 마지막 자존심 같은 것일 게다. 어느새 주변으로 밀려난다. 동정과 연민의 대상이 된다. 크고 당당하던 자신 대신 작고 초라한 자신만을 모두가 기억하게 된다. 차라리 죽을 수 없다면 죄인이 되어 모두의 비난과 조롱을 받겠다. 모두로부터 비난과 조롱을 받더라도 여전히 자신은 세상의 중심에 있을 수 있다. 지독한 이기다.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었다. 가족마저 저버린 채 세상의 중심 가직 높은 곳에서 당당히 살아왔었다. 치매를 감추기 위해 차라리 음주운전사고라는 오명을 뒤집어쓰려 한다. 굳이 어렵게 돌아가면서 치매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은 채 자신의 무죄를 밝히려 한다. 그런 서재문을 김혜경은 이해한다.

서중원(윤계상 분)이 냉정해진 이유를 알 것 같다. 그보다 전형적인 엘렉트라 컴플렉스와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의 구도라 할 수 있다. 딸 서명희(김서형 분)는 이해하기 힘든 아버지 서재문의 괴벽까지 모두 받아들이려는 반면 아들 서중원은 어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아버지를 이해하는 것을 포기한다. 아니 적대한다. 하지만 더이상 아버지가 자신의 경쟁자가 아니게 되었을 때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다. 늙고 지친 아버지의 약한 모습을 보고야 말았다. 어쩌면 서중원이 김혜경에게 비정상적일 정도로 집착하는 이유 또한 이와 관계있는 것은 아닐까.

시청자가 추리하기에는 단서가 너무 부족하다. 한 회 안에 하나의 이야기를 끝내야 한다. 경찰이 사고 직전 서재문에 대해 음주측정을 했었는지 시청자가 알 방법은 없다. 하지만 개연성은 완벽하다. 하필 사고가 일어난 장소 근처에 음주측정기를 가진 경찰이 있어서 서재문을 바로 체포했다면 가까운 어딘가에서 그 직전에 서재문에 대한 음주측정이 이루어졌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경찰이 다짜고짜 서재문을 음주운전사고로 몰아 체포하고 수갑까지 채운 이유도 설명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이어주는 고리가 바로 서재문의 치매-알츠하이머다. 치매로 인한 비정상적인 행동이 서재문을 음주운전이라 여기게 하고, 서재문 자신도 논리적 대응을 못하게 만든다.

어느 정도 이태준의 진심은 김혜경에게 받아들여졌다. 서재문의 조언을 받아들인다. 남편의 내연녀로부터 다시 아내인 자신의 앞에 나타나면 죽여버리겠다 협박받았다는 말까지 듣는다. 나름대로 내연녀는 이태준에게 조금이라도 앙갚음하기 위해 그런 말을 한 것이겠지만 최소한 이태준은 아내인 자신을 위해 내연녀인 그녀를 죽이려 하고 있었다. 무언가 꼬여있다. 하지만 어차피 현실 자체가 정상은 아니다. 다시 한 고비를 넘기고 한 단계 성장한다.

과연 서재문의 말이 사실이라 했을 때 그렇다면 이태준을 함정에 빠뜨린 배후의 거대한 힘은 누구일까? 이태준이 한때 감사를 통해 한직으로 내몰았던 검사장 최상일(김태우 분)이 선두에 서고 있다. 한 편으로 감옥 밖에서 여전히 이태준을 돕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불법적인 일에까지 이태준에 협력하고 있다. 진실은 무엇인가. 김혜경은 여전히 자기 갈 길을 간다. 언젠가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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