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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6.07.15 07:46

[김윤석의 드라마톡] 원티드 8회 "방송의 진실과 인간의 진심, 무심히 바라보다"

여섯번째 미션과 경찰청장의 진실, 무너지는 이유

▲ 원티드 ⓒS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원티드. 방송은 결코 진실을 보여주지 않는다. 진실이라 주장하고 싶은 무언가를 보여줄 뿐이다. 결국 '원티드'도 방송이었다. 20%가 넘는 시청률을 유지해야 하고, 유괴범이 약속한 10번의 미션이 다 끝날 때까지 절대 중단되어서는 안된다. 그를 위한 필사적인 노력들이다. 헤집고 뒤지고 속이고 속으며 거래하고 타협한다. 어느새 타인의 눈물에마저 무심해지고 만다.

어디까지 진실이고 어디까지 거짓일까? 어디까지가 진심이고 여기까지가 연기일까. 오랫동안 세상으로부터 감춰온 자신의 딸 앞에서 허물어지는 경찰청장의 모습은 마치 한 편의 우화와도 같다. 장차 더 큰 꿈을 이루어야 하는 입장에서 부정으로 태어난 딸의 존재를 지워야 한다. 부정해야 한다. 그러나 한 편으로 아버지로서 갑작스럽게 나타난 자신의 딸 김소현을 경찰청장은 나름대로 사랑했을 것이다. 그러니 굳이 송정호(박해준 분)에게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면서까지 김소현을 도와줄 것을 부탁했던 것이기도 했을 터였다. 

딸의 존재를 부정한 것도 그 순간 경찰청장에게는 진심이었다. 진실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딸의 눈물을 보는 순간 이번에는 아버지로서의 진심이 그를 짓누르기 시작한다. 딸을 부정한 순간 아버지로서의 자신마저 부정한 것이었다. 허물어지고 만다. 마치 빈 껍질처럼 그대로 무너지고 만다. 과연 이 가운데 진짜 진심을, 진실을 구분하는 것이 가능하기는 한가. 경찰청장의 요구대로 '원티드'의 방송중단을 선언하고, 이번에는 다시 정혜인의 노력으로 경찰청장을 함정에 빠뜨리며 아내와 아들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연기한다. SG그룹의 차남이 직접 송정호를 불러 제안하고 있었다. 마치 짜기라도 한 듯 주위의 상황들이 그의 진심을, 진실을 만들어간다. 그래서 그런 것들이 모두 만들어진 거짓이었던 것일까.

정혜인의 방송이었다. 마치 작가처럼, 감독처럼 그렇게 자신이 자신의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었다. 그 순간 정혜인은 PD 신동욱(엄태웅 분)과 닮아 있었다. 시청률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신동욱처럼 아들을 찾기 위해 타인의 마음을 아무렇지 않게 이용한다. 아버지로부터 부정당하고 무너진 채 눈물을 흘리는 김소현을 보면서도 정혜인의 표정은 무심하기만 하다. 아무 감정도 감동도 느껴지지 않는다. 무기물의 무채섹의 세계다. 어차피 대중은 진실을 원하지 않는다. 단지 진실이라 믿고 싶은 무언가를 원할 뿐이다. 자신에게는 잃어버린 아들을 찾기 위한 절박한 발버둥이 누군가에게는 그저 흥미로운 유희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진실이 사라진 세계에 진심이란 사치다. 불협화음이다.

끊임없이 아들을 찾기 위한 정혜인의 절박함이 주위의 무심함과 대비된다. 각자 나름의 이유들이 있다. 경찰로서, 방송PD로서, 작가로서, 혹은 방송국 임원으로서 자기만의 추구하는 진심이라는 것이 있다. 대중의 무심함과 만난다. 그저 한낱 흥밋거리로 방송을 소비하는 이름조차 없는 대중과 이야기를 나눈다. 철저히 타인과 자신을 분리한다. 자신마저 자신으로부터 유리시킨다. 그저 자신마저 방송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자신의 존재, 자신의 진심과 진실마저 아들을 찾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그 철저한 고독과 고립을 연기한다.

미션 자체는 이제까지 가운데 가장 허술한 편이었다. 오미옥(김선영 분)의 말처럼 살해당한 조남철이 경찰에 체포되어 호송당하던 도중 탈출한 것으 이후의 모든 계획을 일그러뜨려 놓았는지 모른다. 경찰청장이야 말로 7년 전 나수현의 형 나재현의 실종을 덮도록 지시한 장본인이었다. 경찰청장마저 7년 전 사건과 관계가 있다면 죽은 박세영과 감옥에 있는 이지은은 어떤 이유와 동기로 이번의 계획에 동참하게 되었던 것일까. 송정호의 의도 아닌 의도로서, 진심 아닌 진심에 의해 허무하게 경찰청장은 자신의 모든 치부를 드러내고 만다. 심판당하고 만다. 방송은 남았고 이제 다음 미션만 준비하면 된다. 송정호의 방으로 뛰어들어간 차승인(지현우 분)의 앞에 무언가 놀라운 것이 기다리고 있었다.

정혜인의 변신이야 말로 가장 주목할 만하다. 어머니는 역시 강했다. 아들을 되찾아야 한다. 유괴범으로부터 아들을 돌려받아야 한다. 마냥 주위에 기대며 안타까운 모습만 보여주던 그녀가 어느새 냉정하게 주위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마치 아들을 찾기까지 인간 정혜인은 없다 선언하는 것 같다. 김아중의 연기와 존재감이 확실한 중심을 잡는다. 방송을 지켜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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