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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박병준 기자
  • 영화
  • 입력 2016.07.14 14:12

[리뷰] 영화 '부산행', 우려했던 것보다 깔끔했던 '한국판 월드워Z'

한국인 입맛에 맞게 잘 짜여진 한국판 좀비물의 완성형

[스타데일리뉴스=박병준 기자] 게임 '바이오 하자드'를 아주 좋아했던 기자는 당연하게도 좀비물 영화를 매우 좋아한다. 그렇기에 '부산행'에 대해 많은 기대를 갖고 있었고 그와 비례하게 우려 또한 갖고 있었다. 좀비라는 존재 자체가 '서양 문물' 같은 성격이 컸기에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었다. 그러나 '부산행'은 우려했던 것보다 깔끔한 한국판 좀비물의 완성형을 보여줬다. 

▲ 영화 '부산행' ⓒNEW

좀비의 무서움이란 무엇인가. 바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개체량이다. '물리면 좀비가 된다'라는 명제는 좀비를 퇴치하기 보다 더 이상 좀비의 수를 늘리지 않아야 한다는 절대적인 절망감이 희망의 한 줄기 빛조차 볼 수 없게 만든다. '부산행'은 이런 기본적인 좀비물의 특성에 '열차'라는 특수한 공간으로 막연한 희망조차 꿈꾸길 거부한다.

두 사람이 동시에 지나기도 어려운 길 좌우로 좌석이 장애물처럼 자리 잡고 있는 좁은 객실, 시속 300km로 달리는 열차에서는 뛰어내릴 엄두조차 나질 않는다. 그런 장소에 좀비들이 몰려온다면 당신은 어떤 감정이 들겠는가. 절망과 공포만이 객실을 가득 채울 것이다.

이런 절망 속에서 가족, 사랑, 우정 같은 희망을 대변하는 단어들이 이야기를 극적으로 만드는 '부산행'이다. 딸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버지, 임신한 아내를 위해 사지로 뛰어드는 남편, 서로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풋사랑 학생들, 그리고 할머니들의 우정 등 단순히 먹고 먹히는 세상이 아니라 절망 속에서 살아나려는 의지와 희망이 대비되면서 관객들은 스크린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

▲ 좀비도 두려워 할 마요미의 포스, 영화 '부산행' 스틸컷 ⓒNEW

특히 기자가 '부산행'을 보며 감탄을 했던 부분은 이야기에 빈틈이 없다는 것이다. 최근 화제가 됐던 영화 '곡성'에서는 뜬금 없는 좀비 등장신과 '남극의 눈물' 보다 슬픈 아쿠마의 눈물 등 영화를 다 본 후에도 이해가 되지 않는 장면이 발생했다. 물론 어떻게 의미부여하느냐에 따라 이야기를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분명하게도 이야기가 락스 청소한 양변기처럼 매끄럽게 넘어가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부산행'은 디테일한 부분 하나하나까지 단 한 순간의 노이즈도 없으려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왜?' 라는 물음 자체를 연상호 감독은 허락하지 않은 것 같다. '어라?' 하는 궁금증이 생길라치면 이를 해소시키는 장면이나 장치를 바로 보여준다. 사람이 계속 죽어 나가는 좀비물이지만 깔끔하고 개운하게 영화를 즐길 수 있는 건 이런 장치가 큰 역할을 한다.

▲ 영화가 개봉한 뒤 가장 극찬을 받을 자격이 있는 배우 김의성, 영화 '부산행' 스틸컷 ⓒNEW

'좀비물'이라는 장르는 B급으로 분류되기는 한다. 엄청난 스토리와 반전이 숨어있는 스릴러물에 초호화 캐스팅을 하더라도 그 안에 좀비가 끼면 B급 영화라는 이미지가 살짝 모습을 드러낸다. '익스펜더블'이 실베스터 스텔론, 제이슨 스타뎀, 이연걸, 웨슬리 스나입스, 아놀드 슈왈제네거, 해리슨 포드, 안토니오 반데라스, 론다 로우지 등 초호화 캐스팅을 했지만 스토리가 약한 돈 터지는 코믹 액션물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처럼, '트로픽 썬더'가 벤 스틸러, 잭 블랙,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스티브 쿠건, 토비 맥과이어, 톰 크루즈 등 어디서나 대작 주연을 할 수 있는 배우들이 모였지만 B급 코믹 액션물로 치부되기도 하는 것처럼 좀비물은 B급이라는 인식이 크다.

하지만 '부산행'은 출연 배우들을 평가절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초호화 캐스팅'은 아니다. 엄청난 출연료를 받는 배우들이 총출동 하는 영화는 아니지만, 게다가 좀비가 미쳐 날뛰는 영화지만, '부산행'은 B급이 아니라 A급 영화라 불려야 한다고 생각될 정도로 잘 만들어진 작품이다.

영화 '부산행'은 오는 20일 개봉된다.

박기자의 영화 '부산행' 평점
★★★★

이런 분에게 강추 : 극장에서 2시간 정말 재미나게 즐기고 싶은 사람

이런 분에게 비추 : '어차피 마동석이 다 때려잡겠지' 라는 생각으로 접근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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