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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6.07.13 08:25

[김윤석의 드라마톡] 닥터스 8회 "수술보다 어려운 사람의 관계, 잠시 숨을 돌리다"

사랑도 미움도 분노도 원망도 결국은 사람의 마음에서

▲ 닥터스 ⓒS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닥터스. 당연히 안다고 생각한다. 모를 수 없다. 자연스러운 것이다. 기쁘면 웃는다. 슬프면 운다. 화나면 화내고 미우면 미워한다. 좋아하면 다가가고 싫어하면 멀어진다. 하지만 때로 그런 사실마저 혼란스럽다. 무엇이 기쁜 것이고 무엇이 슬픈 것인가. 화내는 것은 어떻게 하는 것이도 미워하는 것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 다가가고 멀어지는 것은 또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과연 자신은 아버지를 미워하는가. 아직 어린 자신을 그런 식으로 버리고 방치했던 아버지를 지금도 원망하고 있는 것인가. 미움이나 원망과는 또다른 무엇은 아니었을까. 몇 번이고 곱씹어왔었다. 생각날 때마다 다짐해 왔었다. 아버지를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 지금까지처럼 아버지 없이 혼자서 살아가겠다. 그러나 정작 아버지를 다시 만났을 때 자신의 안에서 일어나고 있던 감정은 그동안 자신이 생각해 온 것과 상당히 다른 것이었다. 이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과연 자신은 누군가를 사랑하는가? 얼마나 어떻게 사랑하고 있는가? 그러면 그 사랑을 이루기 위해서는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만 하는가? 백 명의 사람이 있으면 그 백 명의 사람에게 사랑이 모두 다르다. 사랑하는 상대도, 사랑하는 정도도, 사랑하는 방법 역시 모두가 다를 수밖에 없다. 정답은 없다. 자기 나름대로 사랑해야 한다. 필사적으로 머리를 쥐어짜고 자신을 다잡으며. 누군가는 성공하고 때로 누군가는 실패한다. 그래서 로맨스라는 것도 있다. 사랑에 성공한 사람과 사랑에 실패한 사람 모두가 로맨스의 주인공들이다.

닥터스 유혜정(박신혜 분)이 울음을 터뜨리고 만 이유였다. 진서우(이성경 분) 역시 그래서 혼자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도무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눈앞에 아버지가 있다. 그토록 원망스럽던 아버지가 있다. 계속해서 아버지를 원망해야만 하는 것인가. 미워해야만 하는 것인가. 아니면 용서해야 하는 것인가. 용서한다면 어떻게 용서해야 하는 것인가. 화해하고 나면 그동안 자신의 시간 속에 쌓인 원망과 미움들은 어디로 가게 되는 것일까. 아버지라며 딸이라며 가족이기를 다그치는데 아직 유혜정은 그런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서성이고 있다. 방황하고 있다. 쭈삣거리며 문앞에서 머뭇거리고 있다. 미운 것이 아니다. 그저 지금의 상황이 낯설고 어색해서 그런 것이다. 아무것도 선택하거나 결정할 수 없다. 감당할 수 없는 압력에 그녀는 끝내 견디지 못하고 만다.

진서우는 정윤도(윤균상 분)를 사랑한다. 그러나 정윤도는 진서우를 사랑하지 않는다. 다른 여자를 사랑한다. 하필 고등학교시절부터 신경쓰이던 유혜정에게 마음을 주고 있었다. 차라리 포기라도 쉬우면 마음이 편하다. 원망할 수라도 있으면 고민할 것도 없다. 애써 자신을 버리고 떠난 남자를 위해 아버지와 할아버지 앞에서 그의 변호를 해준다. 어차피 자신을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인데 지금 여기서 자신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렇게 답이 쉽게 나온다면 세상에 사랑때문에 우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아마 이상적인 사랑을 꿈꾸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상적인 가족을 그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홍기홍(김래원 분)은 현실에 산다. 그래서 그는 어른이다. 그 이상을 기대하지 않는다. 그 이상을 애써 꿈꾸지도 않는다. 딱 자신에게 주어진 만큼이다. 어쩌면 의지할 곳 없는 고아에서 입양되었던 과거가 영향을 주었을 수 있다. 사랑하면서도 적당히 거리를 두고, 간절히 원하면서도 더이상의 거리를 애써 좁히지 않는다. 유혜정에 대해 상당히 집착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면서도 의외로 드러난 모습은 담백하다. 설사 유혜정에게 거절당하더라도 잠시 마음은 아프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훌훌 털고 다시 일어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에 비하면 단호한 만큼 정윤도의 유혜정에 대한 감정 역시 불안하게만 보인다.

정답이 없는 숙제다. 평생을 두고 풀어야 할 문제들이다. 하루아침에 풀리지는 않는다. 자신의 마음을 알았다고 바로 유혜정과 아버지 유민호(정해균 분)가 화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끊임없이 노력하며 시도해간다. 시행착오도 거치며 한걸음씩 앞으로 나간다. 수술은 그에 비하면 일사천리다. 드라마는 수술실이 아닌 수술실 밖에 있다. 수술실 밖의 군상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바로 드라마다. 별다른 위기 없이 수술이 끝난 자리에 다시 사람들의 아직 못 다 한 이야기들이 처음처럼 이어진다. 병원을 둘러싼 욕망들의 의지는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현실과 꿈의 경계에서 끝없이 발버둥친다.

하나의 숙제가 끝나기도 전에 정윤도를 위해 새로운 숙제가 시작된다. 하필 진서우를 거절하고 돌아선 정윤도의 눈에 홍지홍과 함께 회식자리에서 빠져나가는 유혜정의 모습이 보인다. 홍지홍과 함께 어느때보다 밝게 해맑게 웃고 있었다. 정윤도가 견뎌야 하는 시련이다. 어쩌면 보답받지 못할지 모르는 사랑이다. 이미 낮에 고백까지 하고 난 뒤였다. 위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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