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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문지훈 기자
  • 이슈뉴스
  • 입력 2016.07.12 00:02

[리뷰] '에드거 앨런 포', 이토록 아름다운 비운의 천재여

▲ '에드거 앨런 포' 포스터 ⓒ쇼미디어그룹

[스타데일리뉴스=문지훈 기자] 천재와 비운은 떼 놓을 수 없는 관계인 건가. ‘미국의 셰익스피어’라는 수식어를 가진 에드거 앨런 포지만, 그는 불우한 어린 시절, 순탄하지 못한 사랑, 라이벌의 시기와 질투, 정신 착란 등 어두운 상황과 내면세계에 둘러싸여 지내다 생을 마감했다. 심지어 죽음에 대한 많은 부분도 미스터리하다. 삶은 베일에 싸였지만 창작 욕구, 연인에 대한 열정은 누구보다 아름다웠다. 불꽃 같은 인생을 살았던 에드거 앨런 포. 이런 포의 삶을 뮤지컬 ‘에드거 앨럼 포’는 한국의 작은 무대에 그대로 재현해냈다.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는 추리소설 ‘셜록홈즈’의 탄생에도 영향을 미칠 정도로 놀라운 재능을 가진 미국 문학의 대가 에드거 앨런 포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 '에드거 앨런 포' 스틸컷 ⓒ쇼미디어그룹

이 작품이 집중해서 보여주려는 것은 주인공 에드거 앨런 포의 내면세계와 그것을 둘러싼 바깥 세계의 모습. 또한 선인을 대표하는 포와 악인을 대표하는 그리스월드의 대립, 그들 각각의 가치관이 깃든 작품세계의 대립도 포인트다. 이를 부각하기 위해 중요한 건 구구절절한 설명이 아닌 배우들의 표현력, 음악과 무대 연출, 개연성 짙은 스토리라인 등이다. 

에드거 앨런 포 역을 맡은 마이클 리는 앞서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노트르담 드 파리’ 등에서 뛰어난 가창력을 과시해 온 뮤지컬 스타다. 그는 작품 창작의 설렘, 사랑에 대한 열정을 표현하는 것에서부터 나락으로 떨어지며 느끼는 패배감까지, 모든 장면에서 극적인 감정을 리얼하게 표현해냈다. 극을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며 감정선을 조절하는 능력도 탁월했다. 하지만 대사를 소화할 때의 어투나 발음이 어색해 몰입에 방해가 되기도 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그가 ‘갈가마귀’를 대중 앞에서 암송하는 부분. 기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까마귀 영상과 마이클 리의 잔잔한 음성이 어우러졌다. 이는 포 인생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모습을 표현하며 보는 이들이 극의 방향을 상상하게 만든다. 

극중 포와 ‘투톱’ 체제를 형성하는 그리스월드 역을 맡은 정상윤은 강렬한 카리스마를 지닌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에드거 앨런 포’의 고음역대는 그리스월드 대부분 담당한다. 정상윤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파워풀한 고음을 내질러 그리스월드의 질투와 야망을 극에 녹여 냈다. 주인공 못지 않은 존재감을 과시한 그리스월드였다. 

음악 연출은 흠 잡을 데 없었다. 록부터 컨츄리 곡, 발라드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상황에 적절하게 연출돼 몰입도를 상승시켰다. 의도한 것인지, 오케스트라와 음악감독의 모습이 관객의 눈에 잘 띄어, 그들이 배우들과 함께 호흡한다는 느낌을 주어 색달랐다.

▲ '에드거 앨런 포' 스틸컷 ⓒRang

안타깝게도 스토리라인의 개연성이 완벽하게 탄탄하지는 않았다. 장면과 장면을 매끄럽게 이어주는 힘이 부족했다. 섬세한 예술인인 포가 아내 버지니아와 사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첫사랑 엘마이라와 키스하고 사랑을 약속하는 장면에서, 포의 감정선을 따라가기가 버거웠다. 후반부 마무리도 급박한 느낌을 줬다. 미스터리한 죽음을 맞는 포이지만 조금 더 극적인 설명을 가미했다면 짜임새가 더욱 탄탄했을 것이다.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 오는 24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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