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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6.07.10 08:23

[김윤석의 드라마톡] 굿와이프 2회 "절반의 승리, 성장, 그리고 이태준의 큰그림"

최소화된 디테일과 농축된 재미, 그리고 조금씩 드러나는 스케일의 묘미

▲ 굿와이프 ⓒtvN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굿와이프. 어쩌면 분노였을 것이다. 분명 성폭행이 있었고 그 피해자가 눈앞에 있는데 자신의 사소한 실수로 인해 고작 무고죄가 아니게 된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 처지가 되어 버렸다. 그조차도 고마워하는 의뢰인을 보며 무력감과 더불어 자신에 대한 실망감을 느낀다. 어떻게든 의뢰인을 위해서라도 진실을 밝여야겠다. 그토록 원망하던 남편 이태준(유지태 분)의 힘을 빌려서라도.

언제 남편을 알았느냐는 김혜경(전도연 분)의 물음에 한 번도 본 적 없다는 의뢰인 이은주(엄현경 분)의 대답은 과연 사실이었을까? 그러나 사건을 맡고 김혜경이 남편 이태준(유지태 분)를 찾아가 만났을 때 이태준은 분명 자기가 이은주에게 김혜경을 추천했노라 말하고 있었다. 분명 김혜경 자신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남편 이태준이 아내가 화낼 것을 뻔히 알면서도 거짓말을 했다는 것일까? 아니면 이은주가 자신을 도와준 변호사에게 일부러 사실과 다른 대답을 들려주었다는 것일까? 분명한 것은 지금 이 대답이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 오히려 조금이나마 상처를 아물게 하는 정답이었다는 것이다. 사실이 항상 진실인 것은 아니다.

그래서 김혜경도 이태준의 도움을 받기 위해 기꺼이 그가 있는 감옥까지 직접 찾아갔던 것이었다. 항상 사실만이 진실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오로지 정도만을 걸어서 진실에 다가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미디어를 통해 유포된 이태준의 동영상을 비로소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해서 들어보고 있었다. 이태준의 방식이었다. 진실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진실을 밝히고 범죄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주위의 어떤 비난도 공격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어쩌면 동영상의 대화에서 부부만이 알 수 있는 어떤 단서같은 것을 찾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용서하지는 못해도 다시 그를 찾아가서 무언가를 부탁할 수 있을 정도의 흔적을 발견한 것인지도 모른다.

김혜경이 이태준의 도움으로 성폭행의 가해자인 재벌 3세 정한욱에게 크게 한 방 먹이는 순간 거꾸로 이태준은 무일그룹의 변호사를 만나 정한욱을 돕는 대가로 그들과 손을 잡으려 하고 있었다. 어쩌면 이것까지 이태준이 그린 큰그림 안에 포함되어 있었는지 모른다. 김혜경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이은주를 이용해 정한욱을 곤란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정한욱이 곤란해지면 무일그룹은 움직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무일그룹이 손을 내밀어야 한다면 대상은 자신밖에 없다. 변호사의 말처럼 이태준을 지금의 막다른 상황으로 내몰았던 많은 증거와 증인들이 무일그룹의 관리 아래 놓여 있었다. 이태준이 무일그룹의 제안만 받아들이면 그것들을 모두 없었던 것으로 만들어 줄 수 있다. 확실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다음은 무엇일까? 이태준의 방식이 그다지 신사적이지 않다는 것은 이태준에 대한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차장검사 최상일(김태우 분)의 대사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다. 무언가 재미있는 것이 저 밑바닥에서 꿈틀거리고 있다.

사건 자체는 매우 명쾌하다. 디테일을 쫓느라 지루하게 시간을 끄는 법이 없다. 핵심만 정확히 짚고서 넘어간다. 어떤 부분이 쟁점이고, 유리한 결론을 내리도록 하기 위해서는 당장 자신들에게 무엇이 필요한가. 의도적으로 검찰의 입장은 배제한다. 너무 번작스럽다. 무일그룹의 움직임 역시 최소화한다. 의뢰인 이은주와 변호사 김혜경의 움직임만 뒤쫓아도 그런 것들은 얼마든지 짐작할 수 있고 추측할 수 있다. 크게 다르지도 않다. 하나의 사건이 해결되고 그를 통해 전개되려는 이야기에만 오로지 집중한다. 확실히 원작인 미국드라마의 특징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장점으로 극대화하는 부분일 것이다. 한 편으로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드라마에 녹아들게 한다. 그 순간 오로지 김혜경이 되어 있는 전도연의 연기는 굳이 말하는 것으 무의미할 정도다.

화려한 외모 만큼이나 화려한 변신을 보여주는 김단(나나 분)의 캐릭터는 아이돌출신이라는 화제성을 배제하더라도 무척 흥미로운 것이었다. 어쩌면 악역이 더 어울릴 법한 화려한 외모와는 다르게 무척이나 성실하다. 그러면서 어떤 비밀을 뒤에 감추고 있는 것 같다. 이태준을 배신한 후배검사 박도섭(전석호 분)과 상당히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며 그로부터 usb까지 넘겨받고 있었다. 최상일의 과민한 우려가 어쩌면 사실일지도 모른다. 김단이 보여주는 의외의 활약을 기대하게 된다. 15년간 전업주부로서 세상과 단절되어 살아왔던 김혜경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조력자다.

오랜만에 만난 옛학과 후배이자 연수원동기 서중원(윤계상 분)은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변호사의 일은 의뢰인에게 돈을 벌어주는 것이고, 변호사의 일의 보람은 재판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그동안 무엇을 보고 무엇을 겪어왔던 것일까. 그럼에도 언제나 자신의 의견이 다를 때도 김혜경의 입장만을 최우선으로 존중하며 끝까지 가까이서 도우려 애쓴다. 순수한 우정일 수도 있지만 사람의 상상이란 항상 그 이상을 기대하게 만든다. 마침내 김혜경이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던 눈물을 서중원의 어깨에 기대어 흘리고 만다. 김혜경이 자신의 어깨에 기댔듯 서중원 또한 그녀에게 기대고 싶은 것이 있지는 않을까. 순수함과 노회함의 경계를 눈빛으로 보여준다. 못된 호기심을 자극한다.

MJ로펌의 두 공동대표 서중원과 누나 서명희(김서형 분), 한참 까마득한 나이의 입사동기이자 경쟁자 이준호(이원근 분) 등 출연자는 많지 않지만 분량과는 상관없이 하나하나가 무척 탄탄하다. 모두 자기만의 자리를 가지고 있다. 주인공 김혜경이 마음껏 움직일 수 있는 무대가 되어준다. 작지만 디테일하다. 굳이 스케일을 키울 필요 없이 완결된 세계를 만든다. 집중한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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