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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6.07.01 06:53

[김윤석의 드라마톡] 원티드 4회 "하나의 죽음과 또 하나의 진실, 유괴범의 의도가 드러나다"

죄를 벌하는 죄와 그 죄를 쫓는 모정, 모순의 정의와 악

▲ 원티드 ⓒS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원티드. 유괴범의 의도가 비로소 조금씩 명확해진다. 오미옥(김선영 분)의 지나가는 듯한 분석이 곧 작가의 의도였을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유명배우를 통해 사회의 암적 존재들을 고발하고 처벌하는 생방송쇼를 만들어 모두가 보게 하겠다. 다만 그 족적이 망상적 정의감인가, 아니면 복수심인가 지금으로서는 매우 모호하다.

과연 누가 주모한 것인지 지금으로서 알 방법은 없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혼자가 아니다. 최소한 공범이 아주 많다. 그것도 자발적인 동기로 참가한 이들이다. 당장 정혜인(김아중 분)의 아들 송현우가 유괴될 당시 마지막으로 보았던 스토커 박세영이 자살하고 송현우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냈던 인터넷BJ가 경찰에 자수했는데도 이제 겨우 생방송 '원티드'는 2회가 지났을 뿐이었다. 앞으로 8회가 더 방송되어야 하는데 이들 없이도 미션을 전달하고 지금까지 패턴대로라면 사람까지 해쳐야만 한다. 벌써 또 한 사람의 희생자가 범인이 보내온 주소에서 발견된 듯하다. 도대체 앞으로 몇 명이 더 있는 것일까.

가끔 뉴스를 보다 보면 본능처럼 그런 생각이 스쳐지나가고는 한다. 세상을 어지럽히는 저 부정하고 불결한 것들을 당장에라도 어떻게 해버렸으면 좋겠다. 때로 분노와 슬픔이 깊어지면 생각은 더 극단으로 치닫기도 한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한 번 쯤 그런 상상을 해보았을 것이다. 나에게 그런 힘이 있다면. 나에게 그런 능력이 주어진다면. 그러나 상상은 상상일 뿐이고 망상은 단지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 다시 돌아온 현실은 법과 정의와 양심과 상식이 지배하는 실제의 세계다. 그러나 만약 누군가 그같은 망상을 실제 현실로 옮기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면. 로빈후드도 임꺽정도 당시에는 고작 체제와 질서를 어지럽히는 도적떼에 지나지 않았다. 단지 사람들이 부르기를 의적이라 따로 구분해 부를 뿐이다.

과연 죽어 마땅한 죄였는가. 그것은 알 수 없다. 누구도 생명의 무게를 객관화할 수 없다. 다만 결국 경찰에 체포되어서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풀려나고 있었다. 아무 처벌도 받지 않고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고 있었다. 법이 처버랗지 못한다면 그때는 누가 그들을 막아서야 할까? 가정폭력에 이어 이번에는 아이들을 상대로 한 불법 임상실험이다. 고마운 선생님이라며 굳이 살인자로 몰린 소아과병원 원장 하동민을 변호하는 인터뷰까지 했던 한 아이의 어머니의 절규가 차라리 허망하기까지 하다. 여전히 믿었고 그를 존경했고 그러나 결국 진실이 밝혀진 뒤에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누가 그들을 처벌할 것인가.

그럼에도 범죄는 처벌받아야 한다. 한 아이를 납치했다. 그 부모를 협박했다. 벌써 최소한 두 사람을 살해했다. 죄가 죄를 쫓는다. 그 죄를 다시 사회의 질서와 정의를 지키는 경찰과 아이를 되찾고자 하는 한 어머니가 뒤쫓는다. 더 어둡다. 더 음습하다. 악을 응징했는데 통쾌하기보다 막힌 듯 답답함만이 남는다. 마냥 응원하기에는 그들이 저지른 죄가 너무 크고 너무 깊으며, 그저 악으로만 여기기에는 그들의 동기에 공감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들이 그렇게까지 나서야 하는 이유가 또다른 반전이 되지 않을까. 모두가 관계되었다. 어쩌면 방송과 관련된 모두가 이와 연관되었는지 모른다. 의외의 진실이 밝혀질 수 있다.

정혜인의 매니저 권경훈(배유람 분)이 혼자서 아무도 모르게 빠져나와 누군가를 폭행하고 있었다. 표정이 분노에 가득차 있었다. 계속 가장 의심가게 행동해왔던 인물이다. 유괴범이 하종민을 지목하고, 하종민이 자신을 협박하던 간호사를 청부살해하려 하고, 하필 그 직전 이지은이 그 정보를 정혜인에게 전하고, 겨우 살아난 간호사는 하종민의 죄를 입증할 결정적인 증거와 증언을 내놓는다. 모든 것이 의심스럽다. 심지어 아이를 잃은 어머니 정혜인조차. 

방송이니까. 방송을 위해서. 한 편으로 미디어의 생리를 고발하기도 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아이를 잃고도 아이를 죽음으로 몰아간 이를 위해 시위에 나섰던 한 어머니의 절망마저 카메라에 담는데 급급하다. 사람들은 진실을 바라지 않는다. 진실이라 믿고 싶은 것만을 진실이라 여기며 쫓을 뿐이다. 개인의 명예를 위해서. 성취욕을 위해서. 돈을 위해서. 기회를 위해서. 지나치게 의도적으로 인물들의 구성도 다양하다.

방송으로 인해 살인까지 일어났다. 정확히 방송을 이용하려던 범인에 의해 다시 한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적나라하게 보여지는 현실들이 필자라도 시청률 20%에 일조하고 싶어질 정도다. 프로그램의 선정성마저 정혜인이라는 모성에 가리고 만다. 의도적이다. 범인이 정혜인에게 방송을 강요하는 이유다. 세상에 진실은 없다. 말하고 싶을 것이다. 묵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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