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에릭, “박도경과 같은 점? 사라지는 것에 대한 트라우마”
[스타데일리뉴스=설정미 기자] 끊임없이 쏟아지는 질문에도 막힘없이 대답하던 에릭, 누구보다 드라마 속 박도경이라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시청자들이 궁금했을 법한 이야기를 직접 하나하나 집어주는가 하면, 본인이 이해하고 받아들인 박도경을 설명해주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드라마를 사랑하는 시청자들에게 이게 답이야 하고 드라마의 다양한 해석을 차단하는 것 같아 조심스럽게 말을 아끼기도 했다.
캐릭터에 대한 본인의 깊은 이해와 연구로 인해 드라마 ‘또 오해영’ 속 박도경의 캐릭터가 시청자들에게 에릭이라는 배우의 새로운 매력을 보게 하지 않았나 싶다.
인터뷰 내내 그는 이번 드라마로 인해 아주 행복한 사람 같았다. 끊임없이 함께 했던 배우들을 칭찬하는가하면, 자연스럽게 그들과 있었던 에피소드를 들려주기도하고, 촬영 감독님과 스텝들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13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10편 넘는 작품 속에서 연기한 에릭에게도 이번 드라마는 매우 남다를 것처럼 보였다.
- 드라마의 주된 시청층이 20,30대다. 신화 팬들 역시 20,30대 층이 많은데 어렸던 팬들이 지금의 드라마 시청연령층으로 자란 셈인데 감회가 다른가?
“딱히 한정 되어있는 건 아니다. 드라마 ‘또 오해영’은 어린친구부터 부모대 나이까지 재밌게 볼 수 있는 드라마였다. 어머니 친구분들도 굉장히 팬이 돼서 물어봤다. 다양한 연령대에서 사랑받을 수 있는 작품을 언제 할 수 있을까 싶다. 그런 작품을 해서 좋다.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남녀의 사랑은 항상 해왔던거라 얼마나 더 새로울까 싶었는데 해영이 가족이야기가 있었다. 응답하라같이 짠한 가족코드. 대본 느낌대로만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김미경, 이한휘 선배님이 대본 이상으로 잘 표현해주셨다.”
- 드라마에서 공감했던 부분은?
“가장 이야기가 많았던 부분을 이야기하자면, 차로 한태진을 들이 박는 씬. 이 장면의 경우 99.9% 박도경이 나쁜놈이다. 도의적으로도 박도경이 잘못한 거다. 하지만 여러 사람한테 좋은 사람이 되느냐, 내가 사랑한 사람한테 완벽한 편이 되느냐의 문제다. 도경이는 자기가 죽을 걸 알고 목숨을 걸고 해영이를 사랑했다. 해영이에게 상처를 준 한태진의 차를 들이 박는 씬은 그런 여자한테 완벽한 편이 되어 줬기 때문에 공감이 됐다.”
- 연애할 때 에릭이 더 멋있나 박도경이 더 멋있나?
“비슷한 것 같다. 아니, 도경이가 더 멋있다”
- 박도경은 까칠한데 실제로도 연애 할 때 까칠한가?
“연애를 해서 까칠하다기보단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서 까칠해진다. 나를 지키기 위해. 밀어내기 위해. 연애할 때 그렇게 까칠하진 않다. 도경이도 이유가 있어서 까칠했던거다.”
- 실제 에릭의 성격은?
“멤버들이 있을 때 4차원 적이고. 혼자 있을 때는 낯도 많이 가리고 조심스러워 하는 편이다. 아까 이야기 했던 부분도 작용하고. 실수할까봐 조심스럽기도 하다. 연예계 활동을 해오면서 성격을 만들어왔다. 그나마 멤버들한테는 완벽하게 맘이 편하기 때문에 더 심하게 까분다.”
- 결말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데?
“완전히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되지 않으려면 사고 씬은 필요한 장면. 도경이가 마음을 열고 직접적으로 표현하게 되면서 해영이와의 관계는 개선 될 수 있지만 삶에서 일어날 사고는 무마 될 수 없다가 룰이다. 태진이가 맘을 고쳐먹고 다행히 차를 세웠지만, 기시감으로 봤을 땐 차에 치였기 때문에 언젠간 치여야했다. 마지막 대본을 보면서 빨리 사고가 나야할텐데 하면서 걱정했다. 마지막 3페이지를 남겨두고 사고가 나더라. 만족스러운 작품이다. 또한 도경이 엄마가 도경이 아픈 걸 눈치 채는 씬도 되게 좋았다. 엄마는 엄마라. 응급실 씬도 좋았다. 사고가 났는데 잘못 될 수도 있지만 당연히 살아난다는 가정하게 북적거리는 그 장면이 되게 좋았다.”
- 결말은 맘에 드나?
“솔직히 남자 배우는 죽는 거에 대한 로망이 있다. 죽어야 멋지지 않나? 초반에는 그런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죽으면 해영이가 안 그래도 1화부터 엔딩까지 매일 오열을 해왔는데 얼마나 울겠나. 시청자분들도 좋은 마음으로 봤는데 굳이... 그렇다고 해서 드라마 내용이 바뀐 건 아니고, 의도하셨던 대로 간 거다. 맘에 든다.”
- 신화 멤버들은 뭐라고 하던가?
“현진이 너무 예쁘고, 지원이 누나 너무 재밌다고 했다. 원래 멋있는 척을 해야 놀릴 포인트를 찾는데 이번에는 멋있는 척을 크게 안 해서 멤버들이 아쉬워했다.”
- 다음에 정말 맡고 싶은 캐릭터가 있나?
“그런 것 보다 좋은 환경에서 지금 같은 작업을 하고싶다.”
- 오랫동안 연예 활동했는데 내가 사람들한테 더 보여줄게 있을까 라는 생각은 안했나?
“내가 뭘 꼭 보여줘야 하나? 그런 고민은 많이 하지 않는다. 신화면 신화, 연기자면 연기자. 대사에도 있듯이 ‘피투성이가 돼도 살아. 살아남는게 이기는거야.’ 신화로서도 그렇고 배우로서도 그렇고 좋은 작품에서 계속 활동하고 싶은 마음. 불새 때와 같은 유명세를 얻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 근데 그때 받은 스포트라이트보다 지금이 더 맘에 든다. 그때는 크게 납득할만한 캐릭터가 아니었다. 연기력 논란도 있었고, 서브 주인공이기도 했고 하면서 많은 부분이 아쉬웠다. 그러나 이번 작품은 뭐하나 아쉬운 게 없을 정도로 다 너무 좋았다.”
- 폴리팀 작업 연기는 어땠나?
“음향감독은 유지태씨가 했던 거 말곤 본적이 없다. 그런 자료화면들을 보여줬는데 생동감있고 재밌었다. 실제로 음향감독 하시는 분 스튜디오에 가서 폴리팀과 함께 배웠다. 현장촬영에서 음향감독님이 드리핑을 해줬다. 끝까지 주인공의 직업이 허투로 있는 게 아니라 일하는 모습이 보여져 맞물려 있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