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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폭한 로맨스 "공주의 사랑은 동화가 되고 마녀의 사랑은 저주가 되죠..."
누구로부터도 불려지지 않는 이름은 마녀의 저주받은 이름이 된다.
2012년 02월 24일 (금) 17: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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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기자 azzasi@stardailynews.co.kr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이름이란 다른 사람으로부터 불려지는 나의 존재다. 하긴 굳이 이름이 아니어도 좋다. 별명 또한 이름이고 애칭 역시 이름이다. 유은재(이시영 분)의 신발끈 역시 물속에서 얼굴을 가리고 옷까지 바꿔입고 있던 그녀를 구분하는 박무열(이동욱 분)의 이름이었다.

이름이 불려지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도 자신의 존재를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지도 의식하지도 않고 있다는 뜻이다. 아무 의미가 없다. 아무런 가치가 없다. 소외이고 고독이며 절망이다. 누구도 자기의 이름을 아는 사람도 불러주는 사람도 없다는 것은 사람에게 있어 참을 수 없는 고통이며 공포이다. 하물며 불려서는 안 되는 이름을 가진 이들도 있다.

사람들은 그녀를 마녀라 불렀다. 마녀의 이름은 불길하다. 마녀의 이름은 저주받았다. 그녀는 이미 오래전 자신을 부정당한 바 있다. 자신의 이름을 부정당했다. 그녀의 진실은 외면당하고 대중의 거짓이 그녀를 단정짓고 단죄했다. 마녀의 낙인이 찍혔다. 그로써 그녀는 더 이상 이름이 없는 존재로서 살아가게 되었다. 어느날 문득 박무열이라는 왕자님에 의해 긴 잠이 깨어나기까지.

그러나 그녀는 마녀였다.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부르지 못한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바로 보지 못한다. 박무열이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기를 바란다. 그러면서도 박무열이 자신의 이름을 모르기를 바란다. 박무열이 자기를 돌아봐주기를 바라지만 한 편으로 그가 자신을 돌아봐주는 것이 두렵고 수치스럽다. 그렇다면 그런 그녀가 할 수 있는 사랑이란 무엇이 있을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마냥 지켜보거나, 아니면 강제로라도 그를 자신의 성에 납치해 함께 하거나, 어차피 불려지지 않을 이름이다. 어차피 보아주지 않을 자신일 터다. 누구도 자기를 사랑해주지 않는다. 누구로부터도 사랑받지 못할 것이다. 사랑하는 자체가 죄악이다. 민폐이고 웃음거리다. 경멸과 혐오의 대상이 된다. 마녀의 사랑은 저주다. 사랑하는 그 자체로서 저주가 되고 만다.

만일 과거 누군가 단 한 사람이라도 그녀의 결백을 믿어주는 이가 있었다면. 다만 한 사람이라도 그녀의 진실된 모습을 보아주는 이가 있었다면. 그녀의 이름을 불러주고 그녀의 얼굴을 보아준다. 그랬어도 양선(이보희 분)이라는 이름의 그녀는 그와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었을까? 하다못해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만 알았더라도 그녀는 그와 같은 괴물의 모습이 되어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랑하는 것조차 허락되어 있지 않다. 금기를 탐하는 것이 곧 죄가 된다. 그래서 그녀는 마녀가 된다. 그녀의 사랑은 마녀의 사랑이 된다.

드라마를 관통하는 주제였을 것이다. 박무열 역시 오해받기 쉬운 타입이다. 누구도 그의 진실한 이름을 불러주지 않는다. 유일하게 한 사람 진동수(오만석 분)가 있었다. 그리고 이제 유은재가 추가된다. 강종희(제시카 분)에 그가 그토록 집착했던 이유일 것이다. 그를 이제껏 궁지로 몰았던 사건들도 그의 진실한 이름과 관계가 있다. 모두가 그의 겉모습만을 보려 한다. 그의 겉으로 드러난 이미지만으로 판단하려 든다. 그런 가운데 그런 그를 이해해주고 가까이 곁에 있어주는 사람들이 있다. 박무열은 참 행복한 사람이다.

유은재가 항상 박무열의 앞에서 뒤로 물러서고 마는 이유일 것이다. 그녀 자신은 모르겠지만 과거 어머니가 아버지와 자기들 남매를 저버리고 떠난 것은 그녀에게 큰 상처가 되어 주었다. 그녀의 첫남자친구도 그녀의 본모습을 보고는 그대로 도망쳐버리고 말았다. 묻고 싶다. 그러나 묻고 싶지 않다. 진실이란 항상 무겁고 고통스러운 것이다. 직구를 한가운데 꽂아넣기 위해서는 강속구도 강속구지만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 자기 공을 믿지 못하는데 어떤 투수가 강속구를 타자의 배트가 기다리고 있는 스트라이크존으로 던져 넣을 수 있을까. 그러나 어떤 공을 던져도 그것을 받아줄 박무열이 있다면 그녀는 직구를 던질 수 있다. 운동화끈을 보고 자신을 찾아낸 박무열에게서 그러한 구원을 보게 된다.

어머니로부터, 그리고 이제까지의 기억과 관계로부터 벗어나 시골로 내려간 오수영(황선희 분)의 표정은 그래서 어느때보다 해맑다. 그곳에서는 온전히 오수영이라는 자신의 이름을 불릴 수 있을 것이다. 진동수는 오수영이라고 하는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게 될 것이다. 진동수에게는 오수영의 남편이라는 것이 이제 그의 이름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같은 다른 사람의 필요로서 자신의 이름을 대신하기도 한다. 물론 양선 역시 그렇게 박무열로부터 이름을 되찾았다.

김동아(임주은 분)도 이름을 돌려받았다. 그녀의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이 있다. 그녀가 이름을 부를 누군가가 있다. 그동안 그녀는 현실과 비현실 사이에 한 발 걸치고 있었다. 서윤이(홍종현 분)가 안타까운 것이 그래서다. 그에게도 누군가 그의 이름을 불러줄 사람이 필요했다. 가식적인 웃음 가운데 그의 진실한 모습을 보고 그를 사랑해줄 사람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그에 비하면 다시 자기의 이름을 찾은 유미진의 모습은 얼마나 행복한가. 의상실에서 일하면서 배우의 꿈을 이어나간다. 그녀의 곁에는 그녀의 이름을 불러주는 이가 있다.

그저 단순한 이름일 텐데도. 하지만 그 이름이야 말로 많은 사람 가운데 자기를 구분짓는 유일한 것이라는 것이다. 이름을 불림으로써 나는 내가 된다. 이름을 불려짐으로써 나는 내가 될 수 있다. 이름이 잊혀졌을 때 나는 내가 아니게 된다. 나를 잃어버렸을 때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공포는 인간이 스스로 바뀌게 되는 가장 흔한 이유 가운데 하나다.

아무튼 그래서 화가 나는 것이다. 아니 화가 날 대상이나 있을까? 그저 얄미워서. 질투가 나서. 재수가 없어서. 혼내주고 싶어서. 그러나 이름이 없다. 익명이다. 당연히 의지도 없다. 악의조차 없이 모든 것들이 당연하게 이루어진다. 어쩌면 아주 약간의 악의와 약간의 장난기와 또한 약간의 확신과 정의감으로서. 자신도 누가 그러고 있는지 모른다. 자기 입으로 하는 말이고 자기 손으로 쓰는 글이건만 누군가 나를 대신해 그리 하고 있는 것 같다.

비단 양선을 그런 상황으로까지 몰고간 당시 주위의 또래 여학생들만의 경우는 아니었을 것이다. 지금도 곳곳에서 그런 모습들이 보인다. 막연한 주인없는 감정과 논리를 근거로 아무런 악의없이 한 인간을 부정하고 막다른 궁지로 내모는 이들이. 그들은 심지어 정의롭기까지 하다. 누구보다 선하고 도덕적이기까지 하다. 물론 주인없는 정의이고 선이고 도덕이다. 그래서 무책임하다.

하필 유은재와 그의 가족들이 블루시걸즈의 광팬으로 설정된 이유였을 것이다. 블루시걸즈의 광팬으로서 박무열이 속한 레드드리머즈를 거의 무조건적으로 적대하고 증오한다. 그것이 정의다. 처음 유은재의 눈에 비친 박무열이 그랬었다. 유은재는 박무열의 가장 격렬한 안티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실제의 박무열과 교감하며 그녀는 인간 박무열을 이해하게 된다. 인간과 인간이 만나 비로소 서로의 이름을 듣고 서로의 이름을 부르게 된다. 사랑하게 된다. 이보다 강한 메시지가 어디 있을까? 인간은 누구나 서로 사랑할 수 있다. 서로의 이름만 알 수 있고 부를 수 있다면. 양선의 과거 이야기는 그렇게 드라마에 마지막 방점을 찍는다.

주제가 특별하다. 그 주제를 풀어가는 방식이 탁월하다. 수미일관하는 구조가 매우 유기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물론 세부적으로 허술한 부분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대한민국 드라마제작현장의 여건상 그런 정도는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다. 캐릭터의 묘사 또한 훌륭했다. 연기자들의 연기 또한 매우 적절했다. 하지만 대중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아쉬운 부분이다.

차라리 로맨틱코미디가 아니었다면. 어쩌면 박무열의 가족관계가 나오는 것이 더 나았을지 모르겠다. 박무열을 더욱 궁지로 내몬다. 동경이 아니라면 연민의 대상으로라도 만든다. 너무 우스웠다. 재기발랄하지만 무게감이 부족했다. 박무열과 유은재 둘 다 성적 매력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성으로서 매력적인 대상이 되지 못했다. 한국이 아닌 일본이나 다른 나라였다면 독특한 소재와 캐릭터로 인해 조금은 다른 반응을 기대해 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재미있었지만 조금 못미쳤다. 완성도에 비해 반응이 저조했던 이유였다. 마무리도 깔끔하다. 마지막에 비로소 로맨틱코미디로 돌아온 느낌이다. 많이 아쉬운 드라마였다. 그래도 필자로서는 무척 좋아했었다.

그리고 한 가지 기대를 가져본다면 언제고 김동아와 김태한(강동호 분), 고재효(이희준 분) 이 세 사람을 주인공으로 한 새로운 드라마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것이다. 너무 매력적이다. 코믹한 내용의 스릴러물이면 어울릴 것 같다. 엉뚱하지만 폭넓은 지식과 번득이는 직관을 소유한 김동아와 이성적이고 침착한, 그러나 때로 과격해지는 김태한, 더불어 투철한 기자정신을 보유한 고재효까지. 재미있지 않을가? 그나마 드라마의 재미를 절반 이상 책임지고 있는 것이 바로 이들 세 사람이었다. 이대로 보내기는 너무 아깝다.

단순히 악을 미워하고 끝나지만은 않는다. 죄를 응징하는 것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그 이면을 본다. 그 슬픔을 본다. 그 안타까움을 보려 한다. 이해하고 연민한다. 물론 죄를 지은 만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그곳에는 인간이 있다. 인간을 보게 된다. 쓴 여운이 남는다.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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