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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폭한 로맨스 "내 이름은 약선이야, 이름을 불리지 못하는 이의 비극..."
멜로스릴러, 가정부 약선이 범인이 되고 마는 이유...
2012년 02월 23일 (목) 09: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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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기자 azzasi@stardailynews.co.kr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오래전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를 읽으며 울컥한 적이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시를 안 것은 이미 오래전이었고 그날다라 문득 꽃이라는 시가 간절하게 떠오르고 있었다. 필자는 꽃이었다. 누누군가에게 이름이 불려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꽃. 누군가에게 나도 의미가 되고 싶다.

실수가 아닌가 했었다. 아니면 어딘가 그녀의 이름이 나와 있는데 필자만 게을러서 그것을 알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그녀의 이름은 가정부였다. 아줌마였다. 이모였다. 그녀의 이름이 불리지 않은 것은 작가가 의도한 것이었다. 거의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의 입으로 불러보는 이름 '약선', 그녀 약선(이보희 분)의 비극이며 모든 사건의 원인이다.

사람은 누구나 의미있는 존재이기를 바란다. 가치있는 존재이기를 바란다. 존중받기를 바란다. 존경받기를 바란다. 사랑받기를 바란다. 이름이 불려지지 않는다면 그는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누구로부터도 불려지지 않는 이름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죽어 있던 그녀에게 누군가 생명을 불어넣는다. 존재하지 않던 그녀에게 누군가 존재를 부여한다. 몹시 아파서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박무열(이동욱 분)에게 그녀는 누구보다 필요한 존재가 되어 있었다.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 단순한 집착이다. 오히려 그녀는 아이와 같다. 부모를 잃은 아이가 혼자서 거친 세상을 떠돌다가 우연히 자신에게 잘해주는 어른을 만나게 된다. 아이는 이미 한 번 잃었기에 더욱 간절해진 부모의 품을 그 어른에게서 발견하게 된다. 간절해진 만큼 더욱 불안해하고 두려워하며 겨우 찾은 부모의 느낌에 맹목적으로 집착하게 된다. 오랜 시간을 무의미하게 살아온 그녀에게 박무열이라는 존재는 세상의 빛을 돌려준 새로운 탄생과도 같았을 것이다.

어느날 문득 거울 앞에 앉는다. 그런데 이제껏 보이지 않던 주름이 보이기 시작한다. 무심코 넘어가던 세월의 흔적들이 더욱 아프도록 또렷이 눈에 보이게 된다. 그 시간의 길이 만큼 그녀는 더욱 박무열에게 집착할 수밖에 없는 것이며,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자격지심에 그의 앞에 나서지 못한다. 박무열의 곁에 있는 강종희(제시카 분)이 그래서 그녀에게는 무척이나 부럽고 원망스럽다. 강종희가 있는 그 자리가 약선 그녀의 자리여야 했지만 그녀는 결코 강종희를 대신할 수 없다. 어떻게 하면 오로지 자신만이 박무열의 곁에서 그를 독점할 수 있을까.

사실 그것은 오수영(황선희 분) 또한 다르지 않았다. 오수영이 어머니 또한 그녀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남편인 진동수(오만석 분) 또한 그녀의 이름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오수영이라고 하는 자신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엄마, 강종희라고 하는 존재만 아니었다면. 그녀만 없었다면. 누군가 그녀의 아픈 부분을 건드린다. 이 모든 것이 강종희의 탓이다. 그녀가 그렇게 만든 것이다. 그녀가 나쁜 것이다.

과거 박무열을 위협해서 곤란에 빠뜨리려 했던 꽃뱀 유미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가 결정적으로 마음을 돌리게 된 것이 박무열로부터 이름을 불려지게 되면서였다. 박무열의 그녀의 이름을 부르고 그녀의 얼굴을 보아주었을 때 그녀는 다시 잊고 있던 유미진 자신이 되어 있었다. 사실 잔인한 것이었다. 잠시의 꿈에서 깨어 다시 원래의 꽃뱀 유미진으로 돌아갔을 때 그녀가 느꼈을 상실감이나 자괴감은 어찌할 것인가. 그래도 꿈을 꿀 수 있었다. 아주 오랜 그리운 꿈을.

상처에 대한 것이다. 더불어 삶과 의지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진동수가 굳이 협박범을 자처하며 박무열을 공격한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남편이기 위해서였다. 사랑하는 여자 오수영의 남자이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악역을 맡으려 한다. 파렴치한이 되려 한다. 다른 이름은 필요없다. 오수영을 사랑한 남자면 된다. 그것이 그가 살아가는 힘이다. 살아가는 이유다. 그가 존재하는 의미다. 그를 지키는 사람이라 부르는 이유다.

사람이 강해지는 것은 자기 자신만이 아닌 다른 누군가를 위하고자 하는 당위를 가지게 되었을 때다. 그리고 그런 때 사람은 누구보다 지독해지고 잔인해진다. 아내 오수영을 위해 기꺼이 고재효(이희준 분)를 폭행하고 박무열을 공격하는 진동수의 포악함과 박무열을 사랑하여 그와 그의 주위를 곤란에 빠뜨리려 하는 약선의 악의가 다른 것이 무엇인가. 간절히 원하는 누군가를 위해 심지어 자신의 이성과 양심마저 잠시 한쪽 구석에 깊숙이 감춰둔다. 다만 진동수는 그럼에도 박무열을 아끼고 사랑했고 약선은 강종희나 유은재(이시영 분)에게 그런 감정이 없었다. 약선이 더욱 맹목적으로 박무열을 위하려 한다.

잔인하다는 것은 슬픈 것이다. 공포는 비극에서 비롯된다. 아니 비극이란 곧 공포를 전제한다. 스릴러는 그래서 항상 어떤 슬픔같은 것을 이면에 깔고 있다. 다만 그 슬픔을 동정하도록 내버려두눈가 철저히 분리하려 하는가에 따라 장르가 바뀐다. 온전한 스릴러는 아니다. 박무열과 유은재의 사랑과 약선의 슬픈 사랑과 진동수의 안타까운 사랑, 현실은 잔인한데 그 이면에 깔린 감정은 아프도록 애잔하다. 굳이 정의하자면 멜로스릴러일까?

코미디는 아니다. 물론 김동아(임주은 분)는 재미있다. 김동아와 김태한(강동호 분) 커플도 재미있다. 유은재와 박무열 커플 또한 만만치 않게 재미있다. 진동수가 범인인가를 두고 김동아, 김태한 커플과 유은재, 박무열 커플이 대립하고 있을 때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철저히 논리와 근거에 바탕을 두고 설명하려는 김동아, 김태한 커플의 팀플레이와 그에 대조적으로 감정에 호소하려 하는 유은재, 박무열 커플과의 대조는 보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터져나오는 대단한 코미디의 요소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드라마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약선과 관련한, 그리고 서윤이와 김동아, 오수영, 진동수 등이 가지고 있는 본능적인 음울함이 아니었을까? 거기에서 코미디도 나오고 비극도 나오고 스릴러도 나온다. 멜로 스릴러가 적당하다.

장르를 잘못 선택했다. 로맨틱코미디로서는 중요한 한 가지가 결여된 느낌이었다. 하기는 스릴러로서도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멜로이기에도 모자란 부분이 있었다. 그러나 그 모두를 아우르는 절묘한 균형점이 있었다. 이제껏 없던 드라마다. 어쩌면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현실에 침잠하지 않는 부분도 색다르다. 이제 마지막인데. 약선이라는 이름이 그래서 흥미롭다. 의미있다.

조금은 어색하기도 하다. 얼굴에 검은 천을 씌우고 수영장에 세워두었을 때. 어쩐지 그림이 나오지 않는다. 하기는 그런 상황에 약선이 총이나 칼로써 위협을 한다면 그쪽이 더 이상하고 어색할 것이다. 보통의 일상에서는 그런 정도로도 충분히 위협적이다. 마지막이 기대된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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