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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6.06.05 08:21

[김윤석의 드라마톡] 마녀보감 7-8회 "어둠과 빛의 경계, 현실과 상상의 경계에서"

허준인 이유, 의술과 주술이 분리되기 이전의 기억

▲ 마녀보감 ⓒJTBC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마녀보감. 하기는 원래 의술이란 주술의 하나였다. 기적이었다. 고작 풀뿌리와 나무열매 몇 가지로 죽었어야 할 사람을 다시 살려낸다.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는데 어느새 피가 멎고 상처가 아물더니 멀쩡히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약의 힘을 빌어 영원히 늙지도 죽지도 않는 방법을 찾아나선 것도 그런 점에서 전혀 터무니없다고만 말할 수는 없었다. 어차피 약의 힘으로 곧 죽을 사람도 살리는데 그보다 더한 일도 어쩌면 가능할지 모른다.

사실 드라마에서 가상의 주술서인 '마의금서'의 내용으로 인용한 투명인간이 되는 방법이라든가 태아의 성별을 바꾸는 내용 등은 실제 허준(윤시윤 분)이 저술한 '동의보감'에도 나오는 것들이기도 하다. 도사나 승려가 의사의 역할을 대신하고, 부적과 주술이 약을 대신하여 환자를 치료하고 있었다. 사람을 살리는 과학으로서의 의술과 초월적인 존재에 의지하고자 하는 원시의 제의로서의 주술이 엄격히 분리되기 전 그 경계는 무척 모호했었다. 아니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지금 역시 그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 검증된 현대의학보다 누군가의 입으로 전해지는 불확실한 비방과 비결에 의지하려는 심리는 여전히 의술을 현실을 초월한 신비한 무엇으로 간주하고 있다.

바로 그런 시대의 이야기다. 어째서 하필 허준이었을까. 명종에서 선조로 넘어가는 시기야 말로 드라마로도 여러차례 만들어졌을 만큼 이야기거리가 풍부하기도 하다. 하지만 정작 진짜 할 이야기가 많은 명종대의 이야기는 서리(김새론 분)의 어린시절로 어느새 간략하게 지나간 뒤였다. 그렇다면 선조가 즉위하고 안정을 찾아가던 조선에서 허준가 서리가 만들어갈 이야기란 과연 어떤 것이겠는가. 허준은 장차 의원으로서 전근대 동아시아 의학의 집대성이라 할 수 있는 '동의보감'을 저술한다. 그 '동의보감'의 내용 가운데 일부가 서리의 저주를 푸는 방법이 적힌 '마의금서'에 수록된 것이다. 전설과 역사를 잇는다. 가장 최근까지 전설의 신비와 역사의 사실을 이어붙인다. 어쩌면 지금을 사는 우리들 자신이 전설로 여기고 있는 그것들은 아주 가까운 시대 과거의 역사였는지 모른다.

결국 의심이 귀신을 부르고 만다. 현실과 사실에 대한 불신과 의심이 현실을 벗어난 무언가에 기대고 싶게끔 만들고 만다. 뜻밖에 역사속 선조(이지훈 분)의 성격을 전혀 다른 동기와 계기를 통해 구체적으로 묘사한다. 명분상 모후지만 실제로는 전혀 피가 섞이지 않는 남이었다. 일개 방계의 종친에 불과한 자신이 왕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대비인 인순왕후 심씨(장희진 분)의 교지가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일단 왕이 된 이상 피도 섞이지 않은 왕실의 어른이란 불편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인순왕후 역시 아들인 순회세자를 대신하여 왕위에 오른 선조에게서 자꾸만 죽은 자신의 아들의 역할을 요구한다. 역사에는 기록되지 않은 - 설사 있었더라도 기록되었을 리 없는 팽팽한 권력의 긴장이 드라마에 보다 사실에 가까운 현실감을 부여한다. 어쩌면 실제 그랬을 수도 있겠다.

드라마의 표면은 불순한 의도를 가진 성수청의 무녀 홍주(염정아 분)와 가혹한 운명으로부터 벗어라려 하는 버려진 공주 서리(김새론 분) 사이의 대결이다. 그리고 홍주와 서리의 대결을 매개하는 배경으로 임금인 선조와 대비 심씨가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역사에서 표면은 왕인 선조를 중심으로 써내려간 실록의 기록이다. 표면에 드러난 역사와 이면에 숨은 비사의 역할이 바뀐다. 기록되지 않은 비밀스럽고 신비한 이야기들이 자신들이 알고 있는 현재의 역사를 만든 이유이고 동기였는지 모른다. 마치 아무도 알지 못하는 먼 과거의 비밀을 순간 엿보고 있는 듯한 짜릿함마저 느끼게 한다. 얼마나 실제의 역사와 허구의 신화를 조화시킬 것인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결국 허준을 구하기 위해 서리는 결계를 벗어나고 만다. 홍주가 서리가 있는 곳을 알게 된다. 허준을 쫓으며 최풍연(곽시양 분)은 어린시절 헤어진 자신의 누이이자 첫사랑인 서리의 존재를 느끼게 된다. 허준으로 인해 서리의 저주를 풀 방법이 적힌 마의금서는 불타고, 서리가 만든 총명수를 마신 허준은 그 내용을 고스란히 옮겨 적는 일을 한다. 허준이 서리의 존재를 알았다. 운명이 그들을 다시 이끌었다. 홍주가 선조를 찾는다. 대비는 선조를 어떻게든 지키려 한다. 홍주가 선조의 괴질이 서리가 원인이 되어 일어났다 고한다. 드라마의 전부다. 시작이며 곧 이르게 될 결말이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고 귀신이 귀신을 부른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귀신이 산다. 산 사람이 죽은 사람과 바뀐다. 거짓이 진실이 되고 진실은 거짓이 된다. 대비 심씨의 마음은 선조를 향하지도 향하지 않지도 않는다. 홍주도 진실을 말하지 않고 선조 역시 진실을 바라지 않는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허준과 서리는 다시 만난다. 어둠과 빛의 경계야 말로 가장 어둡고 불길하다. 귀신이 자란다. 귀신을 사람이 부린다.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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