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2.21 09:14

빛과 그림자 "강기태의 위기, 조태수 강기태를 자기 앞에 불러 세우다!"

강기태 아버지의 죽음을 은폐하려는 김재욱, 장철환과의 싸움이 점입가경을 이루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권력이란 무오류한 것이다. 오류를 인정하지 않는다. 오류를 인정하게 되면 의심하게 된다. 의심하게 되면 판단하게 된다. 판단하기 시작하면 더 이상 전처럼 복종하지 않게 된다. 더 이상 복종하지 않는 권력은 권력이 아니다. 그래서 권력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해가 서쪽에서 뜬다. 그러면 그날부터 동쪽은 서쪽이라 불리게 된다. 사슴을 두고 말이라 한다. 그러면 말이어야 한다. 의심이란 있을 수 없다. 판단이란 있을 수 없다. 오로지 복종만이 존재한다. 그래서 권력은 항상 정의롭다.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에. 물론 잘못도 저지르지 않는다.

중앙정보부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다. 실수도 범하지 않는다. 그 말은 곧 중앙정보부를 통해 이루어지는 모든 행위들은 정당하며 오류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의심하지 않는다.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기꺼이 복종하여 따른다. 중앙정보부가 빨갱이라면 그는 빨갱이다. 중앙정보부가 이적행위를 한 용공분자라면 그런 것이다. 그런데 중앙정보부가 잘못을 저지르고 실수를 범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중앙정보부가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게 될까?

중앙정보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앙정보부는 결국 그 위에서 전해지는 권력의 의지를 대신하는 손발과 같은 기관이다. 그 의지가 의심받는다. 그 의도가 감시되어지고 비판되어진다. 권력을 위해서도 그것은 결코 좋지 못하다. 중앙정보부는 무오해야 하며, 권력이 무오하기 위해서라도 더욱 무오하지 않으면 안된다.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패배를 인정하는 것이다. 더 이상 권력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진실만을 말한다. 진실되게 행동한다.

중앙정보부장 김재욱(김병기 분)이 강기태(안재욱 분)의 아버지 강만식이 중앙정보부에서 조사받던 도중 자살한 것이라 말한다면 그런 것이다. 장철환(전광렬 분)이 그 일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면 그 또한 그리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의 말은 한 점 거짓없이 진실되다. 그래야 한다. 권력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오로지 더 큰 권력만이 그의 말과 행동을 거짓으로 만들 수 있다.

차수혁(이필모 분)도 말한다. 정치권력만 있는 것이 아니다. 돈도 권력이고 연예계에서의 영향력도 권력이다. 하기는 노상택(안길강 분)도 그다지 거짓말 같은 건 하지 않는다. 유채영(손담비 분) 역시 궁정동으로 제발로 찾아가기 전에도 인기스타로서 진실되게 행동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차이라면 누가 그 진실을 부정하고 거짓으로 만들 수 있는가.

강기태가 모두로부터 미움받는 이유일 것이다. 감히 거짓말이라 한다. 자신이 틀렸다고 잘못을 저질렀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강기태가 대단한 권력이라도 쥐고 있다면 모른다. 대단한 권력을 쥐고서 잘못했다 윽박지른다면 기꺼이 복종하고 따를 것이다. 그도 아닌 것이 감히 자신을 의심하고 판단하려 한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타입일 것이다. 차수혁의 말은 그에 대한 심술일 것이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언제까지 그럴 수 있는가. 차수혁은 이미 물들어 버렸다. 그런 강기태가 가엾고 불쌍하면서도 부럽고 질투가 난다.

필자로서도 의문이기는 하다. 과연 강기태는 언제까지 지금의 무모할 정도의 올곧음을 지킬 수 있을까? 잘못한 것은 잘못한 것이다. 실수는 실수일 뿐이다. 기인 것은 기이고 아닌 것은 아니다. 힘이 아닌 믿음이다. 신뢰에서 나오는 확신이다. 지금까지의 강기태는 그랬다. 솔직하게 털어놓고 진심으로 이해를 구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까지 더 큰 힘을 가지게 된 뒤에도 그는 지금까지와 같을 수 있을 것인가. 물론 바로 그것이 이 드라마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일 것이다.

어둡던 시절이었다. 불의한 어둠이었다. 양심에 드리워진 어둠이었다. 이익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본능적 공포가 양심을 대신하고 있었다. 그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지혜롭다고 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바보가 하나 있었다. 전혀 지혜롭지도 못하고 현명해질줄도 모르는 바보였다. 올곧게 오로지 앞만을 보고 살아가는 어처구니 없는 바보멍청이였다. 그레서 빛이 난다. 아마 그것이 아니었을까? <빛과 그림자>라는 제목은. 시대에 드리워진 그림자 속을 올곧게 빛으로써 살아갈 수 있었던 남자의 이야기였을 것이다.

사실 어처구니 없는 남자일 것이다. 자기는 귀엽다고 말을 놓으면서 정작 상대인 이정혜(남상미 분)더러는 말을 놓아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하기는 강기태가 유채영이 아닌 이정혜를 선택한 이유도 바로 그것이었다. 자기를 위해주는 여자보다 자기가 위해줄 수 있는 여자를 원한다. 자신을 지켜주려는 여자보다 자기가 지켜줄 수 있는 여자를 더 바란다. 그는 한 마디로 남자다. 70년대라는 배경을 생각해야 한다. 당시에는 그런 것이 너무나 당연했다. 여성은 남성과 동등한 인격이 아니었다. 여자를 마땅히 위해주고 보호해주어야 한다는 것은 철저한 여성에 대한 멸시와 대상화에서 비롯된 가치관이었다. 설마 중세시대 기사들이 여성우월론자들이었을까?

강기태 자신에게서 벌써 당시의 시대가 느껴진다. 그의 올곧음은 시대가 만든 올곧음이다. 차라리 강기태의 올곧음은 조태수에게 쫓겨 달아난 한지평의 올곧음과 닮아 있다. 어떤 가치에 따른 올곧음이 아니다. 어떤 확실한 신념에 따른 올곧음이 아니다. 그저 믿음이다. 조태수(김뢰하 분)도 그런 점에서 강기태와 닮아 있다. 자신과 입장이 맞지 않으면 장철환도 소용없다. 한 번 손봐주기로 마음먹었으니 어떤 식으로든 강기태는 내 손으로 손봐주어야 한다. 강기태 또한 어둠이다. 단지 그림자가 짙기에 어둠도 밝아 보일 뿐.

역시 기대하게 된다. 장차 강기태는 드라마의 주인공으로서 지금도 더 큰 힘을 가지게 될 것이다. 지금에도 여전히 연예기획사업이란 복마전과도 같은데 하물며 당시는 더욱 연예인에 대한 존중과 존경이란 다른 나라 이야기였다. 그래야 돈을 벌 수 있었다. 힘을 가질 수 있었다. 위기도 다가온다. 장철환이 지원하고 있다는 한빛회는 곧 10.26 이후 12.12를 통해 권력을 쥐게 되는 신군부의 하나회를 뜻하는 것일 게다. 장철환과 적대하는 이상 신군부와도 강기태는 대립할 수밖에 없다. 그는 어떻게 그러한 위기에 맞설 힘을 손에 넣게 되는가.

장철환과 김재욱의 정치싸움이 점입가경을 이루고 있다. 일단 당장은 권력의 주류에서 밀려나게 만들고 강기태 아버지의 죽음을 빌미로 장철환의 약점을 틀어쥔 김재욱이 우위로 보인다. 하지만 차수혁이 거짓으로 김재욱의 사람이 됨으로써 김재욱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고, 그 한 편에서는 장철환이 한빛회를 통해 군부를 등에 업으려 하고 있다. 파국은 그다지 멀지 않았다. 큰 변화가 찾아올 것이다. 강기태에게도 큰 위기가 된다.

안타깝게도 드라마가 아직 많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여기에서 다시 무너진다면 드라마의 기승전결 구조가 무너진다는 점도 이해하고 있다. 한지평이 조태수에게 쫓겨나고 한지평이 장악하고 있던 한양구락부로 강기태가 불려가고 있지만 그에게 그것이 치명적인 위기로 작용하지는 않으리라는 예감이 있다.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봐도 문제다. 다만 그 과정에서 강기태는 어떻게 당장의 위기를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기대는 있다. 운인가? 실력인가? 강기태는 주인공답게 지금껏 많은 운이 뒤따르고 있었다.

유채영과 이정혜의 대립도 본격화된다. 영화는 그 전장이 되어줄 것이다. 강기태의 여동생 강명희(신다은 분)의 마음을 사로잡은 유채영과 강기태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정혜가 강기태를 두고 서로 충돌하려 한다. 더구나 강기태가 이정혜를 자신의 어머니에게 신붓감으로 소개하면서 유채영의 마음이 급해졌다. 이정혜가 갖는 뿌리깊은 열등감 역시 이정혜로 하여금 절박해지게 만드는 이유다. 이정혜의 캐릭터도 조금은 두드러지게 될까? 너무 존재감이 없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다소곳하니 참하게 보일 수 있지만 드라마의 주인공으로서 너무 역할이 없다. 계기가 되리라 본다. 유채영은 이정혜의 반응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한 적극성과 능동성을 갖춘 캐릭터다. 남의 사랑싸움처럼 재미있는 것도 없다. 삼각관계는 모든 드라마의 기본이다.

이혜빈(나르샤 분)를 타겟으로 펼쳐지는 노상택의 계략도 볼 만하다. 이혜빈의 옛남자친구로 하여금 일부로 소란을 일으키게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강기태에게 스파이로 심어둘 수 있었다. 강기태와 관련해 정보를 얻고 노상택이 바라는대로 강기태의 주위에서 일을 꾸밀 수 있다. 이 또한 위기일 텐데. 의외로 노상택의 존재감이 미약해서 아쉬움이 크다. 연예계 이야기의 비중이 커진다면 노상택의 역할이 이렇게 작아질 수는 없을 텐데, 너무 정치에 대한 비중이 높다. 노상택이 본격적으로 적이 되어 나서야 당시의 연예계에 대한 이야기도 본격화될 수 있을 텐데. 하지만 드라마 자체가 바로 그런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무대에서의 퍼포먼스를 이유로 당대의 인기가수가 남산으로 끌려가고 했었다. 우울한 시대였다.

조금만 더 당시의 연예계를 디테일하게 보여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기왕에 당시의 연예계와 쇼비즈니스를 중요한 배경으로 하고 있을 것이면 그에 더 충실할 수 있으면 좋지 않겠는가. 박노식의 아들 박준규가 아버지의 역할로 실명으로 출연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사건사고도 많던 때였다. 야인으로 있던 신중현을 만나보면 어떨까? 신대철이라면 충분히 아버지 신중현의 역할을 소화해낼 수 있었을 것이다. 하나의 아이디어일테지만 고민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지금은 너무 주변의 이야기가 많아 솔직히 그에 대한 기대가 많이 떨어지고 있다.

침체기다. 정체되어 있다. 결국 재미있다고 장철환과 김재욱의 이야기의 비중이 너무 커진 때문일 것이다. 인기가수도 발굴하고 했으니 연예기획사업도 본격화될 수 있어야 할 텐데. 조태수와의 만남이 어쩌면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 드라마의 중심을 잊어서는 안된다. 아쉬운 부분이다.

모바일에서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