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2.17 07:56

난폭한 로맨스 "진동수의 폭주, 유은재 박무열의 감정을 확인하고 집고양이로 바뀌다!"

강종희, 기르던 고양이를 잃어버리면 새 고양이를 기르면 되는 거야!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처음에는 도저히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길고양이가 저렇게 얌전하다니. 저렇게 아무런 반항 없이 사람의 품에 안기고, 목욕을 시키는데 저항없이 사람의 손길을 받아들이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집으로 데려오는 순간 고양이는 가장 은밀한 곳에 숨어 나오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아파트 근처였다. 최근 집 주위에 서성이던 녀석도 그랬다. 토박이들의 텃세에 쫓긴 것인지 요즘은 보이지 않지만 그 녀석도 그렇게 사람을 잘 따랐다. 문 열어 놓으면 알아서 집으로 들어와 먹이를 받아먹었다. 버려진 고양이었다. 특히 아파트 근처에는 버려진 고양이가 많다.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다리에 기대어 몸을 부비며 재롱을 피운다.

사랑을 받아본 녀석이 애교도 많다. 사람을 믿는다. 그러나 한 번 사람에 대한 믿음이 틀어진다면 우리집 업둥이 녀석처럼 5년이 넘어가도 여전히 사람을 따르지 않는다. 경계하고 두려워한다. 그런데도 그렇게까지 사람을 믿고 따르는 녀석들이 사람으로부터 버림받는 심정이야 어떠했을까? 그러나 사랑받았다는 기억이 또다른 사랑에 대한 믿음과 기대로 이어진다.

기르던 고양이가 죽으면 새로운 고양이를 기른다. 마찬가지로 원래 함께 살던 주인이 자신을 버리면 새로운 주인을 찾는다. 그래서 사랑하던 사람과 헤어지면 새로운 사랑을 찾고, 자신이 그린 그림이 훼손되면 또 다른 그림을 그린다. 나아간다는 것이다. 지난 시간들에 집착하기보다 앞으로 기다리는 시간들을 믿고 그것을 받아들이려 한다.

유은재(이시영 분)도 말하고 있지만 강종희(제시카 분)는 참 부러운 성격의 소유자다. 체념이란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절망이고, 또한 희망이다. 더 이상 어쩔 수 없다는 한계이고, 어차피 지금 포기해도 새로운 것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유은재의 체념은 전자이고 강종희의 체념은 후자다. 도대체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살아온 것일까? 저렇게 성격 좋기도 쉽지 않다.

그런 반면 정작 박무열(이동욱 분)이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순간 유은재는 먼저 도망부터 친다. 처음 고백했을 때도 그렇다. 그때는 자기가 너무 가까이 다가간 것이 두려웠고, 지금은 박무열이 너무 가까이 다가와 있는 것이 겁난다. 매일같이 밥을 챙겨주면 길고양이도 사람에게로 가까이 다가온다. 그러나 이내 도망치고 만다. 그것이 고양이가 정한 선이다. 더구나 유은재에게는 그동안 박무열로부터 알게모르게 상처입어온 기억이 있다. 그나마 고양이와는 달리 사람은 말이 통한달까?

길고양이가 집고양이가 되어 버렸다. 사람을 두려워하고 경계하던 길고양이가 어느새 헤실거리며 사람의 손장난에 방바닥을 뒹구는 귀염둥이가 되어 버렸다. 자신에 고백하고, 집까지 바래다주고, 그리고 전화를 걸어준다. 믿기지 않지만 그것이 마냥 좋다. 귀엽다. 박무열의 마음까지 확인하고 나지 유은재가 완전히 풀어져 녹아 흐르고 있다. 다만 강종희가 새로 들인 고양이는 길고양이치고는 너무 쉽게 길들여지고 있었다.

어쩌면 복선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강종희가 잡고자 하는 것, 그리고 마침내 유은재가 잡고 마는 것, 그리고 박무열의 손에 들려 강종희에게 전해진다. 강종희는 고양이를 얻고 박무열을 내주고, 유은재는 고양이를 잡고 박무열을 얻었다. 박무열은 고양이와 바통터치를 했다. 그렇게 사람의 마음은 흐른다. 관계도 흘러간다.

진동수(오만석 분)는 역시 지키는 사람이다. 특히 남자 가운데 많다. 무언가를 지키는 것으로 자신의 존재의미를 찾는 이들. 무리를 지킨다는 것은 남자의 유전자에 새겨진 본능이다. 그동안 진동수는 박무열을 지키고자 했다. 그러나 이제 그는 자신의 아내 오수영(황선희 분)을 지키려 한다. 지킬 것이 있는 남자는 무섭다. 세상의 그 어느 것도 그를 구속할수도 막을수도 없다.

설마 아내 오수영을 지키기 위해 저렇게까지 하다니. 아내 오수영이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행위를 감추기 위해 차라리 자기가 모든 죄를 뒤집어쓰려 한다. 그토록 야구에 미련이 남아서 구단의 매니저를 자처했다. 그런데 그 자리마저 어느새 정리한다. 그토록 아끼던 후배이고 자신의 못 다 이룬 꿈을 이루어주기를 바라던 자기 대신이었지만 박무열조차 더 이상 그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형동생하던 고재효(이희준 분)마저 기절시켜 어디론가 치워 놓은 뒤인 것이다. 과연 진동수의 폭주는 어디까지 가게 될까? 다행히 드라마는 이제 2회가 겨우 남았을 뿐이다.

아무튼 오수영의 너무 해맑은 모습이 잠시 착각하게 한다. 아니 어쩌면 반전이 숨어 있지 않을까? 마치 자기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는 듯 아무런 거리낌도 두려움도 그녀에게서는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이제까지 가운데 가장 평안한 모습이다. 그동안의 그녀 안에서 독기를 뿜으며 썩어가고 있던 원망과 증오가 강종희의 그림을 훼손하는 의식을 가치며 모두 정화되어 버린 것일까. 그녀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내던지는 진동수와 마주하게 될 다음회를 기대하게 된다. 또한 반전이 숨어있을 것을 기대한다. 어쩐지 이대로 끝날 것 같지는 않다.

서윤이(홍종현 분)가 가정부(이보희 분)를 만났다. 이런 점이 재미다. 서윤이 또한 그다지 밝은 캐릭터가 아니다. 오히려 더 음울하고 위험한 느낌조차 준다. 주인공들에게 협력하여 가정부를 찾은 것도 아니다. 개인적으로 가정부를 만나고 있다. 무엇 때문일까? 원망일까? 정의감일까? 아니면 동류에 대한 이끌림일까? 그도 아니면 또다른 어떤 악의로 인한 것일까? 서윤이가 열쇠를 쥐고 있다 할 것이다. 그의 상처도 마침내 치유될 수 있을까?

김태한(강동호 분)과 김동아(임주은 분)의 로맨스는 언제 보아도 유쾌하다. 정말 오랜만이다. 키스할 방향을 미리 정하고 그조차 제대로 맞추지 못해 피를 보고 마는 것이. 다 아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아는 것이라고는 전혀 없다. 전혀 아닌 것 같은데 그러나 숨겨진 이면이 보인다. 책에서 읽은 대로 장난처럼 현실에서의 사랑에 전력투구하려는 김동아와 그런 김동아에 전혀 적응하지 못해 하면서도 어느새 그녀에게 이끌리고 마는 김태한.

호피무늬나 코스튬에 대한 판타지가 있네 없네. 책이 내게 거짓말을 했다고. 한복까지 나왔다. 여름한복까지 나온다. 은근히 강하다. 의외로 고농도의 성인풍 대사다. 그것을 김동아의 천지남이 가려준다. 김태한의 무색무취가 흐트러준다. 매력적인 캐릭터다. 항상 보고 있으면 웃음부터 나게 된다. 더구나 분량도 적절하다. 조연으로서는 너무 많지만 그렇다고 질릴 정도까지는 아니다. 자극이 강하면 질리기도 쉬운데 무리하지 않고 잘 조율하고 있는 느낌이다.

로맨틱 코미디라 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다. 코미디라기에는 드라마가 너무 우울하다. 로맨틱을 말하기에는 판타지가 없다. 그보다는 스릴러가 있다. 굳이 정의하자면 멜로스릴러일까? 통속적인 로맨스를 가운데 두고 스릴러의 긴장을 짜맞춰 나간다. 기대 이상으로 스릴러 부분의 긴장감이 여느 전문스릴러에 못지 않다. 음험한 광기가 번뜩인다. 스릴러란 치밀한 광기다.

어느새 마지막이라는 느낌이 온다. 이런저런 여러 사정들이야 있었지만 박무열과 유은재도 어느새 서로에 대한 감정을 확인하게 되었다. 김태한과 김동아도 목하 열애중이다. 어째서 모든 사람이 문란한데 나는 아닌가? 진동수의 폭주는 협박범의 실체를 드러낼 것이다. 재미있다. 항상 만족한다.

모바일에서 기사보기